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가 ‘여행도시’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뭉클 게스트하우스까지 걷는 동안 나의 무식함을 새삼 확인했다. 소도시에서 마주치는 오래된 건물과 간판의 예스러운 정겨움은 차치하더라도 곧이어 나타나는 남강, 남강변 절벽 위의 촉석루는 그 자체로 절경이었다.

남강에서 5분여 걸어 골목으로 들어가면 노란색 입간판 ‘뭉클’이 보인다. 주황색 외벽, 초록색 옥상과 지하 벽면으로 색칠된 오래된 주택이 뭉클 게스트하우스다. 2014년, 강선녀씨는 ‘삶의 파트너’ 박낭주씨와 의기투합해 주택을 구입했다. ‘가난한’ 강씨에게 먼저 손을 내민 건 진주의 지인들이었다. 5년 거치 최소 100만원∼최대 1000만원, 10명이 한두 푼씩 모았다.

뭉클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연 때는 2014년 9월. 수도 배관, 화장실 설계와 실내 계단 설치까지 직접 소매를 걷어붙인 주인장이 장장 4개월간의 대공사를 끝내고서다. 그즈음 이들에게 페인트칠이나 못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강씨가 작품을 설계하면 박씨가 보조하는 식으로 조화를 이뤘다. 입구 벽면에 양동이를 붙여 신발장을 대신했고, 방 사이 벽을 터 휴게실로 만든 공간에는 조형 작품으로 지지대를 설치했다. 푯말은 유화로 직접 그렸다. 식탁, 책꽂이, 세면대 등 가구 제작은 물론이고, 일반 주택을 게스트하우스로 설계한 이 모든 게 강씨의 작품이다.

ⓒ시사IN 송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