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소개를 위해 취재를 가겠다고 하자 심야식당 게스트하우스(이하 심야식당) 주인장은 기자를 말렸다. 내세울 것이 없는 곳이라는 거다. 괜히 먼 길 와서 헛걸음하지 말고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고도 했다. 그래서 거꾸로 기자가 주인장을 설득했다. 시설이 좋으면 호텔이지 게스트하우스냐고.

단양·영월 지역은 ‘내일러(코레일에서 방학 등에 한시적으로 발행하는 내일로 티켓을 이용하는 젊은 여행자를 지칭하는 용어)’들이 잘 들르는 지역 중 하나다. 내일러뿐 아니라 영월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 또한 게스트하우스를 자주 이용한다. 그중 심야식당이 눈에 띈 것은 이용자들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빌려준 일바지(몸뻬)를 입고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장의 일바지를 빌려 입어본 손님이 편하다며 계속 입고 다니면서 이곳의 유행이 되었다고 한다. 심야식당이 있는 법흥계곡 일대에서는 마치 유니폼처럼 일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남자건 여자건.

기자는 심야식당에 도착해 한 가지 실수를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흔히 하는 실수다. 종업원인 줄 알고 이것저것 부탁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게스트하우스 손님이었던 것이다. 방도 보여주고 설명을 잘 해주어서 종업원인 줄 알았는데 장박(장기 숙박) 중인 손님이었다. 미술을 전공하고 IT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는 이 손님은 설명이 끝나자 게스트하우스 한쪽 벽으로 가서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동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육식 토끼’를 그리고 있다고 했다. ‘노느니 이 잡는’ 격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곳은 소개할 만한 게스트하우스가 맞구나’ 하는 확신을 얻었다.

ⓒ시사IN 고재열

주인장 김지현씨는 사람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이야기를 해본즉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노인 요양시설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노인 수십명이 이쪽저쪽에서 얘기를 해도 그 이야기가 다 들리더라는 것이다. 어쩌면 장기 숙박 손님이 많은 것도 그가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주는 능력 말이다. 심야식당에 한 번 오는 것은 우연이지만 다시 오는 것은 필연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듯했다.

‘심야식당’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정갈한 음식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에 대해 김씨는 “자기 숙제를 풀고 가는 곳이 아니라 자기 숙제가 무엇인지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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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이라 생각한다. 문제를 풀려면 집중을 해야 하지만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면 이완을 해야 한다. 쉬는 법을 잊은 사람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마스터도 남의 문제를 풀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조용히 지켜보면서 그가 스스로 문제를 알아내도록 이끌어준다. 여기서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심야식당이 위치한 법흥계곡은 계곡을 좀 다녀본 사람들한테 이름이 난 곳이다. 성수기에는 제법 사람이 몰린다. 법흥사 가는 길이나 흥원사 가는 길을 주인장은 ‘나와 만나는 산책길’이라고 부르는데 왕복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사색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매력 중 하나는 음식이다. ‘심야식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인장의 음식 솜씨가 남달랐다. 조미료를 쓰지 않아 도시 사람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며 미리 주의를 주었지만 버섯매운탕 국물이 참 개운하고 담백했다. 게스트하우스를 하기 전에 이웃 봉화군에서 한옥마을을 관리하면서 손님들을 접대했다고 하는데, 음식 솜씨가 그 경력을 증명해주었다.

다른 게스트하우스와 심야식당의 차이점은 공간이 널찍널찍하다는 것이다. 식당과 카페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서 공간에 여유가 있었다. 마당 또한 넓은 편이다. 1층은 도미토리이고 2층은 가족룸인데, 2층에 베란다가 있어서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 옆으로 개울이 흘러서 시원한 물소리도 들을 수 있다.

심야식당의 여러 공간 중에서도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은 식당 옆 다실이다. 노인 요양시설을 나온 후 주인장은 지리산에서 차를 덖었다. 직접 차를 만든 사람답게 차를 내리는 솜씨가 좋았다. 지리산 시절부터 모아둔 차가 많아 다양한 차를 맛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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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백년계곡길 11

홈페이지 http://js9283.modoo.at

체크인 오후 4시  체크아웃 오전 11시

조식 제공 토스트, 수제 잼, 커피

주인장이 추천하는 곳 법흥사 적멸보궁, 요선정 요선암,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 별마로천문대

20자평 먹고 마시고 힐링하며 고민을 잊는 게스트하우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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