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이라는 도시를 선택한 것 외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떠난 여행객에게 특히 좋다. 통영행 버스 티켓만 끊고 떠난 기자 일행에게 슬로비 게스트하우스가 알려준 맛집, 볼거리, 여행 프로그램을 따라갔더니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빠르게 흘렀다. ‘무대책’이던 일행은 슬로비 게스트하우스에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슬로비 게스트하우스 앞에는 통영 바다가 펼쳐져 있다. 외관은 나무와 풀로 뒤덮여 있다. 주인장 신명진씨의 마음을 담은 ‘4·16 잊지 않겠습니다’ 현수막이 부착된 정문을 열면 카페 바가 먼저 보인다. 여행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이 오가며 이용하는 공간이다. 커피와 디저트를 직접 만들어 판다. 게스트하우스 이용객에게는 할인해준다.

일반적인 게스트하우스보다는 규모가 큰 편이다. 2∼3층에는 6인실, 4인실, 2·3인실이 각각 있다. 4층에는 가족룸이 있다. 네 명부터 이용 가능하다. 각종 전자제품과 집기, 조리 도구가 있어서 펜션처럼 음식을 해먹기 용이하다. 애초에 기자는 혼자 묵을 생각에 도미토리를 예약했다. 그러다가 수가 불어나 일행이 6명에 이르렀는데, 사정을 얘기했더니 가족룸으로 바꿔주었다. 4층에는 테라스 겸 전망대가 딸려 있다. 탁 트인 통영 바다 풍경이 예술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담배를 문 흡연자는 천국을 맛본 표정이다.

ⓒ시사IN 송지혜

신씨가 슬로비의 문을 연 건 2012년 여름. 통영에서 나고 자란 그가 6년간의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고향에 자리를 잡았다. 제주도 여행 도중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서 ‘젊은이들이 반할 만한 소도시라면, 통영도 모자람이 없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마침 바리스타인 큰누나가 커피 내리는 비법을 전수해주고, 막내 동생이 슬로비 게스트하우스의 로고 디자인인 ‘어린왕자’를 그렸다. 가족의 도움을 크게 받으면서, 신씨도 이곳에 오는 여행객에게 ‘가족 같은 안락함’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슬로비 게스트하우스는 통영에서도 전통 있는 곳으로 통한다. 슬로비가 준공을 끝낸 2012년 무렵, 통영에는 게스트하우스가 7개가량 생겨났다. 벽면에는 슬로비의 역사가 담긴 여행객의 발자취, 사진, 엽서 등이 놓여 있다. 다른 한쪽에는 통영에 있는 출판사인 ‘남해의 봄날’이 내놓은 책들로 서가를 만들었다. 지역과 공생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 밖에 〈뉴스타파〉에서 만든 달력과 〈시사IN〉 〈빅이슈〉 잡지가 진열돼 있다.

슬로비의 자랑은 다양한 서비스에 있다. 외곽에 자리한 탓에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편인데, 소정의 비용을 내면 통영 관광지와 슬로비 게스트하우스 간 픽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통영의 명물인 동피랑 벽화마을이나 중앙시장에서 이곳까지는 차로 15분, 버스로 약 30분이 소요된다. 500번대 버스를 타고 ‘철둑 입구’에서 내린다. 자전거를 빌려 해안산책로를 달리거나 카약 체험, 갯벌 체험을 무료로 즐겨도 좋다.

오후 5시께에는 일몰 관광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달아공원 주변과 연명마을 등대 방파제 일대에서 해가 지는 풍경을 바라보면 괜스레 숙연해진다. 손가락으로 해를 짚는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슬로비표 통영 투어’를 마련하면서 신씨는 민박업에 더해 여행사 사업자등록증도 냈다(카페를 열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기도 하다). 미륵산 코스, 산양일주도로 투어, 여객선을 이용한 섬 투어 등 제대로 통영을 즐기기 위해서는 일주일도 부족할 듯하다.

ⓒ슬로비 게스트하우스 제공

충무김밥으로 배 채우고 동피랑에 오르면

통영대교를 거쳐 중앙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활어시장에 생기가 돈다. 물고기는 파닥거리고 사람들은 흥정하느라 바쁘다. 멍게, 굴 등은 시장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1㎏당 1000원이 싸졌다. 통영을 다녀본 사람만 아는 ‘꿀팁’이다. 횟감은 시장 좌판에서 직접 골라 숙소나 인근 2층에 있는 ‘초장집’에서 맛본다. 통영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생선회와 매운탕 풍미가 각별하다.

바닷가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중앙시장 골목에 즐비하게 늘어선 충무김밥 가게에 가볼 만하다. 어느 집에 가더라도 짭조름한 오징어무침과 새콤한 섞박지(절인 배추와 무 등을 썰어서 젓국에 버무린 김치)가 나오는데, 인근 섬으로 관광을 떠나는 여행객의 단골 도시락 메뉴로도 인기가 좋다.

배를 채웠다면 동피랑 벽화마을에 오를 차례다. ‘한국의 몽마르트르 언덕’이라는 평은 짐짓 과하다 싶지만,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산비탈 마을 골목길에 쉽게 정이 간다. 다만 주말에는 각 지역에서 모인 여행객으로 주차장도, 골목길도 만원이다. 한산한 여정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주말보다 평일에 오는 편이 낫겠다. ●

 

주소 경남 통영시 산양읍 남평리 1312-1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slobbies2012

체크인 오후 3시  체크아웃 오전 11시

조식 제공 주먹밥·국·반찬

주인장이 추천하는 곳 미륵사, 중앙시장, 동피랑 벽화마을, 욕지도, 소매물도 등

20자평 친구들과 즉흥적으로 떠나는 여행, 이곳에서 해결하라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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