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은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차별화한 뉴타운 정책을 펴려고 한다.

뉴타운 사업이 공공성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치 야심에 따라 추진되면서 일그러졌다는 지적은 도시계획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2002년 민선 3기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는 강북 지역의 대대적 재개발과 청계천 복원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했다. 당시 강남의 집값 폭등에 심한 박탈감을 느끼던 강북 주택 소유자에게 이명박 후보의 ‘강남북 균형발전’ 구호는 제대로 먹혔다. 2002년 10월 당시 이 시장은 은평·길음·왕십리 3개 지구를 시범 뉴타운으로 지정한 뒤 이 세 곳에 시 예산 1500억여 원을 쏟아부었다.

시범 뉴타운이 지정되자 해당 지역과 주변 땅값·집값이 폭등했다. 이는 강북 다른 지역 주민에게도 눈이 번쩍 뜨이는 유혹이었다. 이명박 시장은 권역별 형평성 논리를 앞세워 뉴타운 지역을 12곳으로 확대했다. 그 뒤로도 추가 지정 요구가 계속되자 서울시는 2005년 6월 정부에 뉴타운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
뉴타운 사업의 표심 효과를 지켜본 여야 의원도 앞다퉈 뉴타운 특별법, 도시구조개선 특별법, 도시광역개발 특별법 등을 발의했다. 이후 국회는 3개 법안을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으로 통합해 2005년 12월 통과시켰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서울시는 3차 뉴타운 10곳과 2차 균형촉진지구 3곳을 추가 지정해 현재 뉴타운 지정 지역은 모두 35개로 대폭 늘었다. 총 사업 대상지는 27㎢(약 720만 평), 서울시 전체 면적의 5%다.

결국 지난 4·9 총선을 통해 뉴타운 공약은 폭발 상태에 이른다. 뉴타운이 지정되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을 본 강북 집주인에게 뉴타운은 재산 증식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 20여 명이 강북에서 앞다퉈 뉴타운 공약을 쏟아낸 까닭도 거기에 있었다.
급기야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동작 뉴타운 추가 지정을 둘러싸고 정몽준 후보와 오세훈 서울시장 사이의 ‘밀약설’이 나오고 대통령이 은평 뉴타운 지역을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민주당, 뒤늦게 대책 마련 나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뉴타운 추가 지정 공약을 뒷받침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 고발당하는 등 홍역을 치른 오세훈 시장은 총선 뒤 진흙탕에서 빠져나오고자 시도했다. 더 이상 뉴타운 추가 지정은 곤란하다고 공개 회견에서 중심을 잡으려 한 것.

그러자 오 시장은 여야 모두로부터 공격당했다. 야당으로부터는 선거법 위반성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을, 한나라당 당선자로부터는 자기 당 소속 시장이 강북 지역구 의원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고 비난한 것이다. 정몽준 의원은 “오 시장이 뉴타운을 안 한다고 하면 직무유기다”라고 공격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오 시장이 뉴타운 추가 지정을 안 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지정권을 국토해양부로 이관하겠다”라고 압박했다. 한나라당 강북 지역 당선자 사이에서는 “오 시장에게 다음 시장 공천을 주지 말아야 한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총선 시기 뉴타운 갈증 민심에 놀라 덩달아 뉴타운 확대 공약을 내걸었던 민주당은 뒤늦게 뉴타운 폐해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민주당은 최근 ‘국민기만뉴타운공약대책특위’(위원장 이미경 의원)를 구성해 현행 뉴타운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오세훈 시장이 ‘이명박표 뉴타운’ 브랜드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정부 여당의 추가 지정 주문에 밀린다면 머지않아 ‘서울시를 망친 시장’이라는 오명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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