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의 시대다. 대중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곳곳에서 다양한 알고리즘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사용자의 관심사를 추정해 적절한 상품을 추천하거나 광고를 노출시키는 방식이 익숙한 예다. 해외여행 블로그를 한동안 검색했다면 여행 광고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광고에 뜰 수 있다. 필자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는 핀테크나 데이터 분석 관련 광고가 수두룩하게 떠 있다. 하다못해 택배 배송에도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배송 동선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물품을 순서대로 적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진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논란도 함께 커져갈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인자동차와 관련해 언급되는 ‘전차의 딜레마(Trolley Dilemma)’다. 멈출 수 없는 전차를 운전 중인데 철로 위에 노인이 넘어져 있다. 노인을 살리기 위해 전차를 탈선시켜야 할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노인을 치고 지나가 전차 승객들을 살려야 할까? 만약 쓰러진 노인 한 명이 아니라, 열댓 명이 동시에 걸려 있는 상황이라면? 프랑스 툴루즈 경제학과 연구팀이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 중 다수는 5명을 구하는 선택보다 50명을 구하는 선택을, 500명을 구하는 선택보다 5000명을 구하는 선택을 선호했다. 많은 사람들이 도덕적 딜레마에 처할 때 양적 공리주의자가 된다.

ⓒ연합뉴스기술이 발전할수록 ‘전차의 딜레마’ 같은 게 문제가 된다. 위는 자율주행차 도로주행 시연 장면.

흔히 ‘터널 딜레마(Tunnel Dilemma)’라고 불리는 또 다른 문제를 보자. 무인자동차가 1차선 터널 안을 가로막은 술주정뱅이를 맞닥뜨렸고, 주정뱅이를 살리면서 안전하게 피할 방법은 없다면, 무인자동차는 차 주인의 안전을 위해 주정뱅이를 치고 가야 할까? 아니면 주정뱅이를 살리기 위해 차와 주인의 안전을 희생해야 할까? 무인차 구매자 처지에서는, 자신보다 술주정뱅이의 안전을 우선하는 알고리즘이 탑재된 무인 차를 사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주정뱅이가 사고를 당했다면 사법 당국과 보험 당국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차 주인에게? 알고리즘 설계자에게? 아니면 차에서 수동으로나마 통제하지 못한 탑승자에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알고리즘·기계가 낳은 잉여, 어떻게 재분배할까

알고리즘이나 기계를 통해 창출된 이익의 배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 있다. 무인자동차가 도입된다면 오피스텔에 투자하듯이 무인 택시에 투자해 월세 수익을 거두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최근 주목받는 로보어드바이저 등 알고리즘을 활용한 매매가 대중화되면 트레이더나 펀드매니저의 영역이 위축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창출된 잉여는 알고리즘이나 기계의 소유권 및 통제권을 가진 인간에게 귀속된다. 재화와 용역을 제공해 잉여를 창출하는 생산수단으로서의 알고리즘과 기계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경제력 격차는 더욱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소유권을 넘어 알고리즘과 기계가 창출해낸 잉여를 사회적으로 재분배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핀란드와 네덜란드의 기본소득 도입 논의나, 미국의 벤처 인큐베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의 기본소득 연구 지원 등이 주목받는 이유다.

자동차 도입이 활발해진 배경에는 헨리 포드의 생산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도 있었지만, 브레이크로 대표되는 안전장치 강화와 도로 폭 제정, 신호등 도입 등의 제도 정비도 큰 몫을 했다. 기술 발전과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이 불러올 다양한 문제에 대해 먼저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연구와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잊지 말자. 기술혁신은 그 사회가 가진 문화와 거버넌스의 역량에서 온다.

기자명 이종대 (옐로데이터웍스 전략담당)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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