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는 여소야대다. 더불어민주당(123석)과 국민의당(38석), 정의당(6석)을 합하면 167석(전체 의석의 55.7%)으로 새누리당 의석수 122석을 훌쩍 넘어선다(무소속 의원의 복당 등 변수는 남아 있다). 과반 정당은 없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쟁점 법안을 처리하려면 국회의원 5분의 3(180석)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어느 한 당이 반대할 경우 처리는 불가능하다. 〈시사IN〉은 그간 한국 사회를 뒤흔든 굵직한 이슈를 중심으로 세 야당의 공조가 어디까지 이뤄질지 짚어봤다. 4월21일 시작한 19대 마지막 임시국회까지 시야에 넣었다.

 

Q. 국정 역사 교과서 되돌릴 수 있나?

세 야당 모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 각 당의 총선 공약집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금지 및 검정제 전환을 위한 특별법 제정’, 국민의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정의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와 다양한 역사 교과서’를 명시했다.

우선은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현실화될 수 있다. 선거 직후인 4월16일 국민의당 이상돈 전 공동선대위원장이 언론에 이 같은 구상을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이 화답하면서 야권의 첫 공조 대상이 ‘국정교과서 저지’가 되리라는 관측이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역시 19대 국회가 마무리해야 할 3대 과제 중 하나로 국정교과서 반대 결의안을 꼽았다. 19대에서 이뤄지든 20대에서 이뤄지든, 야 3당의 결의안 추진은 그 자체로 정부에 압박이 될 수 있다.

ⓒ사진공동취재단4월18일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국회 일정과 법안 처리를 논의하고자 회동했다.

압박을 넘어 실제로 국정 역사 교과서를 되돌리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법으로는 야당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29조는 학교에서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거나 △교육부 장관이 검정하거나 인정한 교과용 도서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제4조는 ‘국정도서는 교육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교과목의 교과용 도서로 한다’고 되어 있다. 국회 입법 없이 장관이 고시만으로 국정화를 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학교 재량으로 다른 교과서를 쓸 수도 없다. 같은 대통령령 제3조에 따르면 학교장은 국정도서가 있을 때에는 이를 사용해야 한다.

ⓒ연합뉴스

이에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법안이 ‘역사 교과용 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이다. 역사 교육에 한해 국정교과서 사용을 금지하고 역사 교육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두는 게 골자다. 이 외에도 교육과정 변경이나 교과서 국정 전환 시 반드시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박홍근 의원 대표발의), 초등학교와 특수학교를 제외한 학교에서는 원칙적으로 국정교과서 사용을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김태년 의원 대표발의) 등 여러 건이 19대 국회에 계류돼 있다. 20대 국회에서 유사한 특별법 등이 발의되고 야당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법적으로 면밀히 논의되고 검토되지 않은 법안이 대부분이어서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정교과서에 제동을 거는 법이 통과되더라도 당장 2017년부터 사용될 국정 역사 교과서에 적용될 수 있는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도종환 의원실 관계자는 말했다. 교육부는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작년에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고 불필요한 논란을 부를 수 있어서 편찬 기준과 집필진은 적절한 시기에 공개하려 한다. 늦어도 교과서가 일반에 공개되는 11월에는 공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야당의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 촉구 결의안과 특별법 등 제정 움직임에 대해서는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서 말할 수는 없다. (선거 결과와 관련해) 국정화 추진을 중단하거나 철회할 계획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Q.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활동 기간 보장될까?

세월호는 이르면 7월 말 인양될 예정이다. 그런데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 예산을 6월30일분까지만 편성했다. 세월호 특별법(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7조에 따르면 특조위가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최장 1년6개월이다. 그 뒤 3개월은 보고서 작성 기간이다. 이 시작점이 언제인지를 두고 정부와 특조위의 해석이 대립 중이다. 법 시행은 2015년 1월1일부터지만, 상임위원 등 위원 임명은 3월, 특조위 사무처 구성은 7월, 예산 배정은 8월에야 이뤄졌다. 인양될 선체를 안정적으로 조사하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12월31일까지는 공식 활동 기간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특조위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활동 종료 시점을 6월30일로 보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특별법 개정을 주장하는 이유다.

총선 뒤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처음 꺼낸 것은 국민의당이다. 총선 직후인 4월15일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 소집을 제안하면서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언론에 세월호 특검 추진도 언급했다(세월호 특조위는 지난 2월 특검 요청안을 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화답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곧바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에 나서 (…) 특조위의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하겠다”라고 말했다. 며칠 뒤 국민의당은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4월18일 최고위 회의를 마친 뒤 세월호 특별법 개정 관련 질문에 “민생 문제가 우선이다. 세월호 특별법도 시급한 문제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입장이 변수가 될 전망이지만, 전반적으로는 19대 국회 때에 비해 특조위 활동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있다. 정의당은 총선 공약집에 아예 ‘19대 국회 임기 내 특검안 의결, 특조위 조사활동 기간 연장과 조사예산 보장 등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명시했다. 심상정 상임대표는 19대 국회 임시국회의 3대 해결 과제 중 하나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을 꼽았다. 권영빈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특조위 활동 기간과 독립적 활동 보장은 국회가 베푸는 것이 아닌, 해야 할 의무이며 이를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신선영총선 뒤 국민의당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거론했다. 위는 세월호 특조위 2차 청문회 장면.

 

Q. 노동 4법은 어떻게 되나?

노동 4법이란 정부·여당의 파견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말한다. 원래는 여기에 기간제법 개정안(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을 더한 노동 5법이 정부·여당이 추진한 이른바 ‘노동개혁’ 법안이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파견법 개정안이다. 55세 이상 고령자, 고소득 전문직, 뿌리산업(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열처리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공정기술 활용 산업)에 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 파견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질 낮은 파견 일자리를 양산하고 기존 상용직을 대체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해왔다. 특히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할 경우 사실상 제조업 전반에 파견을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며, 최근 일련의 판결로 불법파견 관행에 제동이 걸린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는 비판이 컸다.

국민의당은 선거 국면이던 지난 1월 정부·여당의 파견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히며 ‘노동시장에 파장이 큰 사안이므로 노사정 합의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고 당론을 정했다. 나머지 세 법안은 수용할 뜻을 밝혔다. 선거 뒤 국민의당은 나머지 세 법은 19대 임시국회 내에라도 합의되면 우선 처리하고, 파견법은 노사정위원회를 복원해 논의하자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파견법은 물론이고 나머지 세 법도 모두 20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세 법의 경우 파견법만큼 첨예하지는 않고 개선되는 측면도 있지만, 노동시간을 사실상 연장한다거나 실업급여 문턱을 높이는 등 독소 조항이 포함돼 있어서다.

결국 새누리당이 임시국회 내에 ‘3법 분리 처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파견법을 포함한 노동 4법은 20대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를 복원해 파견법을 논의하자는 국민의당 방안에 대해 한국노총은 “새 노동법은 새 국회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파견법 등에 대해) 노사정은 9·15 합의를 통해 정한 기준과 원칙이 있으므로 노사정위에서 재논의할 이유가 없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국민의당에 보냈다.

Q. 테러방지법 개정되나?

테러방지법의 핵심은 국정원장이 ‘테러 위험인물’과 관련된 개인정보·위치정보를 포함한 각종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국정원장이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추적’(법률에 없는 개념이다)을 할 수 있다는 광범위한 조항도 포함되었다. 국정원에 과도한 권한을 주는 점과 인권침해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이 ‘추적’ 시에 국무총리에게 사전 또는 사후에 보고한다는 조항 정도만 추가된 수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실상 원안 가결이다.

ⓒ연합뉴스국정화·누리과정 예산 등이 20대 국회에서 재논의될 듯하다. 위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폐기와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는 집회 모습.

더불어민주당은 192시간의 필리버스터를 끝내며 총선 승리를 통해 테러방지법을 개정할 뜻을 밝혔다. 총선 공약집에도 ‘인권침해 요소가 많은 테러방지법 개정·보완’을 명시했다. 역시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국민의당도 총선 공약집에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테러방지법 개정’을 포함했다. 정의당은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제20대 국회 개원 직후 ‘테러방지법 폐지 법률(안)’ 발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법 개정 이전에 테러방지법 시행령 폐기에서 먼저 야당 공조가 이뤄질 수도 있다. 4월15일 국무조정실과 국정원은 테러방지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테러센터 조직과 운영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고 지역테러대책협의회 장을 관할 지역 국정원 지부장이 맡도록 하는 등 시행령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테러방지법 시행령에 대해 “국정원의 전횡과 인권침해를 막을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20대 국회가 통신자료 제공 문제를 포함해 수사기관의 도·감청 등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높다. 유선전화를 염두에 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사기관은 가입자 몰래 가입 정보를 이동통신사에 요청하고, 이동통신사는 별 검토 없이 제공하는 행태가 테러방지법 국면에서 이슈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통신제한조치 요건 강화 △긴급통신제한조치 남용 방지 △통신자료 제공에 영장주의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의당도 역시 통신자료 제공 허가 요건을 강화하고 통신제한조치 남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정부·여당이 테러방지법과 ‘쌍둥이법’이라며 통과를 압박하던 사이버테러방지법은 야 3당 공히 반대하고 있어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더라도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Q. 누리과정 예산은 누가 부담하나?

20대 국회에서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교육) 예산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전망이다. 야 3당이 모두 이 명제에 동의하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누리과정을 포함해 만 0~2세 영아 보육료, 만 0~5세 가정양육수당에 소요되는 비용 전액을 국고로 부담하게 해 0~5세 보육·교육을 100%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의당도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인상해 누리과정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의당은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1% 상향하고 특별교부금을 1% 하향해 누리과정 재원 2조1000억원을 확보하고, 중앙정부 추경 재원 및 일반예비비에서 올해 필요한 2조1000억원을 긴급 투입하겠다는 공약을 명시했다.

정부·여당이 지난 3월 발의한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법’은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야 3당 입장과 정반대다. 정부·여당은 19대 국회 통과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임기 내에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19대 국회 통과가 어렵다면 20대 국회에서라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누리과정에 쓰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은 사실상 이 논란을 끝내겠다는 정부의 마지막 승부수다. 당장 2차 보육대란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격한 대립이 예상된다. 정부·여당 뜻대로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Q.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어떻게 되나?

정부·여당이 ‘경제활성화법’으로 통과를 강력히 주장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는 19대뿐 아니라 20대에서도 불투명해졌다. 이 법은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기본법이다. 그런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서비스 산업의 범위와 다른 법률 간의 관계다. 서비스 산업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데, 보건·의료 부문이 포함되면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게 야당의 우려다. 또 의료법 등 다른 법에 적용될 길을 열어두면 이 역시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보건·의료 부문을 삭제해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 가능하다’고 견해를 같이한다. 보건·의료의 영리 추구 배제와 공공성을 명시하고 다른 법률에 대한 적용을 금지한 더불어민주당의 대체 법안이 현재 19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정의당도 같은 이유로 20대 국회에서 우선 막아야 할 새누리당 10대 악법 중 하나로 이 법을 선정했다.

Q. 개성공단 재개되나?

야 3당 모두 ‘개성공단 정상화와 남북 경협 재개 추진’(더불어민주당), ‘개성공단 폐쇄 조치 해제 및 조속한 정상화’(국민의당),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철회와 재가동 추진’(정의당) 등 개성공단을 되살리자는 공약을 내놨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총선 뒤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더민주와 협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간의 각종 적폐를 타파하겠다”라며 청문회와 국정조사 대상으로 언급한 사안 중 하나도 개성공단 폐쇄 문제였다.

하지만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바 있으면서도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확인한 안철수 공동대표가 대북정책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 변수가 될 수 있다. 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북정책은 정부의 몫이지 국회가 할 일이 아니다. 남북 문제는 정부가 이니셔티브를 쥐어야 한다. 상대가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4월15일 〈월간중앙〉 인터뷰)라고 말했다. 야당 내부에도 이견이 있는 만큼 야 3당 공조가 강하게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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