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시작부터 참 ‘무도스러웠다’. 처음 〈무한도전〉(무도) 2015 특별기획전 아이템으로 하하와 광희가 ‘무도 엑스포’ 기획안을 제출했을 때 다른 멤버들은 “상암 MBC 앞에서나 해라” 하고 핀잔을 줬다. 하지만 눈 밝은 제작진은 이를 놓치지 않고 아예 제대로 판을 벌였다. 〈무한도전〉이란 애초에 그런 프로그램 아니었던가. 무심코 던진 말이 씨가 되어 정준하의 일본 내 인기를 알아보기 위해 당일치기로 일본에 날아가고, 알래스카로 교민 김상덕씨를 찾으러 가고, 생과메기 2㎏을 김 없이 먹으면서 10년을 버텨왔다.  

멤버들의 우려와 달리 무도는 역시 무도였다. ‘무도 엑스포’ 티켓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예매 사이트가 마비되고, 인터넷 카페에서는 일부 인기 시간대 입장권에 웃돈을 얹어 파는 암표상까지 나타났다. 현장에서도 개장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이 늘어섰다.

입구에서 관람객을 반기는 것은 거대한 ‘무도리(무한도전 마스코트)’와 멤버들의 영상이다. 매년 열리던 〈무한도전〉 사진전처럼 식스맨, 토토가, 무도 큰잔치, 해외 극한 알바, 바보전쟁 등 지난 한 해 〈무한도전〉 촬영장의 면면을 담은 사진을 볼 수 있다. 곳곳에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을 담은 패널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월도 마련돼 있다.

‘무도 엑스포’는 1월31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 체험전 형식보다 기념촬영 장소로 머문 점은 다소 아쉽다.

‘토토가’ 편에서 가수들이 등장하기 전 1990년대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탔듯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통로를 지나면 “2005년(〈무한도전〉의 전신 〈무모한 도전〉이 첫 방영된 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본격적인 체험전이 시작된다. 초창기 〈무모한 도전〉에서 선보였던 ‘지하철 대 사람 100m 달리기 시합(2회, 22회)을 본떠 지하철 영상과 함께 속도를 겨룰 수 있다. 조정 특집(257~261회)에서 통뼈 데프콘마저 고개를 젓게 만들었던 ‘로잉 머신’도 체험해볼 수 있다. 실제로 기계 위에 앉아보면 건장한 청년들도 마음처럼 쭉쭉 당기지 못하니 집에서 조정 특집을 복습하며 ‘유느님’ 유재석의 정석 자세를 익혀오길 권한다. 못다 핀 아이돌의 꿈이 있었다면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마음껏 춤추고 노래해도 된다. 즉석에서 〈무한도전〉 가요제에 출연했던 가수들의 영상과 합성해 마치 〈무한도전〉에 자신이 출연한 듯한 영상을 만들어준다. 모든 영상은 스튜디오 바깥의 모니터로 생중계되기 때문에 부끄러움은 스스로 극복할 몫이다.

무도 엑스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무한상사(297회)’ 세트장이다.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길 인턴의 자리는 황광희 인턴이 대신했다. 편의점 간식과 음식점 전단지로 너저분한 정형돈 과장의 책상, 증모제(흑채)가 올려진 박명수 차장의 책상이 짠함을 자아낸다. 간혹 병가 중인 정 과장의 자리에서 간식 탈취를 시도하는 관람객이 있는데 책상에 단단히 부착돼 있으니 어리석은 시도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혼자여도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무도 엑스포가 당초 의도했던 체험전 형식과는 달리 대부분의 부스가 기념촬영 장소의 기능에 머무르는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1회차당 입장객 수를 2000명으로 제한했지만 로잉 머신 같은 인기 체험에는 수십명씩 줄을 서 있기 때문에 모든 체험을 마치려면 2시간20분으로 제한된 관람 시간이 빠듯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아예 하루에 2개 회차를 연이어 예매해서 느긋하게 즐기고 오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전시장 안에서 김밥이나 어묵 같은 간식을 판매하지만 워낙 사람이 붐비는 데다 서서 먹는 간이 테이블밖에 없으므로 가족들과 함께라면 식사는 밖에서 해결하는 편이 좋다.  

혹시나 ‘솔플(솔로 플레이)’의 어색함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혼자서 잘 놀 수 없는 곳이면 애당초 이 지면에 소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곳곳에서 셀카봉과 함께하는 나홀로 관람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사진을 찍고 있으면 〈무모한 도전〉 시절을 연상케 하는 흰색 타이즈 차림의 진행요원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와 자연스럽게 함께해준다. 혼자여도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무도 엑스포는 2016년 1월31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 현장 판매는 이뤄지지 않으며 반드시 인터넷으로 사전에 예매해야 한다.

 

 

박스 기사

국민 예능, 국제앰네스티 상을 받다

 

〈무한도전〉 10주년을 기념해 추억에 젖고 싶지만 ‘무도 엑스포’를 찾지 못해 아쉬운 이들이라면 〈무한도전〉 팬들 사이에서 ‘레전드’로 꼽히는 에피소드를 복습해보자. 지금보다 훨씬 풍성한 머리숱의 명수 옹, 20대 시절에는 더 겁이 없었던 ‘상꼬맹이’ 하하와 함께 10년 전에도 텔레비전 앞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우리의 추억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10년간 방영된 460여 편 중 어느 한 편을 최고라고 단번에 꼽기는 어려운 일. 먼저 숫자로 증명되는 ‘레전드’는 역대 〈무한도전〉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극 〈이산〉 보조출연 특집(88회)이다. 2008년이 시작되면서 반장선거로 만년 2인자 박명수가 유재석을 제치고 새로 반장에 뽑힌 뒤 ‘박 반장’ 체제에서 시작한 첫 에피소드. 하지만 정작 〈이산〉 촬영장에서 박명수는 주모를 ‘니모’라고 부르거나 사립문을 현관문이라고 부르는 어이없는 NG를 거듭하다가 단번에 OK 사인을 받아낸 유재석에게 배역을 빼앗기고 만다. 10주년을 맞아 시청자들이 뽑은 다시 보고 싶은 특집 1위를 차지한 무인도 서바이벌(59~60회)도 자타 공인 ‘레전드’다. 녹아내리는 새장 속 아이스크림을 꺼내기 위한 멤버들의 3D 정신과 무한 이기주의가 웃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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