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을 찍고 ‘나비야(野)’를 찾아가는 길. 강원도 춘천시 서면 서상대교를 건너 조금 가면 툇골 게스트하우스 마을이 나온다. 입구에 세워진 나무 간판을 따라 들어가니 ㄱ자 모양의 커다란 기와집 두 채와 앞마당·뒷마당·장독대, 그리고 실내 바비큐장과 쉼터 등이 있는 게스트하우스 나비야가 있다. 나비야는 정겹고 푸근한 느낌이 드는 한옥 게스트하우스다.

아이들은 잔디가 깔린 마당에서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며 까르르거렸고(비수기 일요일이어서 투숙객이 없었다), 아름드리나무 사이에 매어놓은 해먹에 누워 장난을 쳤다. 어디선가 흰색 고양이가 나타나 꼬마 손님들을 조심스레 관찰했다. 쪽마루에 걸터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주인장 박성수씨(일명 박나비·47)는 춘천 토박이로 문화해설사이기도 하다. EBS에서 춘천의 오래된 골목길을 소개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가 해설을 맡았다. 나비야에 투숙하면 주인장이 설명해주는 춘천 시티투어나 의암호 일출카누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시사IN 김완숙

나비야는 명실상부 춘천의 1호 게스트하우스다. 옛것에 관심이 많은 주인장의 성품을 그대로 닮았다. 주인장 박씨는 삼척시 한국전통직업전문학교에서 공부하고 전국을 다니며 집을 짓다가 이곳 춘천 서면에서 직접 한옥을 지어 올렸다. 채식 식당을 하다 게스트하우스로 업종을 바꾼 지 만 5년 되었는데, 사실 돈벌이보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즐기고 쉬고, 또 그 가운데 뭔가 좋은 것을 나누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4월16~17일에는 ‘춘천 시골 청년들의 농촌살리기 프로젝트’로 봄내길 장터 겸 음악회를 열었다. 이런 행사를 (가끔은 사비를 털어) 연간 몇 차례씩 한다고 하니 주인장의 관심사가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비수기에는 작가들에게 게스트하우스를 무료로 빌려주기도 한다(평일 5박6일간). ‘기습 취재’를 한 시각에도 그는 앉은뱅이책상에 한옥 교재를 펼쳐놓고 그날 저녁 모임에서 주제 발표를 할 게 있다며 골똘한 모습이었다.

ⓒ시사IN 김완숙

숯불에 구워 먹는 양념 닭갈비, 맥주까지 저렴

나비야 게스트하우스에는 주인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기존 한옥에 있는 목재를 가져다 재활용해서 집을 짓고, 온돌방이나 마당에 있는 소품 하나하나 전국의 고물상과 골동품 가게에서 발품을 팔아 사왔다. 마당의 야생화·약초·꽃나무 모두 직접 씨 뿌리고 가꾼 덕에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은 옛날 할머니, 어머니의 집에 온 듯한 정겨운 분위기를 마음껏 눈에 담아갈 수 있다. 사실 한옥은 눈·비 올 때 경치가 아름답지만 비가 들이쳐 나무가 갈라지거나 썩기도 하므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주인장이 어지간히 바지런하고 손재주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투숙객이 미리 예약하면 실내 바비큐장에서 양념 닭갈비를 숯불에 구워 먹을 수 있다(설거지는 셀프). 주인장의 손맛이 일품인 데다 맥주를 비롯한 주류도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곳은 처음 만난 여행객들이 서로 술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투숙객들을 위해 밤 11시가 되면 전체 소등한다. 6인실 도미토리에는 샤워실과 화장실이 외부에 있고, 온돌방에는 욕실이 딸려 있다.

기차를 타고 오는 여행객들을 위해 춘천역에서 픽업 서비스를 해준다. 봄내길 4코스(의암호나들길) 옆이라 자전거 여행객이 많고, 한번 인연을 맺은 이들이 잊지 못해 또 오는 경우가 많다. 나비야는 게스트하우스들의 협동조합인 ‘마블’ 가족이기도 하다. ‘마블’은 전국 25개 게스트하우스가 모여 만든 공정 여행 커뮤니티다(74~75쪽 기사 참조). 나비야는 가을 단풍철이나 흰눈 소복이 내린 한겨울에 찾아와도 고즈넉하니 운치 있을 듯하다.

ⓒ시사IN 김완숙

 

주소 강원도 춘천시 서면 툇골길 15

홈페이지 http://nabiya.modoo.at

체크인 오후 4시  체크아웃 오전 11시

조식 제공 식빵·달걀·우유·잼, 원두커피, 각종 허브차

주인장이 추천하는 곳 강원도립화목원(산림박물관),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

20자평 야생화 핀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힐링을!

기자명 김완숙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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