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왜 ‘길건너’인가 했다. 단순했다. 순천역과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게스트하우스가 있기 때문이다. 길건너 게스트하우스는 ‘내일러’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숙소 중 하나다. 내일러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판매하는 ‘내일로 티켓’을 이용해 전국을 다니는 젊은 여행자 그룹을 말한다(76~ 77쪽 기사 참조). 길건너 게스트하우스는 순천역에서 가깝고 청년들의 취향을 발 빠르게 반영한 숙소라는 점에서 호평받는다.

다만 이 집을 처음 찾는 게스트는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밤 9시만 돼도 어두컴컴해지는 원도심 시장 골목에 숙소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국밥집이며 반찬가게를 겸한 가정집 등이 눈에 띈다. 길건너는 이곳에 있던 4층짜리 낡은 여관을 리모델링해 만든 게스트하우스다.

어찌 보면 칙칙할 수도 있을 이곳의 인상을 바꿔놓은 것은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게스트하우스 인테리어다. 지하철역 역사처럼 꾸며진 입구를 지나 숙소 안으로 들어서면 손님을 맞는 카운터와 ‘길건너 휴게실’이라 쓰인 커뮤니티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함께 모여 아침을 먹거나 수다를 떠는 거실 공간을 중심으로 보드게임방, 오락실, 파우더룸 등이 흩어져 있는 널찍한 공간이다.

ⓒ시사IN 신선영

위층으로 올라가 배정받은 숙소를 찾다 보면 키득키득 웃음이 절로 나온다. ‘203호’ ‘304호’ 대신 ‘미쳤나방’ ‘감방’ ‘샤방샤방’ 같은 방 이름이 손님을 맞기 때문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2층 숙소 입구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한 평 규모 스튜디오다. 뭐 하는 덴지 물어보니, 이곳에서 ‘꿈 깨는 라디오’라는 생방송이 진행된단다. 그날 묵는 게스트가 보내온 사연과 신청곡으로 꾸며지는 프로그램이다.

매일 밤 9시와 다음 날 아침 10시, 〈은하철도 999〉 주인공 철이 같은 가발을 쓴 채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는 이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인 이원기씨(31)다. ‘웃기는 DJ’ ‘괴짜 사장님’ 등 별칭이 그의 범상치 않은 캐릭터를 짐작하게 한다. 그러고 보니 게스트하우스 벽면에 줄줄이 붙어 있는 상장이며 자격증도 그의 것이다. 순천대 재학 시절부터 전공(컴퓨터공학)보다는 창업 동아리 활동 등에 재미를 붙였던 흔적들이다.

“새벽에 순천만으로 일출 보러 가실 분 있나요?”

“대학 졸업하고 이것저것 안 해본 일이 없다. 나중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면서 보니 그 경험들이 다 소중한 자산이 되더라”고 이씨는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제작했던 경험이 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를 만드는 노하우가 되고, 간판 디자인을 했던 경험이 숙소 인테리어를 꾸미는 데 도움이 되는 식이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 기획자로 일하며 배우고 익힌 기획 감각 또한 차별화된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가능케 했다.

ⓒ시사IN 신선영

길건너는 일단 소통 방식부터가 남다르다.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여행자는 예약 당일이 되면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초대를 먼저 받게 된다. 이곳 단톡방을 통해 공지사항을 전달받고 궁금한 점을 문의할 수 있다. 단톡방은 게스트들의 즉석 정보 교환 창구로도 활용된다. “내일 새벽에 순천만으로 일출 보러 가실 분 있나요? 함께 모여 택시 타고 가요” 하는 식이다.

호스트 처지에서 단톡방은 계륵일 수 있다. 게스트 만족도야 높아지겠지만 호스트 업무 부담은 가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원기씨는 이런 소통 채널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대규모 게스트하우스일수록 소통이 실종되면 일반 모텔이나 다를 바 없어지기 때문이다. 단톡방은 순천을 홍보하는 데도 유용한 창구다. 길건너는 가볼 데를 찾는 여행자에게 순천만 같은 유명 관광지만이 아니라 원도심에 있는 문화의 거리를 소개하곤 한다. 주말에 순천을 방문한 여행자에게는 마찬가지로 원도심 아랫장(풍덕동)에서 열리는 먹을거리 야시장을 추천한다.

그런가 하면 게스트하우스 지하 1층에서 매일 밤 열리는 파티 주제도 ‘순천 바로알기’다. “순천만 전망대에 대형 독수리 스티커가 붙어 있는 이유는?” 따위 퀴즈를 내고, 이를 맞힌 팀에 와인 한 병을 부상으로 주는 식이다. 퀴즈 이후 친교 시간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먹고 마시는 데 치우친 일반 게스트하우스와 비교하자면 확실히 독특한 파티 문화다. 현재 ‘수토리’라는 순천의 청년 창업 모임에도 가담 중인 이원기씨는 “놀기는 순천만에서 하되 잠은 여수에서 자는 식으로, 순천을 스쳐가는 여행지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속상했다. 순천을 머무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만 가족 단위나 조용히 쉬고 싶은 여행자에게 길건너는 ‘비추’다. 재미를 즐기는 여행자라면 체크아웃 순간까지 흘러나오는 주인장 DJ의 느끼한 멘트 덕에 ‘빵’ 터지며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못 일어난 분들을 위해 김광석이 부릅니다. ‘일어~나!’” ●

 

주소 전남 순천시 조곡동 역전장길 36

홈페이지 acrossthestreet.co.kr

체크인 오후 3시  체크아웃 오전 10시

조식 제공 식빵·달걀·잼·햄, 원두커피

주인장 추천하는 곳 순천만, 화포해변 일출, 문화의 거리, 웃장·아랫장

20자평 재미나고 개념 있게 순천을 즐기고 싶다면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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