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운교산방은 지금 완공을 기다리는 게스트하우스다. 그런데도 이곳을 자신 있게 권하는 이유는 주인장의 남다른 감각과 숙박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패션 잡지 〈하퍼스 바자〉 편집부장이었던 김경씨는 ‘가난뱅이’ 화가 남편과 함께 4년 전 이곳 강원도 평창으로 이사를 왔다. 다만 업체 손을 빌리지 않고 집을 직접 짓고 싶다는 남편의 뜻을 존중한 까닭에 아직껏 집이 완성되지 않았다. 운교산방은 4년째 짓고 있는 집의 아래층을 부부가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해 지난 3월 오픈한 곳이다.

게스트하우스는 화가 남편과 김씨가 함께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평범한 듯하지만 눈에 띄는 구석이 많았다. 페인트 붓질을 따라 주인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인테리어 마무리로는 남편의 그림들을 방마다 분위기에 맞게 걸었다. 일종의 ‘갤러리 게스트하우스’가 된 셈이다. 창고에 움츠려 있던 그림들은 게스트하우스 벽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곳은 눈만큼 귀도 호강하는 공간이다. LP 수집가인 남편은 소장한 LP를 거실에 구비해두고 턴테이블을 이용해 들을 수 있게 했다. 나머지 빈 공간은 아내의 책이 채웠다.

주인장 김경씨가 게스트하우스를 처음 만난 것은 16년 전 안나푸르나를 여행했을 때다. 회사 생활에, 기사 마감에, 스스로를 넌덜머리나게 하는 소비 생활에 지친 그녀는 무작정 안나푸르나로 떠났다. 그곳에서 인드라호텔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났다. 1만원짜리 방에서 녹슨 촛대에 촛불을 켜고 안나푸르나의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게스트하우스를 하면서 욕심 없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다고 한다.

ⓒ시사IN 고재열

게스트하우스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손님

시작은 쉽지 않았다. 가난한 화가와 가난해진 작가가 게스트하우스를 꾸미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인들을 대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해서 1000만원을 모았다. 직접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4년이 지나도 집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다행히 게스트하우스는 2년 만에 오픈할 수 있었다.

각오는 단단했다.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폴 발레리의 말을 은장도처럼 품고 살기로 했다. 자기 손에 쇠똥 묻히기를 주저하지 않는 작가 존 버거처럼,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것을 자신의 일상으로 끌어 모으며 부지런히 몸을 놀린 타샤 튜더처럼 살기를 꿈꾸며 한 땀 한 땀 게스트하우스를 꾸몄다.

올봄, 첫 손님을 받으며 주인장은 긴장했다. 대접이 소홀하다고 섭섭해하지 않을까, 아니면 과도한 친절을 베풀어서 혹여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배려와 방관 사이의 절묘한 편안함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취재를 다녀온 며칠 뒤 무용가 이선아씨 부부가 운교산방에 묵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씨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부부를 위해 들판에서 춤을 추어주었다고 한다.

ⓒ시사IN 고재열

결국 게스트하우스를 완성하는 것은 손님이다. 주인의 아우라와 손님의 성향이 만나서 게스트하우스의 캐릭터가 완성된다. 다행히 운교산방에는 손님을 골라서 받은 것처럼 코드가 맞는 이들만 찾아온다. 말 그대로 ‘유유상종’이었다. ‘드러나지 않는 배려’에 손님 역시 ‘드러나지 않는 배려’로 답했다.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지는 않지만 이심전심으로 전해졌다. 손님들이 이야기책에 남기고 간 글을 읽는 것이 큰 낙이 되었다. 이를 읽다 보면 “장기하 노래 가사를 읽는 기분이 든다”라고 김씨는 말했다.

운교산방은 가격 정책이 남다르다. 방 두 개와 거실·부엌이 있는 본채는 한 명 혹은 한 팀만 받는다. 모르는 사람이 한 공간에 있으면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공간을 혼자 쓰려면 7만3000원(주인장이 73년생이라 이 가격으로 정했다고 한다)이고, 두 명이면 9만3000원, 세 명이면 11만3000원, 네 명이면 13만3000원이다(휴일이나 공휴일은 조금 더 비싸다). 게스트하우스 치고 좀 비싸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펜션으로 운영하면 30만원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시설이다. 욕실이 딸린 별채는 황토로 만들었는데 따로 대여한다. 난방을 장작으로 하는데 직접 군불을 때면 1만원을 깎아준다.

주인장 내외에게는 개가 두 마리 있다. 개울이와 나무라는 이 개는 제법 시끄러운 녀석들이다. 반가우면 반갑다고 경계하면 경계하느라 매섭게 짖어댄다. 덩치가 제법 있는 녀석들이라 어린아이들이 겁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저녁 바비큐를 하고 고기를 몇 점 던져주면 달라진다. 두 발을 공손히 모으고 수줍게 앉아서 고기를 기다린다. 운교산방이 있는 운교리는 더덕이 유명한 마을이다. 주인장에게 미리 얘기하면 이장님 댁에서 더덕을 사두는데 구워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

 

주소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비네소골길 86-56

홈페이지 blog.naver.com/sookim19

체크인 오후 3시 전후  체크아웃 12시 전후(조율 가능)

조식 제공 빵과 집밥 중 택일

주인장이 추천하는 곳 평창팜(송어잡기 체험어장), 평창 5일장, 평창 자생식물원, 월정사, 삼양목장

20자평 예술가가 한 땀 한 땀 만든 7성급 게스트하우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