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때는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었다. 숙소(안면도 게스트하우스&블루아라 펜션)에 급히 짐을 풀어놓고 길 건너편에 있는 밧개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서 여럿이 바지락, 고둥 등을 캐고 있었다. 안면도 ‘친정’에 왔다는 한 아주머니의 바구니에는 바지락이 많았다. 썰물이 빠진 새벽녘에 나오면 더 많이 캘 수 있다고 했다. 어느덧 해가 넘어가고 구름 뒤로 저문 해가 엿보였다. 바닷가의 일몰. 안면도에 오면 일몰과 일출을 보라는 말이 떠올랐다.

숙소로 돌아와 커뮤니티 룸에 들렀다. 꽤 여럿(40~50명)이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한 공간이다. 아이들 장난감, 보드게임, PC 등이 마련돼 있었다. 커뮤니티 룸 입구에는 여행자를 위한 안면도 여행 정보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일출·일몰 시간, 밀물·썰물 시간 등도 적혀 있었다. 호미와 바구니를 투숙객에게 무료로 빌려준다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의 꼼꼼함과 마음씀씀이가 읽혔다.

ⓒ시사IN 차형석

‘안면도 게스트하우스&블루아라 펜션’의 운영자 황서준씨(43)는 여행업계의 ‘선수’였다. 대학을 졸업한 1999년부터 12년 동안 여행업계에서 일을 해왔다. 작은 여행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특색 있는 ‘테마 여행’을 주로 기획했다. 2000년 초반에 수녀와 비구니가 차 밭에서 만나는 통신사 CF가 있었다. 당시 이 광고가 화제가 되었는데, 황씨는 그 촬영지였던 전남 보성 차밭 투어를 기획했다. 이처럼 〈가을동화〉 〈봄날은 간다〉 등의 촬영지 투어를 꾸렸다.

황서준씨는 여행업을 그만두고 2012년 여름부터 게스트하우스 일을 시작했다. 여행업계에 가격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고 박리다매형 저가 여행의 공세가 만만치 않았다. 그때 눈을 돌린 게 연관 업종인 숙박업이었다. 실무를 익히기 위해 제주의 산방산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로 잠시 일하기도 했다.

게스트하우스를 할 장소를 찾던 황씨의 눈에 안면도가 들어왔다. “당시에 검색을 해보았더니 안면도에 게스트하우스가 한 곳도 없었다.” 2012년 11월 황씨는 “안면도 최초의 게스트하우스”를 이곳에 열었다.

게스트하우스를 품고 있는 밧개해수욕장의 노을길

규모를 보자면 ‘펜션이 메인, 게스트하우스는 서브’라고 할 수 있다. 투숙객 수나 수입 면에서 그렇다. 게스트하우스는 철도 할인권(내일로)을 구매하는 청년층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기차역이 없는 안면도는 철도편이 닿는 지역에 비해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황씨는 도미토리 객실(남성 4인실·여성 6인실), 커뮤니티 룸을 계속 운영할 생각이다. 애초부터 펜션과 도리토리 공간을 함께 두기로 한 건 “여행자들의 게스트하우스 문화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이다.

ⓒ황서준 제공

안면도 게스트하우스는 ‘교통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체크인·체크아웃 때 무료로 픽업 서비스를 한다(안면도터미널→숙소, 나갈 때는 숙소→안면도터미널·꽃지해수욕장·안면도 자연휴양림 중 선택). 여행객은 별도로 꽃지해수욕장 일몰투어(위 사진), 안면암 일출투어, 꽃지해수욕장 무료 픽업 등을 신청할 수 있다.

안면도 게스트하우스에는 어떤 여행자가 어울릴까. 왁자지껄한 ‘친교의 시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만족스럽지 못할 것 같다. 안면도 게스트하우스에는 따로 ‘파티’가 없으니(‘게스트하우스 측에서 운영하는 파티가 있느냐’는 전화 문의가 더러 온다고 한다). 도미토리 객실 앞 개별 테라스에 마련해둔 바비큐 공간에서 이용자끼리 자연스레 어울리는 정도랄까. 달리 말하면 조용하고 소박한 분위기를 원하는 여행객에게 적합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숙소 앞 밧개해수욕장에서 시작되는 ‘노을길(숙소에서 꽃지해수욕장까지 편도 4㎞, 1시간20분 소요)’이나 숙소에서 비교적 가까운, 소나무가 울창한 안면도 자연휴양림이 그런 여행자에게 딱이다. ●

ⓒ시사IN 차형석

주소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1944-10

홈페이지 gueha.com

체크인 오후 2시  체크아웃 오전 11시

조식 제공 식빵, 달걀, 딸기잼, 커피, 주스

주인장이 추천하는 곳 안면도 여행은 7·8월이 피크다. 이 시기에는 해수욕장을 찾는 투숙객이 많으니 예약이 필수. 대표적 해수욕장으로 꽃지해수욕장이 있다. 일출과 일몰 풍경이 아름답다(게스트하우스에서 가까운 밧개해수욕장도 추천한다). 해수욕을 할 수 없는 계절이라면 안면도 자연휴양림(수목원)을 권한다. 보기 드문 소나무 숲인데 산책하면서 자연을 느끼기에 참 좋다.

20자평 가벼운 휴식, 산책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