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중국 경제는 시한폭탄?


진퇴양난이 따로 없군


투기꾼들의 협공 작전, 통하였느냐

 

아베도 ‘엔고’에 떨고 있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2월5일 현재(종가 기준 2763.49), 지난해 12월31일(3539.18) 대비 21.9%나 하락한 상태다. 지난해 정점(5178.19)을 찍었던 6월12일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46.6%)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기자본들이 중국 경제를 맹렬히 협공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중국의 통화인 위안화 가치를 폭락시키는 것이다(투기꾼들의 협공 작전, 통하였느냐 기사 참조).

아직 중국 본토에서는 위안화 거래에 규제가 많다. 그래서 투기자본들은 규제 없는 홍콩에서 위안화를 대규모로 빌린 뒤 팔아치우고 있다(공매도).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결사 항전 중이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홍콩에서 유통되는 위안화를 긁어 들인다. 그동안 축적한 외환보유고를 풀어 위안화를 사들이는 방법이다. 또한 중국 내 은행들에 지시해서 본토에서 홍콩으로 나가는 위안화 흐름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홍콩의 위안화 공급이 경련하듯 줄어들면서, 지난 1월12일에는 홍콩의 ‘은행 간 위안화 금리’가 평소의 10배 정도인 66.82%(다음 날 다시 8%로 하락)까지 치솟기도 했다.

ⓒAP Photo중국 주가가 급락한 1월11일 중국 안후이성 푸양의 한 증권사에서 투자자들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정부 개입을 통해 투기자본과 팽팽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투기자본과 글로벌 경제 전문 미디어들은 일제히 외환시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개입을 비판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경제의 침몰로 위안화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믿음을 퍼뜨린다. 이런 믿음 자체가 위안화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있다.

투기자본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회장은 지난 1월 말 다보스포럼에서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피할 수 없다”라며 ‘위안화 폭락’을 기정사실화했다. 중국의 경착륙에 따라 글로벌 차원에서 불황이 더욱 심화되고(주요 국가들의 주식시장이 폭락), 러시아·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국들은 물론 중국과 긴밀히 연관된 아시아 국가들 역시 경제적 난관에 처한다는 시나리오도 내놓았다. 소로스 자신은 주요국 주식시장, 원자재 생산국, 아시아 국가 등에 투자했던 자금을 미국 국채로 옮길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국채란 ‘국가가 돈을 빌렸다’는 증서(채권)다(아베도 ‘엔고’에 떨고 있다 기사 참조). 2000년대 이후 호황을 누렸던 각국의 주식은 물론 원자재 생산국 및 아시아 국가들의 각종 금융상품이 몰락한다면, 투자자들이 믿을 것은 미국·일본 같은 경제대국의 국채밖에 없다. 수익률은 낮지만, ‘경제대국의 정부가 빌린 돈’인 만큼 돌려받지 못할 위험은 매우 낮을 것이다. 그래서 세계적 차원에서 불황의 심화가 예상되는 시기에는, 미국이나 일본·독일 등 경제대국의 국채 수요가 오히려 폭증하고 그 가격 역시 치솟게 된다. 소로스가 ‘중국의 경착륙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가 예상된다’는 신호를 세계 금융시장에 맹렬히 타전한 것이다.

투기자본들이 위안화 절하에 베팅하는 까닭

투기자본들이 위안화 절하에 ‘베팅’하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금의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높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이 올라갔다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간의 지위에나 금융상품에나 함께 적용될 수 있는 상식이다.

2000년대 들어 세계 최대의 수출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환율 조작을 통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왔다는 의심을 받았다. 미국은 수시로 중국에 위안화 가치를 높이라고 압박했다. 지난해 8월 중순, 위안화 가치가 폭락하자 상당수 국내외 언론들은 ‘수출 실적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췄다’고 중국 정부를 비난했다.

사실과 완전히 다른 주장이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위안화 가치를 계속 절상해왔다. 2015년 말 현재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2005년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 매년 3%포인트 이상 절상했다. 그 결과,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남은 것은 절하뿐’이라고 추측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지난해 8월 중순, 인민은행이 외환시장에 강력히 개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인민은행이 한 일은 ‘위안화 팔자(가치 절하)’가 아니라 ‘위안화 사자(가치 절상)’였다. 인민은행은 필사적으로 위안화 가치의 하락을 저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AP Photo투기자본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위)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물경제 측면에서도 위안화 하락을 예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5년 만에 최저인 6.9%였다. 이마저도 조작되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업 재고 등의 통계 수치를 근거로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2~5% 정도로 평가하기도 한다.

더욱이 성장률 하락이 현실화되면서 중국의 총부채 규모가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계나 국가경제에서 부채란 설사 규모가 만만치 않다고 해도, 벌어들이는 수입이 충분히 늘어나고 있다면 큰 문제로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입이 줄거나 늘어나는 속도가 지체되는 시점에는 큰 문제가 된다.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면서 시스템 자체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정부, 지방정부, 기업 등이 진 부채는 모두 28조 달러 규모다. 지난해 중국 GDP(11조2000억 달러)의 2.5배 정도다. 중국의 외채는 1조50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중국 같은 큰 시장에서 불안 요소의 증가는 주식과 채권, 통화 등의 가치가 크게 변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투기자본들에게는 ‘큰 장’이다. 투자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금융상품의 가치가 올라도 벌고 떨어져도 횡재한다. 위안화에 집중 베팅하고 있는 이유다.

중국 정부가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은 1979년의 개혁 개방 이후에도 금융 부문에 대해서는 강고한 관리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2000년대 이전까지 외국인들은 위안화를 만지기 힘들었다. 달러나 엔 같은 외국 돈을 위안화로 바꾸거나 중국 기업의 주식을 매입할 수도 없었다. 중국의 통화(위안화)를 투기 대상으로 삼기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물론 외국 돈을 위안화로 바꾸는 방법이 있긴 했다. 중국 정부로부터 투자 허가를 받으면, 이 나라 내로 가져간 외환(달러·엔·유로 등)을 인민은행에 주고 위안화를 받아 공장을 세우며 임금도 지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민은행은 엄청난 외환보유고를 쌓았다. 중국의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은 외국 자본이다. 외국 자본이 들어오지 않으면 중국 경제가 위기에 처한다는 말도 된다.

한편, 2000년대 이후 중국 경제가 크게 성장하면서 ‘위안화 국제화’가 일종의 국정과제로 대두된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국제화된 통화는 달러다. 달러만 있으면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상품을 살 수 있다. 달러는 어느 나라의 통화와도 바꿀 수 있고, 이에 따라 어떤 나라의 금융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다. 그래서 달러는 가장 인기 높은(수요 많은) 통화이고 그 가치 역시 일정하게 유지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과욕으로 세계경제가 파탄 나도 정작 달러의 가치는 오히려 오른다. 세계경제가 불안할수록, 달러화를 가져야 자산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 중 달러의 비중을 가장 높게 유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 정부 역시 위안화를 달러 같은 기축통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위안화에는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있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중국인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위안화를 보유하고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위안화로 살 수 있는 주식과 채권도 많아야 한다. 그러나 2000년대 이전에는 외국인들이 감히 위안화에 접근할 수 없었다. 결국 중국 정부는 외국인들의 위안화 보유를 허용하고, 특히 홍콩 등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에서는 외국인들도 위안화를 은행에 예금하거나 대출할 수 있다. 예금-대출 금리 역시 중국 본토와 달리 시장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투기자본들이 홍콩에서 위안화 투기를 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중국 정부는 또한 외국인들이 중국 본토 내 기업들의 주식도 일부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위안화 국제화’로 인해 중국 경제가 빠진 모순  

이런 노력의 결과, 중국은 지난해 10월 위안화를 SDR(IMF 특별인출권)에 편입시키는 쾌거를 이룩했다. 다만 엄청난 희생을 감수했다(〈시사IN〉 제415호 “중국, ‘통화 바스켓’ 골인할 수 있을까?” 참조). SDR에 편입되는 통화는 ‘국제적으로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자본 통제를 단계적으로 포기하겠다고 국제사회와 약속했다. 외환이 중국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또한 인민은행이 외환시장 개입을 줄여 위안화 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보장해야 했다. 그러나 시기가 매우 좋지 않았다. 지난 2~3년 전부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저하되면서, 위안화가 하락 추세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의 위안화 폭락 역시 인민은행이 SDR 편입을 위해 시장에 덜 개입했다가 발생한 사고였다.

결국 중국 경제는 모순에 빠졌다. 외국 자본이 중국을 빠져나갈수록 성장 전망 역시 약화된다.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추세라면, 외국 자본이 중국으로 들어오기를 꺼리게 된다. 예컨대 1달러가 6위안일 때 1억 달러를 중국에 투자하면 6억 위안을 손에 쥘 수 있다. 만약 몇 달 뒤 위안화 가치가 1달러에 12위안으로 떨어져버리면, 그 6억 위안의 가치는 5000만 달러로 떨어진다. 외국인 투자자로서 위안화 가치 하락은 앉아서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반대로 위안화 가치가 오른다면, 외국인들은 투자 자체로 이익을 보게 된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외국인들의 중국 투자가 급속히 증가한 것도 위안화 가치가 계속 오르리라는 예측 덕분이었다.

ⓒAP Photo위안화 국제화의 대가는 컸다. 이를 주도한 시진핑 주석(왼쪽)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더욱이 위안화 하락이 계속된다면, 외국 자본들은 이미 중국에 투자해놓은 돈까지 달러 등 외환으로 바꿔서 중국 밖으로 빼낼 것이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면, 외환보유고가 줄게 된다(인민은행이 외국인들의 위안화를 받고 보유 외환을 내줘야 하기 때문). 중국 정부는 더 이상 위안화 하락을 용인할 수 없다. 그러나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시장 개입을 완화하면 그 가치는 계속 절하될 것이다.

이미 자금들의 중국 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SDR 편입을 위해 ‘위안화의 자유로운 거래(국경 간 이동)’를 어느 정도 허용한 것은, 물탱크의 밸브를 연 것과 같았다. 중국 외환관리국(SAFE)에 따르면, 2014년 말 3조8430억 달러였던 외환보유고가 지난해 말에는 3조3303억 달러로 줄었다. 1년 만에 5000억 달러나 감소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줄어든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다. 더욱이 지난 1월에 다시 1000억 달러 정도가 유출되었다(진퇴양난이 따로 없군 기사 참조). 시진핑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또 하나의 난제는 중국 내 금리 문제다. 중국 처지에서는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 그러나 금리가 낮아지면, 외국 자본은 더욱 들어오지 않고 국내의 자금은 해외로 나갈 것이다. 그렇다고 외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금리를 높이면 국내 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이다.

2016년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의문 중 하나는 ‘중국 정부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 중국의 구조개혁이다. 중국 본토에서 금리 통제 등 각종 금융 규제를 완화하고 폐지해서 외국 자본이 들어와 놀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방법이다. 특히 주요 중국 기업들의 주식을 외국인도 자유롭게 대량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자금 유입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지금은 중국 내 기업의 지분 중 극소수만 외국인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경제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은 소리다. 자칫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둘째, 위안화 국제화 전략을 잠정 중단하는 것이다. 외국 자본이 중국 내로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을 일정하게 통제하면 된다(자본 통제). 이렇게 하면 국내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할 수 있고(자본 통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내리면 대규모 자금 유출 사태가 초래될 것이다), 위안화 환율 역시 시장에 맡기기보다 중국 경제의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국제사회에서 미국 같은 기축통화를 가지겠다는 중국의 야망은 일단 좌절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

셋째,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단번에’ 위안화 가치를 대폭 절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가 봐도 ‘위안화 가치가 너무 낮으므로 앞으로는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할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마크 하트는 ‘단번에 50%’ 정도 위안화를 절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큰 손해를 보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기보다는 위안화 가치의 재상승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중국은 1조5000억 달러 정도의 외채 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1조5000억 달러는 현재 환율에서 9조8000억 위안 정도인데, 만약 위안화를 50% 절하한다면 상환금이 두 배인 19조6000억 위안으로 껑충 늘어나게 된다. 더욱이 중국의 위안화 대폭 절하는 다른 경쟁국들과의 통화전쟁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스위스 헤지펀드 회사인 줄라우프 자산운용의 회장이며 글로벌 투자 ‘구루(현자)’로 평가받는 펠릭스 줄라우프는 독일 경제 전문지 〈피난츠 운트 비르트샤프트(Finanz und Wirtscha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경제를 감돌고 있는 경제위기의 진원지이며, 중국의 현재 상황은 2008년 미국의 주택시장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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