서울에는 2015년 말 현재 732곳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대부분은 외국인 전용으로 운영되고 내국인 숙박은 한옥 체험 업소로 지정된 100여 곳에서만 가능하다. 이 중 3곳을 추천한다.

■ 통유리가 어울리는 한옥, 도무스 수애

북촌 계동은 정이 있다. 분주한 서울에 이런 동네가 있다는 건 분명 축복이다. 이곳에서 한옥스테이를 운영하는 주인장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있는 그대로의 한옥을 살려 보수적 전통미를 전하려는 경우와 달라지는 여행객의 편의를 위해 작은 부분들에 현대적 손길을 가미한 경우가 그것이다.

‘도무스 수애’ 게스트하우스는 이 중 후자에 가깝다. 장인에게 직접 공수한 한옥 전통 재료로 집을 짓되, 여행객의 편의를 위해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ㄷ자형 구조에 21평(약 69㎡)의 아담한 규모로 이뤄진 도무스 수애는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에게 안성맞춤이다. 두 명이 머무는 침실과 아이를 위한 작은 온돌방, 그리고 대청마루 겸 주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익준 제공

‘도무스 수애’는 라틴어로 수애의 집이란 뜻이다. 사랑스러운 딸을 두고 있는 대학교수가 운영 중이다. 딸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고 싶었던 주인장은 처음부터 제대로 된 한옥을 짓고자 했다. 나무를 볼 줄 아는 시공사를 찾아다니며 강원도 육송을 내부 및 외부 목재로 사용했고, 경주의 와공들을 초대해 기와를 만들었다. 주방의 목재 식탁은 700년 된 금강송 대들보이다.

이곳에서 인상적인 것은 바로 한옥 한쪽에 큼직하게 낸 통유리다. 고집스러운 한옥 건축업자와 입씨름을 해가며 만들었다는 통유리는 한옥 원형을 살짝 비껴가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이 집의 습한 기운을 없애고 거실 구석까지 햇빛이 들어오게 한 일등공신이 통유리라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다. 해가 어스름히 지는 시간이면 통유리를 통해 비춰지는 햇살이 마음의 안정까지 가져다주니, 이야말로 전통의 재해석이 아닐까.

주소 서울 종로구 계동6길 4-1
홈페이지 www.kozaza.com/profile/37402

 

■ 일상에 지쳐 있다면, 가인 게스트하우스

북촌에는 작은 골목을 누비는 즐거움이 있다. 가회동 31번지에서 정독도서관까지 걸어가는 길에서는 소박한 한옥을 여러 채 볼 수 있다. 크게 알려진 몇몇 곳을 제외하면 옛 가옥 구조에 아담한 마당이 있는 가정집이 대부분이다.

북촌로를 따라 올라가다 만날 수 있는 가인 게스트하우스 또한 그리 화려한 한옥은 아니다. 구석구석에 낡은 집 단면이 그대로 남아 있다. 1939년에 지어져 80년을 지켜온 옛집이다. 주인장이 구구절절 여행객에게 집 자랑을 하거나 과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북촌을 거닐다 문득 하룻밤 쉬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또는 북촌의 달빛을 조용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고 싶어진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고익준 제공

은방울·솜다리·연꽃·도라지라는 친숙한 이름의 온돌방이 있고, 가운데에는 부엌 겸 거실이 있다. 이곳에 나무로 만들어진 큰 테이블이 있다. 그 위에 놓인 일회용 맥심커피를 보니 잊고 있던 추억이 떠오른다. 커피는 어른이 마시는 거라고 배웠던 초등학생 시절, 부엌 한쪽에서 몰래 타 먹은 그때 그 ‘프리마’ 맛이 얼마나 달콤하고 짜릿하던지.

가인은 마당이 참으로 예쁜 게스트하우스이다. 마당에 가만히 앉아 있노라면 쏟아지는 햇살이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지친 몸에 쉼표를 안겨준다. 여름엔 풍경소리가 들리고 비가 올 땐 처마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비를 볼 수 있는 곳. 지금 일상에 지쳐 있는 사람에게 권한다.

주소 서울 종로구 가회동 1-38
홈페이지 www.kozaza.com/profile/976

 

■ 어머니의 든든한 아침밥, 연당 게스트하우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식사만큼 일상에 생기와 힘을 불어넣는 것도 없다. 한옥에서 맛보는 아침 식사는 정갈하고 풍성하여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에겐 든든한 한 끼를, 외국인에겐 한국식 아침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일회용 소비가 넘치는 시대에 오랫동안 정성으로 키운 재료로 만든 밥을 먹어본 것이 언제였던가. 북촌의 한옥은 어머니의 집밥을 떠오르게 한다.

계동에 자리 잡은 연당 게스트하우스는 30년 동안 이곳에 거주해온 주인장의 진정한 요리 솜씨를 맛볼 수 있는 한옥이다. 푸근한 인상에 차분한 서울 말씨를 쓰는 주인장은 오늘은 저녁 먹고 가라고 붙드는 시어머니처럼 집에 찾아온 여행객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이 집의 아침밥은 전통 가정식이다. 마당에는 직접 담근 고추장과 간장 항아리가 빽빽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주인장은 이 오래된 항아리에서 꺼낸 장으로 간을 맞추고 음식을 한다. 옛날 수라상에 올라왔던 각종 해물전과 육전도 만들어 선보인다. 고기를 하나하나 다져가며 얇게 부친 솜씨가 일품이다. 특히 간장으로 간을 한 쇠고기뭇국은 짜지도 않으면서 특유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

ⓒ고익준 제공

얼마 전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재외동포가 이 집에 며칠 머물고 가며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고 한다. 주인장이 만든 된장국을 먹으며 고국의 그리움을 채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몸이 불편한 시어머니와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살아온 노년의 주인장은 요리에 관심이 많고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어 한때는 식당을 열어볼까 했다고 한다. 하지만 몸이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아침에 자고 일어난 여행객이 맛있게 아침밥을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그녀를 보면 늘 가족을 챙기며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이 절로 떠오른다.

 

주소 서울 종로구 계동6길 3
홈페이지 www.kozaza.com/profile/43032

기자명 고익준 (공유숙박 ‘코자자’ 커뮤니티 매니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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