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 개봉 때 만나 진흙 벌판에서 싸우다 머드팩 쪼가리만 남기고 헤어졌던 역전의 용사 혹은 용녀가 다시 만났다. 〈놈놈놈〉(사진) 때문이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디 워〉 때 승부를 내지 못했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있다. 그리하여 머리 좋은 놈, 머리 나쁜 놈, 머리 이상한 놈들이 다시 흥분제를 복용하고 링 위로 뛰어오르느라 바쁘다.

1라운드. 먼저 영화를 본 평단과 기자가 게거품을 물고 침을 질질 흘리며 영화를 칭찬했다. 물론 시작은 프랑스어였다. 칸에서 카나리아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온 영화는 기자 시사회 현장을 ‘도떼기 시장’과 암표 시장과 매진 항의 시장을 만들며 화려하게 입성했다. 기자가 이럴진대 관객은 더 했다. 개봉 4일 만에 200만명이 이 영화를 보러 서둘러 극장을 찾았다.

2라운드. 〈조용한 가족〉의 김지운 감독이 만주 벌판을 뛰어다니며 만들었다는 ‘김치 웨스턴’의 뚜껑이 열리자, 김칫국부터 마시며 이 영화를 애타게 기다려온 관객의 뚜껑도 열렸다. 열린 뚜껑에서는 갖가지 김이 났다. 영화에서는 스타일 좋은 놈, 성질 나쁜 놈, 취향 이상한 놈이 맞붙더니, 영화 바깥에서도 영화 〈놈놈놈〉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들이 맞붙었다. 〈디 워〉의 망령도 덮쳤다. 신기했다. 과거 ‘디까’들은 대개 ‘놈빠’로 부활했다. 과거 ‘디빠’들은 ‘놈까’로 부활했다. 영화 〈놈놈놈〉 개봉에, 원한 서린 〈디 워〉 귀신이 벌떡 일어났다.

영화 〈놈놈놈〉은? “진짜 재미있다” “스타일 죽인다” 대 “보다 잤다” “재미 더럽게 없다”가 붙었다. “일제시대가 배경이래도 〈디 워〉의 애국주의가 없어 좋다” 대 “일제시대 애국심도 없는 놈들 그린 게 자랑이냐? 탈역사주의다”가 부딪쳤다. “〈디 워〉는 줄거리랄 게 아예 없는데 〈놈놈놈〉은 줄거리가 있다” 대 “내용 없는 건 〈디 워〉나 〈놈놈놈〉이나 매한가지”가 맞섰다. “새로운 김치 웨스턴을 만들어냈다” 대 “〈디 워〉도 SF 선구자다”가 맞섰다.

물론 다들 다른 방향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건 아니었다. 한목소리도 있다. 〈디 워〉 배우들(물론 사람만 배우는 아니다) 연기가 별로라는 데는 다들 공감했다. 〈놈놈놈〉 송강호 연기는 역시 최고라는 데 다들 공감했다. 송강호의 연기에는 다 같이 명배우를 받들어 모시는 자세를 취했다. 말 타고 장총 휘두르던 정우성의 ‘간지’에는 다들 한숨을 내쉬었다. 엄지 손가락을 꼿꼿이 세웠다. 손가락 귀신에게 붙잡혀 언제 댕강 잘릴지 모르지만?
결국 〈놈놈놈〉은 묻는다. 내 취향의 좋은 점, 나쁜 점, 이상한 점은 어디인가? 어쨌든 음악은 정말 끝내줬다. 그리고 궁금했다. 우리 영화에서 이제 좋은 년, 나쁜 년, 이상한 년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기자명 조은미 (오마이뉴스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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