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라면 난이도가 좀 있는 편이다. 강화터미널에서 도보 10분. 세탁소와 미용실 사이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 다시 횟집과 미용실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밝은 황토색 나무 간판이 보인다. ‘asacasac guesthouse’. 아삭아삭 순무 민박은 다세대 2층 주택의 1층에 위치해 있다. 강화 순무가 유명하다는 데서 착안해 이름을 지었다.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진 문을 열면 17평(57.85㎡) 남짓한 방 세 개짜리 집이 나온다. 2층 침대 세 개가 놓인 6인실과 1~3인이 쓸 수 있는 더블룸이 있다. 나머지 하나는 호스트가 묵는 방이다.

강화 풍물시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2014년 6월 문을 열었다. 거창한 사업보다도 ‘우리도 살고 여행자들도 함께 사는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페인트칠을 새로 하고 내부를 꾸몄다. 게스트하우스 한가운데에 큰 탁자가 놓인 주방이 있다. 벽에는 강화도 특산물인 순무김치가 담긴 통을 부리에 물고 있는 새가 그려져 있다. 이곳의 트레이드마크다. 일본인 친구의 친구가 그려줬다. 커피와 차도 내려 마신다. 냉장고 안 캔맥주는 호텔 미니바처럼 한 캔에 2000원을 내고 마실 수 있다(코앞에 편의점도 있다). 단체 대관도 가능하다.

ⓒ시사IN 전혜원

게스트하우스 바로 뒤에는 조선 후기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19세까지 살았다는 용흥궁이 있다. 천천히 산책한 뒤 강화 북산을 따라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한국 최초의 한옥 성당인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이 나온다. 1900년에 지어졌다. 절 같은 목조건물 안에 놓인 십자가와 촛대를 보면 묘한 평화가 느껴진다. 이곳에서 일요일 오전 11시에 예배를 드리는데, 관광객도 참여할 수 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풍물시장이 있다. 이곳 2층 ‘화덕식당’이 바로 게스트하우스 호스트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강화 특산물을 살린 ‘밴댕이피자’ ‘강화속노란고구마피자’ 등을 판다. 피클도 강화 순무로 만든다. 강화 고려산 진달래축제(올해는 4월12~26일) 기간에는 ‘진달래피자’를 맛볼 수 있다. 평일에는 오전 11시에서 오후 8시, 주말에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까지 영업한다. 2층의 다른 식당에서 파는 밴댕이비빔밥도 유명하다. 1층에선 젓갈과 농수산물을 살 수 있다.

‘서울살이’에 치일 때 가까운 강화로 오세요

게스트하우스 바로 맞은편 식당 ‘일억조’에서 젓국갈비를 맛보는 것도 추천한다. 젓국갈비란 돼지갈비에 각종 채소를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한 맑은 탕국이다. 고려 때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강화 향토음식이라고 전해진다.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게스트하우스 거실에 강화도의 가볼 만한 곳을 정리한 소책자를 비치해두었는데,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화장실이 공용이라는 점과, 같은 집에서 방만 따로 쓰기 때문에 소리가 잘 들린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듯하다. 2층집과 옆집이 주민들이 사는 일반 가정집이어서 늦은 시간까지 시끄럽게 하기 어렵다. 낮에도 조용한 편인데 밤에는 정말 조용하다. ‘왁자지껄’보다는 ‘도란도란’이 더 잘 어울리는 곳이다.

호스트는 ‘화덕식당’도 함께 운영하는 청년들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여행 정보를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문화, 청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수도권에서 가깝다는 점은 게스트하우스로서 단점일 수 있다. 여행자들이 굳이 숙박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호스트 중 한 명인 ‘유마담’씨는 “도시 생활에 치일 때, 골치 아픈 일 있을 때 하루쯤 생각을 정리하고 새롭게 환기하려는 분들이 우리 집을 많이 찾는다”라고 말했다. 명절 때 ‘피신용’으로 순무민박을 찾는 등 여성이 혼자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방(더블룸)에 들어가니 아늑하고 조용해서 생각을 정리하기 좋았다. 보통 진달래축제 때 많이 붐비는 편이다. 날을 잘 고르면 혼자 머물고 갈 수도 있겠다. 호스트들은 강화에서 활동하는 청년과 여행자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펍(Pub)을 5월 초 읍내에서 열 계획이다.

ⓒ시사IN 전혜원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동문안길 21번길 22-1

홈페이지 www.asacasac.com

체크인 오후 3시  체크아웃 오전 11시

조식 제공 토스트와 잼, 커피· 차

주인장이 추천하는 곳 용흥궁,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풍물시장(매월 셋째 주 월요일은 휴무), 강화 해안도로

20자평 별다른 준비 없이 훌쩍 떠나 조용히 걷고 싶다면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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