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고 놀까


김은숙 작가님, ‘할리퀸’ 읽으시죠?


라이트노벨, 칙릿 소설, 할리퀸 로맨스의 세계

 

라이트 노벨은 발간 초기 청소년층을 타깃으로 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뜻했으나, 현재는 청소년뿐 아니라 30대 전후까지 손쉽게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소설 이 혼재된 엔터테인먼트적 소설이라 정의할 수 있다. 실제로 라이트 노벨에 관해 연구한 일본 학자 아즈마 히로키는 라이트 노벨이 미소녀 게임과 보이즈 러브(BL) 소설에서부터, 미스터리와 SF 장르뿐 아니라 순수문학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장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소녀만화로도 불리는 순정만화 장르는 여성 취향을 가진 만화를 통칭한다. 대부분 순정만화의 여자 주인공은 평범하다. 그러나 남자 주인공은 외모나 성격, 배경 등이 특별해서 주목을 끄는 경우가 많다. 이미 드라마화해 인기를 얻었던 〈꽃보다 남자〉 〈풀하우스〉가 대표적인 순정만화라 할 수 있다. 순정만화의 전형성은 평범한 여자 주인공과 비범한 남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로부터 발생하지만, 실제로 여자 주인공 또한 평범한 타입은 아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서점의 ‘라이트 노벨’ 코너. 라이트 노벨은 장르가 혼재돼 있다.

칙릿의 칙(Chick)은 젊은 여성을 뜻하고, 릿(lit)은 문학을 뜻하는 Literature의 줄임말이다.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소설을 뜻하는 이 장르는 앞서 설명한 두 장르와는 일정 부분 다른 감성을 갖는다. 소설의 주인공이 ‘성공한 성인 여성’ 혹은 ‘이미 연애 관계에 있어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여성’들의 로맨스를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이 대표적인 칙릿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할리퀸이라는 미국 출판사에서 출판된 대중적인 로맨스 작품을 통칭하는 할리퀸 로맨스를 하나의 장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하지만 할리퀸에는 그 작품들을 꿰뚫는 일정한 법칙이 존재한다. 앞서 소개한 다른 장르에 비해 에로틱한 장면이 많을 뿐 아니라 남성의 육체를 여성의 입장에서 매우 디테일하게 기술하는 부분이 언제나 전형적이다(‘구릿빛 탄탄한 육체에서 풍겨 나오는’과 같은). 1980년대 한국에 대거 수입된 할리퀸 로맨스들은 번역투 때문에 처음 읽을 때 일상적이지 못한 대사의 유치함이 폐부를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계속 읽다 보면 특이한 어투에 빠져들게 될 수도 있다. 현재 할리퀸 로맨스 장르를 표방한 만화나 소설 장르가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는데 이 장르의 대표적인 특징은 1)외국을 배경으로 한 2)고집불통 육체파 남성과 3)말괄량이 여성이 만나 4)에로틱한 사랑에 빠져들고 5)해피엔딩을 맞는 공식을 보인다. 

기자명 중림동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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