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표 대학 구조개혁’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일명 ‘프라임 사업’으로 불리는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프로그램이다. 산업적 필요성에 맞춰 구조개혁을 선도하는 대학들에 대해 2016년부터 3년간 모두 6000억원 정도를 지원하기로 되어 있다. 정부가 막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대학 구조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에 참가할 대학은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기본 계획에 따라 3월 말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4월 말, 최종 선정 대학이 발표된다.

교육부가 밝힌 프라임 사업의 취지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저출산으로 인한 입학 인구 감소에 대학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한마디로 입학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이하 인력수급전망)’에 따르면, 2014년 입학 정원을 유지할 경우 2024년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 정원 대비 약 16만명 모자라게 된다.

ⓒ연합뉴스2015년 중앙대는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가 교수 등의 반발을 샀다. 위는 당시 교수들의 항의 기자회견.

둘째, 국가의 ‘인력 미스매치(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 수요를 반영해 학사 구조를 개편한다. 노동시장에서 선호하는 전공 중심으로 정원을 이동시키라는 뜻이다. 고용노동부의 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사회계열 및 사범계열의 인력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반면 공학계열과 의학계열에서는 인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게 된다. 셋째, 창조경제 부문과 미래 유망산업 등 특정 분야의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융합 전공’을 장려한다.

이러한 ‘산업 수요’와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구조 개혁을 하는 대학에는 교육부가 1년 최대 3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프라임 사업은 ‘대형(사회수요 선도대학) 유형’과 ‘소형(창조기반 선도대학) 유형’으로 나뉜다. ‘대형 유형’의 경우, 가장 우수한 대학 한 곳에 2016년 한 해 동안 300억원을 지원한다. 그리고 8개 대학을 추가로 뽑아 150억원씩을 배분하게 되어 있다. 대학 측은 정부의 인력 수급 전망을 기초로 입학 정원의 10% 또는 최소 200명 이상을 조정해야 신청 가능하다. ‘소형 유형’은 창조경제와 융합 전공을 강조한다. 창업학과, 신기술 및 융합 전공 등에 입학 정원의 5% 또는 최소 100명 이상을 이동시켜야 한다. 소형 유형은 10개 대학을 뽑아 2016년 한 해 동안 각각 50억원씩 지원한다(〈표 1〉 참조).

교육부가 프라임 사업 계획을 처음 발표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심사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시하는 ‘산업 수요’에 맞춰 학사 개편을 해야 한다. 2월25일 〈한국대학신문〉 조사에 따르면 프라임 사업 대형은 26개 이상, 소형은 40개 이상 대학이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주요 대학 중 서울대·연세대·고려대는 프라임 사업에 불참하는 대신 인문대학 지원 사업인 ‘코어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학과 구조조정 논란에 ‘홍역’ 앓고 있는 대학가

필연적으로 2015년 대학가는 끊임없는 학과 구조조정 논란에 홍역을 앓았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길 원하는 대학들이 앞다투어 학과 통폐합 및 신설을 통한 정원 이동을 꾀했다. 그러나 충분한 소통 과정 없이 급하게 진행된 구조조정 계획은 학내 구성원의 반발에 부딪혔다. 구조조정 ‘역풍’을 맞았던 대학들은 사업신청 기간 한 달을 앞둔 지금도 프라임 사업 신청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26일 중앙대학교는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입학 정원을 학과 단위에서 계열 단위로 넓혀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에 유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전체 정원 148명을 줄이려고 했다. 중앙대 구조조정 학생공동대책위원회는 “비인기 학과의 폐과를 유도하고 인기 학과의 과열 경쟁을 부추겨 교육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중앙대 교수협의회 역시 “학문적 성격이 강한 기초학문과 순수학문, 예술 분야를 대학에서 퇴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학교 측은 학교가 제시했던 구조조정 안을 철회하고 대학본부·교수·학생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재논의를 시작했다. 2월17일 교수협의회는 대표자회의의 논의 내용을 공개했다. “학교 본부는 프라임 사업을 추진할 것에 대해 합의할 것을 요청했으나 교수 대표들은 차후 회의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장기 발전 방향의 청사진 없이 재정 부족 해결 등의 단기적 목적만 중시해서는 안 된다”라며 선을 그었다.

 

경희대의 경우 구조조정에 대한 학내 반발로 인해 프라임 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 중이다. 지난해 12월1일 한균태 경희대 부총장은 경희대 총학생회와의 면담에서 “입학 정원의 15%에 해당하는 725명을 학문 단위로 개편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때 한 부총장은 신설 융합학과의 예시로 “국문학과와 전자전파공학과를 합쳐서 웹툰창작학과를 신설하는 방안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학교본부와 총학생회는 지난 1월11일 프라임 사업과 관련된 논의를 무효화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인하대 역시 지난해 11월12일 문과대학 9개 학과 중 3개 학과(한국어문학과·중국언어문화학과·사학과)만 남기는 방향의 구조조정 안을 정했다가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해 12월14일, 현승훈 인하대 총학생회장과 김선엽 문과대 학생회장은 무기한 단식 농성을 선언했다. 결국 단식 4일차인 12월17일 최순자 인하대 총장은 문과대 구조조정 안을 철회했다. 그럼에도 인하대는 학내 구성원에게 보낸 총장 신년사 등을 통해 프라임 사업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밝히고 있다.

대학본부가 학내 구성원들의 ‘구조조정 역풍’에 민감한 이유가 있다. 경쟁이 치열한 프라임 사업 선정 평가 심사를 할 때 ‘대학 구성원 간 합의’ 여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사업계획서 중 ‘정원 감소 분야에 대한 대책’과 ‘대학 구성원 간 합의 및 참여 유도 방안’ 항목이 평가 점수 100점 만점에 6점을 차지한다. 또한 대학 구성원 참여제를 운영한 경우 3점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대학들이 학내 구성원들의 소통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큼 사업 선정에 불리해지는 셈이다.

융·복합한다며 신설했다가 2년 만에 폐과하기도

한편에서는 프라임 사업 자체의 효과를 둘러싼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먼저 입학 정원을 공학 전공 중심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타당한지에 대한 지적이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한국의 공학 전공자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표 2〉 참조). 미국 과학재단이 2014년 발간한 ‘과학 및 공학 지표’는 주요 국가의 공학, 자연과학, 사회·행동과학 전공자 비율을 비교하는 자료다(2010년 기준). 이에 따르면, 한국의 공학 전공자 비율은 23.9%로 자연과학 전공자의 2배, 사회·행동과학 전공자의 5배였다. 조사 대상인 12개국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영국·미국·인도의 경우 기초과학 분야로 볼 수 있는 자연과학 전공자가 공학 전공자보다 2.5배 이상 많았다. 그러나 한국 고용노동부의 인력 수급 전망은 자연계열 전공자가 초과 공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연계열 전공을 늘릴 경우 프라임 사업 선정에는 불리해진다.

ⓒ연합뉴스2015년 2월27일 이화여대 학생들이 신산업융합대학 신설과 구조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한 인력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아질 것이라는 공학계열의 취업률은 이미 4년째 소폭 하락 중이다(〈표 3〉 참조). 물론 인문계열에 비하면 공학계열의 취업률이 15% 정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학계열 전공자들의 내부 경쟁이 지속적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핵심적 이유가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공을 불문하고 취업률이 다 낮은 상태다. 기본적으로 일자리가 마련되지 않는 문제가 가장 크다. 범정부 차원에서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이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단기 유행을 따라 ‘융합학과’를 만드는 것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건국대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며 동물생명과학대의 바이오산업공학과를 폐과하겠다고 밝혔다. 건국대 바이오산업공학과는 2013년 ‘융·복합 시대의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고 미래 성장 분야의 학문 수요를 이끈다’는 명목으로 신설되었다. 그런데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이 정원 감축과 공학 전공 강화에 초점을 맞추자 불과 2년 만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덕환 〈교수신문〉 논설위원(서강대 화학과 교수)은 지난 2월2일 ‘엉터리 융·복합의 환상’이라는 칼럼을 통해 융·복합 학과들이 늘어나는 세태에 대해 “알량한 지원금을 앞세운 교육부의 무차별적인 강요에 무릎을 꿇어버린 무책임한 대학들이 만들어낸 풍경”이라고 비판했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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