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1월6일 처음 상륙하고 한 달이 지났다. 첫 한 달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호기심에 가입해본 사람들이 많을 텐데 두 번째 달부터는 유료로 전환된다. 월 사용요금은 화질이나 동시 시청 가능 여부에 따라 8달러에서 12달러 사이다. 한 달에 1만원 안팎인 한국의 경쟁 서비스에 비해 아주 비싼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 같은 한국 콘텐츠가 크게 부족하고 〈빅뱅 이론〉이나 〈모던 패밀리〉 따위 잘 알려진 미국 드라마도 많지 않다. ‘미드’ 골수팬이 아닌 대중이 넷플릭스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에서 넷플릭스를 오랫동안 사용해본 사람으로서 나는 결국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2001년 넷플릭스가 DVD 대여 서비스를 할 때 처음 고객이 됐으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 넷플릭스를 이용해왔다. 다음은 오랜 고객인 내가 생각하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결국 성공할 이유다.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넷플릭스의 접속 초기 화면. 넷플릭스는 스마트폰·랩톱 등 여러 기기에서 재생 가능하다.

‘한국 안착’을 예상하는 네 가지 이유

첫째, 넷플릭스는 단기 승부에 연연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지난 1월 한국을 포함한 130개 국가로 서비스를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동시 진출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에 진출한 것이기 때문에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한국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한국에서 초기 반응이 시원찮다고 서비스를 접을 것이 아니란 얘기다. 글로벌 전략을 한국에서도 장기적으로 밀어붙일 것이다.

둘째, 압도적인 사용의 편이성이다. 결제에 액티브X도 필요 없고 한번 로그인해두면 다음부터 귀찮게 다시 물어보지도 않는다. 스마트폰이든 태블릿이든 랩톱 컴퓨터든, 어디서 어떤 브라우저로 봐도 재생이 잘된다. 기기를 옮겨가면서 봐도 이전 기기에서 보던 장면이 그대로 이어져 편리하다. 광고도 전혀 없다. 이런 편리함을 경험한 한국 고객들은 넷플릭스를 쉽게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다.

셋째, 다양한 넷플릭스만의 독점 콘텐츠다. 넷플릭스 한국 서비스에는 화제작 〈하우스 오브 카드〉가 아직 빠져 있지만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나르코스〉 등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개성 넘치는 오리지널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그리고 계속 추가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콘텐츠 구매 및 제작비용으로 6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에 제작비 5000만 달러(약 600억원)를 투자한다고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향후 한국 드라마 프로덕션을 통해 한국 드라마 시리즈를 직접 제작할 가능성도 크다. 나중에 넷플릭스에서 〈응답하라 1988〉 같은 히트작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넷째, 결국 젊은 세대의 TV 시청 습관이 지금의 실시간 시청에서 보고 싶을 때 즉시 보는 온디맨드(On Demand) 시청으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어린아이들이 TV와 넷플릭스를 동일시한다는 얘기도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은 침체된 한국의 콘텐츠 산업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새로운 글로벌 TV 네트워크로 떠오르는 넷플릭스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 한국 콘텐츠를 세계로 유통시킬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강남 스타일〉이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를 휩쓸었던 것처럼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타고 글로벌하게 인기를 얻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넷플릭스는 매너리즘에 빠진 국내 방송 시장이나 인터넷 동영상 시장에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국내 사용자들이 불편한 불법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하기보다는 넷플릭스 같은 정액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됨으로써 동영상 불법복제 시장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기자명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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