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앱(애플리케이션) 마켓 ‘성숙시장’으로 분류되는 나라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앱 생태계를 처음 접하는 신규 스마트폰 사용자가 줄어든 만큼 앱 다운로드 수도 줄어드는 데 반해 사용량과 매출은 늘어나는 시장을 뜻한다. 앱 분석업체인 앱애니코리아에 따르면 2015년 한국 앱마켓 시장에서 다운로드는 1% 성장에 불과했지만, 매출은 22% 증가했다. 이를테면 카카오톡이 평정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신규 다운로드가 줄어든 대신, ‘선물하기’ ‘이모티콘’ 따위 매출이 늘어나는 식이다.

그런 앱 마켓에서도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분야가 있다. 바로 게임이다. 2015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설치된 앱 카테고리는 게임이었다. 총 454억 건. 앱애니코리아는 2020년에는 게임 다운로드가 1022억 건을 기록하리라 전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세 모바일 게임의 자리를 놓고 매일 수많은 업체가 전투를 치른다. 텔레비전을 켜면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모바일 게임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화려해 보이지만 ‘내 게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게임이라면 모름지기 남는 시간을 ‘죽이는’ 엔터테인먼트여야 하는데, 그런 대작 게임을 하다 보면 시간을 죽이기 전에 꼭 내가 먼저 죽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다. 어마어마한 퀘스트를 깨야 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에 접근하기도 시작하기도 어렵다.

피트니스 게임 앱 워커의 홈페이지. 걸음 수를 에너지로 변환시켜 행성을 키우는 게임이다.

국민 게임이었던 애니팡과 개복치(‘살아남아라! 개복치’)가 흥행에 성공했던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함에 있다. 때마침 심심한데, 어 이거 쉬워 보이는데, 저 사람도 하는데, 그럼 나도 해볼까? 이런 바이럴 루프(viral loop:소비자가 또 다른 소비자를 불러들여 자발적으로 확장되는 방식) 전략이 통할 수 있는 최적의 게임이랄까.  

애니팡 시대도 가고, 개복치 시대도 간 요즘, 두 게임의 계보를 이을 만한 조건을 갖춘 게임 하나가 눈에 띈다. 휴대전화를 신체의 일부처럼 여기고 사는 21세기 지구인들을 위한 피트니스 게임 앱, 워커(Walkr)다. 게임의 성과를 얻는 일이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무엇보다 깔끔한 UI(유저 인터페이스)가 돋보인다. 애초 앱스토어에서만 다운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 2월부터 안드로이드 폰에서도 다운로드가 가능하다(walkrgame.com/ko).

게임 룰은 단순하다. 휴대전화를 들고 걸어라. 그저 주머니에 넣어둬도 된다. 걷는 만큼 당신의 우주가 확장된다. 워커는 일종의 ‘행성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걸음 수를 에너지로 변환시켜 지구 밖 행성을 발견하거나 키울 수 있다. 내 한 걸음 한 걸음이 에너지를 만들어 새로운 행성을 키우고, 행성에 사는 우주인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우주식당을 건설하는 데 쓰인다.

튜토리얼(tutorial·사용 지침 프로그램)을 마쳤다면 오른쪽 하단의 정사각형 박스를 눌러보자. 각종 설정 및 메뉴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 에너지 센터는 만보계처럼 오늘 하루 동안 내가 걸은 걸음 수를 보여주고, 누적 기록도 표시해준다. 나는 그저 게임을 할 뿐인데 평소 운동량까지 체크되는 셈이다.

워커가 설정해준 하루 목표 걸음은 1만 보.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이 주어진다. 워커도 여느 게임처럼 ‘현질(현금으로 게임 아이템을 사는 일)’을 할 수 있는 아이템(큐브)이 있지만, 아무리 현금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가질 수 없는 게 존재한다. 워커 속 우주에는 행성과 행성 사이를 오가며 물건을 배달하는 우주선이 있는데, 이 우주선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우주선 ‘도기’는 하루 2만 보를 걸어야만 잠금 해제가 풀리는(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다른 행성으로 보내는 택배상자를 주목하라

발견할 수 있는 행성 종류는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원소·식물·동물·음식·축제 행성(현재 모두 84개)을 건설할 수 있고, 각 행성은 그와 관련한 자원을 생산한다. 바이러스나 영혼 따위를 생산하는 특수 행성도 있는데, 이런 행성은 랜덤 행성을 선택해야만 얻을 수 있다. 행성은 7레벨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행성에 관한 정보는 워커덱스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행성의 타입과 발견한 날짜, 외계인들의 특징에 대한 귀엽고 소소한 설명이 게임의 재미를 더한다.

행성에 사는 외계인들이 먹을 토마토를 생산하는 우주식당의 종류도 스페이스 카페·라이스 쿠커·울트라소닉 주서 등 행성만큼이나 여러 가지다. 또 새로운 행성이 건설되면 위성도 동시에 발견되는데, 이 위성은 모양과 효과가 제각각이다. 정보(i) 박스를 눌러 행성과 위성을 연결시켜보자. 위성은 행성의 생산성이나 인구를 증가시키도록 돕는데, 연결과 분리가 자유로워 조합은 하기 나름이다. 행성과 위성이 ‘궁합’이 맞으면 파랗게 스마일 표시가 뜬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레 다양한 행성과 제각기 다른 우주식당을 수집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현금으로는 살 수 없는 아이템인 에너지를 얻기 위해 자꾸만 걷게 된다. 또한 두 개 이상의 행성에 생산하는 자원이 조합되어야만 할 수 있는 미션(이를테면 ‘꿀’과 ‘닭’을 조합해 허니 치킨을 만드는) 목록이 여러 개 있는데, 이 미션을 성공하면 에너지처럼 쓸 수 있는 큐브를 받을 수 있다. 에너지와 큐브는 성격 급한 사용자가 행성과 우주식당이 빨리 자원을 생산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부스트) 시간을 단축시키는 역할도 한다.

행성의 자원을 수확하면서 때때로 허공도 주목할 일이다. 보너스로 ‘와일드 큐브’를 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무료로 하루에 큐브 8개를 얻을 수 있는데, 30초짜리 광고 한 편을 보면 큐브 한 개가 지급된다. 가끔씩 행성 위로 튀어나오는 택배상자와 팔분음표(♪)는 일종의 보너스다. 택배상자와 팔분음표 아이콘을 누르면 행성이 추가로 자원을 생산한다. 또 카메라 모양을 누르면 행성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이를 SNS에 올리면 보너스를 준다.

애니팡이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면, 워커는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 로그인으로 친구들과 연결된다. 별다른 가입 절차 없이 SNS 로그인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친구를 추가하는 과정도 번거롭지 않다. 워커를 하는 내 타임라인의 친구들이 자동으로 추가(랭킹)되는 방식이다. 메뉴의 커멘드 센터에는 친구 중 3명을 추가해 ‘기장-부기장’의 관계를 맺어 친구와 에너지 저장고를 연결해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다. 별도의 수행 동작을 요구하지 않고, 게임 시스템 안에서 자동으로 공유해주는 방식이다. 또 20개 이상 행성을 갖게 되면 친구들과 ‘에픽’을 함께 즐길 수도 있다. 2~6인이 공동으로 미션을 해결하면 특수 행성을 얻게 된다.

 

 

좀비가 쫓아오는데 안 뛸 거니?

 

미세먼지만 아니라면, 걷기 좋고 달리기 좋은 계절이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여름은 다가오는데 그냥 운동을 하자니 동기 부여도 안 되고, 그렇다고 헬스장은 가기 싫은 당신의 운동을 도와줄 또 다른 앱, 좀비런(Zombies, Run!·사진)이 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길을 나서자. 뛰지 않으면, 죽는다. “너 안 뛰니? 듣고 있냐?” 급박한 무전 소리가 좀비에게 쫓기는 듯한 상황을 연출해준다. 좀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꽤 리얼하다. 힘들어서 걷다가도 좀비가 등장하면 본능적으로 달리게 된다. 운동할 때만이 아니라 지각 방지용으로도 쓸 수 있는 뜻밖의 효과.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도 집 밖으로 나오게 한다”라는 간증도 있다.

‘강심장’이라 좀비를 좀 더 많이 만나고 싶지만 ‘저질 체력’이라 빠르게 달리는 게 힘들다면 스피드를 낮추고 좀비 출현 빈도수를 높이면 된다. 좀비런과 워커를 동시에 깔아두면 의도치 않게 워커의 에너지를 얻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영어 울렁증이 있는 유저라면 영어 듣기평가처럼 느껴질 수도. 한글화를 기다려보자.

 

 

기자명 중림동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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