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휴는 한옥 게스트하우스다. 다만 전통 한옥은 아니다. 그렇다고 퓨전 한옥도 아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한옥을 재해석한 한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양은 우리에게 익숙한 팔각정이지만 이를 정자가 아니라 가옥으로 지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궁궐이나 사찰처럼 지붕이 높아서 공간이 시원한 맛이 있다. 기둥이나 들보도 굵어서 정성이 많이 들어간 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원래 스님이 수양을 위해 지은 집을 인수했다는 이은호씨는 2년 전부터 이 집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팔각정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제법 규모가 큰 3층 건물이다. 건물의 2층과 3층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는데 2층에는 주로 여성이, 3층에는 남성이 묵는다. 팔각정 모양의 건물에 방을 만들어서 방이 마름모꼴이 되었다.

소나무 원목이 워낙 많이 쓰인 건물이라 마치 삼림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호텔이 물로 샤워하는 곳이라면, 만휴는 피톤치드로 샤워하는 곳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방은 황토방이다.

만휴의 매력은 입지다. 만휴 근처에는 천년 고찰 봉정사가 있다. 봉정사 입구를 지나 조금 올라간 언덕배기에 있는 만휴는 암자가 들어설 만한 곳에 위치해 있다. 정자의 모양보다 위치를 먼저 따졌던 옛 선비들이 보았다면 만휴는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 같다. 볕이 좋은 곳이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2층과 3층 숙소에 조그만 창이 나 있는데 이 창으로 밖을 바라보는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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