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남자 선생님이 상담실로 뛰어올라 와 다급하게 말했다.

“선생님,  좀 어떻게 해주세요!”

는 멋대로 수업시간에 늦게 들어가거나 학교 규칙을 아랑곳하지 않고 행동해 교내 상담실에서 심리상담 중인 학생이었다. 그날도 아이는 종 치고 나서 한참 있다가 수업시간에 늦게 들어갔다. 담당교사가 아이를 복도에 잠시 세워놓았다가 늦은 이유를 물으려 나가 보니 이번에는 자기 맘대로 또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화가 난 교사가 아이를 야단치는 중에 급기야 학생이 교사에게 욕을 하고 덤볐다. 교무실 근처에서 교사와 학생이 거의 ‘맞짱’을 뜨다시피 한 상황이 벌어지자 말리던 교사 중 한 분이 달려온 것이다.

학교 규정에는 교직원에게 불손하게 대한 학생에 대해 최대 ‘사회봉사’까지의 벌을 내릴 수 있게 되어 있지만 는 이미 그전에도 많은 사건·사고로 징계를 받았고 또다시 선도위원회가 열리면 받을 수 있는 벌이 ‘권고 전학’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담당교사도 그런 극단적인 상황으로 아이를 몰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결국 ‘용서하겠다’고 묻어버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아이는 복장 불량을 지적한 또 다른 남교사한테 대들면서 “선생님이 먼저 내 멱살을 잡았으니 경찰에 신고할 테다”라고 고함을 질렀다.

ⓒ박해성 그림

뿐 아니다. 무단결석을 해놓고는 가짜 약봉지를 가지고 와서 거짓말을 하다가 담임교사에게 야단을 맞자 교사에게 욕을 한 또 다른 아이도 있었다. 학생이 교사에게 욕설이나 폭언을 퍼부은 사건이 지난해에 유난히 많이 일어났다.

사실 이전에는 언론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의 드잡이가 일어났다는 기사를 읽으면 교사가 학생을 함부로 대한 건 아닐까, 생각했음을 고백한다. 우리 학교가 비교적 평화로웠던 것은 대체로 교사들이 학생들을 존중하는 가운데 서로 다정다감한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지나치게 자만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도 한다.

현재 규정 안에서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학교를 휘저은 아이에 대해 학교는 어떤 조처를 취할 수 있을까? 교사에게 욕설을 하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미 교내 상담실에서 그림책 읽기 및 미술치료 상담, 외부 기관 연계 상담을 해왔고 교장·교감이 학부모를 대상으로 상담 및 인성교육 연수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취해왔던 아이들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교내 봉사 등의 징계도 받았던지라 현재의 규정 안에서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교사들은 이들을 전학 보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교육청이 나서서 전학을 설득했지만 학부모들은 되레 언성을 높이면서 절대 전학을 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방학 직전 마지못해 두 아이가 전학을 가고 나서야 일단락되었지만 수업시간에 그들의 빈자리를 보면 마음이 씁쓸하다. 못난 짓을 하고 나서 조금 지나면 자기 행동을 후회하던 녀석들의 숙인 고개도 떠오르고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던 여러 선생님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이 “쟤들은 아무리 심한 행동을 해도 어차피 잘리지도 않는 거 아니냐”라고 수군거리던 모습도 같이 떠오른다.

혹자는 부모가 집에서 인성교육을 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구조적 원인으로 인해 많은 가정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학부모나 학생 개인의 인성에만 호소해서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러면 누군가는 학교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거냐고 일갈하지만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일반적인 수준의 상담 혹은 외부 상담기관과 연계해주는 일밖에 없다. 전학도 피해를 입은 이를 위한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교사에 대해서든 같은 학생끼리든,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서 이제는 좀 더 전문적이고 정책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무서운 예측이지만 이런 일은 앞으로 점점 더 많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지난해가 답답한 게 아니라 앞으로가 암담하다.

기자명 안정선 (경희중학교 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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