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2~23일 열린 스위스 다보스 포럼은 현재의 산업적·기술적 국면을 ‘4차 산업혁명’으로 정의했다. 속도와 범위 그리고 시스템에 가해지는 충격이 그 이전 세 번의 산업혁명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의 산업혁명도 사회구조와 개인의 삶에 급격하고 파괴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하지만 지금의 변화는 산업구조와 사회구조만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를 대체하는 기술, 인간을 뛰어넘는 지적 존재의 출현 가능성도 검토 대상이 되는 상황이다. 물론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등장과 관련해서, 10년 혹은 수십 년 내에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등장을 예측하는 것은 다소 성급해 보인다.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복잡한 지능적 판단과 감성을 모방하기에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미래학자인 차원용 박사(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는 인간과 비슷한 인공지능의 출현을 상당히 먼 시점으로 예측한다(최근 IBM이 연구 중인 트루노스(True north)의 인공 뉴런은 4800만 개로 구성되는데, 단순히 뉴런 숫자만 따져도 인간 두뇌 대비 겨우 2000분의 1 수준이다).

500만 개 일자리를 대체할 로봇과 알고리즘

다만 인공지능이 생쥐 정도의 판단력만 있어도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파괴적이기에 무시할 수 없다. 가장 크고 가시적인 영향은 일자리의 급격한 축소다. 다보스 포럼은 앞으로 5년 내에 주요 15개 나라에서 일자리 50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확하게는 일자리 700만 개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200만 개 만들어진다. 이전의 기술혁명이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혁명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에서는 기존 일자리가 로봇과 알고리즘으로 대체된다.

ⓒAP Photo2015년 7월15일 일본 나가사키 현 사세보에 문을 연 ‘헨나 호텔’ 프런트에서 로봇이 접수를 받고 있다.

다보스 포럼의 발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세계 석학들과 주요 인사들이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인한 파괴적 변화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고 공인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빌 게이츠처럼 낙관적인 시각도 있지만, ‘어떻게?’라는 질문에는 별다른 답이 없다. 그래서 다보스 포럼 이후 전체적으로 인류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논조가 많아졌다. 더 나아가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시민권을 얻어가는 듯하다. 비록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위험이 과장되어 있지만, 현재의 기술적 변화에 발맞춘 사회구조의 대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각한 양극화와 파국이 예정되기 때문이다. 일자리 감소 문제에만 집중하자면 역사적으로 지금과 비교 가능한 때가 있다. 고대 그리스 말이다. 고대 그리스는 노예제를 기반으로 직접민주주의를 실행하면서 인류 문명을 꽃피웠다(노예제에 대한 윤리적 판단은 논외로 하자). 그리스인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정교한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줄어든 필요노동시간만큼 학문·정치·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로봇과 자동화의 시대는 우리에게 비슷한 환경을 제공한다. 생존 활동에 최소한의 노동을 투여하고 나머지 시간을 자아실현에 사용하거나 사회 공공 활동에 많은 시간을 참여하는,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도 있다. 즉 인류 역사에 전례 없는 사회적·문화적 전성기를 만들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 우리는 SF 영화에서 그리는 극단적 양극화의 파국적 상황과 사회의 다수가 자아실현을 하며 공존하는 새로운 사회, 즉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갈림길에 서 있다. 기존의 모든 패러다임을 재검토하는 혁명적 발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자명 전명산 (정보사회 분석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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