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시사IN〉 대학기자상


몸으로 써내려간 대학 잔혹사


다양한 기획의 고민들 조금은 아쉬운 완결성

 

제7회 〈시사IN〉 대학기자상에 240여 편의 기사가 출품됐다. 이 가운데 1·2차 내부 심사를 거쳐 학내 취재 보도 부문 9편, 사회 취재 보도 부문 6편, 방송 부문 4편, 특별상 부문 한 편이 최종 심사에 올랐다. 사진 보도 부문은 이번에도 편집국 심사를 뚫지 못했다. 지난해 12월22일 〈시사IN〉 편집국에서 최종 심사가 열렸다.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 안주식 한국PD연합회장, 이숙이 〈시사IN〉 편집국장이 참여했다. 비교적 수월하게 수상작이 결정되었지만 일부 부문에서는 격론이 오갔다.

● 학내 취재 보도 부문

올해도 대상은 학내 취재 부문에서 나왔다.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대학생들의 절실한 주제를 담아낸 ‘죽어라 말하는 우리의 주거’(가톨릭대학교 〈가톨릭대신문〉 배도현)가 별다른 이견 없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총학생회의 비리를 지적한 ‘총학이 움켜쥔 거짓 장학금 명단’(한동대학교 〈한동신문〉 박천수)이 차점을 받아, 이 부문 수상작이 되었다. 이 밖의 후보작은 다음과 같다. ‘비리로 얼룩진 우리 대학 학생들의 리더’(조선대학교 〈조대신문〉 황치웅), ‘초일류 대학의 민낯’(중앙대학교 〈중앙문화〉 노치원 외), ‘사이버 강의 이용한 부정행위’(경북대학교 〈경북대신문〉 이승연), ‘서울대 성폭력 실태진단’(서울대학교 〈서울대저널〉 정민주), ‘단톡방 언어 성폭력 사건’(국민대학교 〈국민대저널〉 유지영), ‘저상버스’(서울대학교 〈서울대저널〉 안미혜), ‘강의실 대여 문제’(중앙대학교 〈잠망경〉 이재정 외).

ⓒ시사IN 신선영12월22일 최종 심사가 열렸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맨 왼쪽), 이숙이 <시사IN> 편집국장(왼쪽 두 번째), 안주식 한국PD연합회장(오른쪽 두 번째),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맨 오른쪽)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박종률 회장(박):올해로 세 번째 심사인데 다른 해보다 색다른 게 부족했던 것 같다. 학내 쪽은 부정 비리 이슈가 많았다. 대학 사회도 세속화된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총학생회 비리와 관련된 작품이 두 개 올라왔는데 〈한동신문〉 기사는 보도 후 총학생회가 사과하고 조치를 취했다. 취재에 따른 결과물이 뚜렷해 완결성을 보여준다. 〈조대신문〉은 열심히 비리를 나열했지만 거기서 그친 아쉬움이 있었다. 성폭력 문제를 다룬 〈국민대저널〉은 수고를 많이 한 기사라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좋은 점수를 주었다.

안주식(안):전반적으로 대학 내 민주주의의 후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총학 비리 관련해서는 〈조대신문〉의 기사가 잘 읽혔다. (기업이 대학을 인수한 후의 풍경을 조망한) 〈중앙문화〉가 다룬 주제는 외부에서도 보도가 많이 된 큰 이슈다. 대학 언론에서 기록을 남긴 건 칭찬할 만하다. 〈국민대저널〉 성폭력 기사는 좋은 소재이긴 한데 논점이 잘 안 보였다. 〈가톨릭대학보〉의 주거 기사는 소재를 잡아내는 능력과 분석적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이숙이(이):대학생들이 주거 문제로 고민이 많은데 주변 친구들의 주거 현실을 꼼꼼하게 조사했다. 주제의 절실함과 들인 발품, 완결성 면에서 돋보이는 기사였다.

남재일(남):사이버 강의를 다룬 〈경북대신문〉의 경우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되었는데, 사건 기사에 그친 점은 아쉽다. 강사법 시행 등 구조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못했다. 인터넷 강의의 관리 문제를 엮어도 좋았을 것 같다.

● 사회 취재 보도 분야

6개의 후보작 중 체험 형식을 앞세운 ‘우리는 이슬람을 얼마나 알까’(고려대학교 〈고대신문〉 유민지)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후보로는 ‘금수저가 최고다?’(서울대학교 〈서울대저널〉 정민주), ‘편입학 기획’(고려대학교 〈고대신문〉 강수환), ‘언제까지 일일이 안내견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할까요?’(고려대학교 〈고대신문〉 강수환), ‘노동기획’(서울시립대 〈서울시립대신문〉 김태현), ‘공대생 졸업 작품, 인터넷 카페서 사고팔고’(경성대학교 〈CIVIC NEWS〉 배수철) 등이 올랐다.

:편입생들이 겪는 차별의 실상을 지적하고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짚어낸 〈고대신문〉의 기사에 점수를 많이 주었다. 금수저 이슈를 다룬 〈서울대저널〉은 설문조사 결과를 나열한 데 불과했다는 한계가 보였다.

:수준이 비슷해 작년에 비해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편입학 기사는 내 경우 좀 낮은 점수를 줬다. 시간강사 문제나 편입학 문제는 개선의 소지가 적은 대표적인 분야다. 약자를 부각시키는 게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기사만 봐서는 그렇게 차별받는 것 같지 않다. 심사할 때마다 느끼는데 우선순위 기준이 없어서 어렵다.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저널리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용기 같다. 고발 기사나 약자를 대변하는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기사가 나오기까지 기획-취재-기사 작성-보도 후 반응 이렇게 4단계가 필요하다. 이번에는 기획 단계들이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예전에 사회 보도 분야를 보면 너무 뻔한 주제가 나오곤 했는데, 학내 분야도 그렇고 이번엔 다양한 기획의 고민들이 느껴졌다.

:이슬람 문제를 다룬 〈고대신문〉과 수저계급론을 짚은 〈서울대저널〉에 최고점을 주었다. 전자의 경우 체험 형식의 기사가 신선했다. 후자는 아주 모범적인 기사다. 개인적으로는 이슬람 소재가 더 눈에 띄었다. 소재 선택의 안목도 판단해야 하는데 IS 테러를 대학 생활에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대학신문다웠다. 창의성 측면에서 좀 더 기운다.

● 방송 부문

방송 부문에서는 유난히 심사위원의 시각이 엇갈렸다. 취향의 차이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격론 끝에 학내 이슈를 토크쇼 형식으로 구성한 ‘막걸리네’(경희대학교 〈대학의 소리 방송국(VOU) 이정민 외)가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이 밖에도 뉴욕의 성 소수자, 장애인 이슈를 다룬 ‘뉴욕에서 소수를 묻다’(이화여자대학교 〈EUBS〉 박유진 외), 각각 대학 구조조정과 총장 선거 문제를 다룬 ‘대학 구조조정, 근본적인 치료법일까’(서울대학교 〈서울대저널〉 박나연 외)와 ‘9월의 캠퍼스 어느 교수의 유서’(중앙대학교 〈잠망경TV〉 장민경 외)가 후보에 올랐다. 오리엔테이션 비용이라는 생활밀착형 주제를 다룬 〈VOU〉는 다소 가볍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말을 갖고 놀면서’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표현 방식의 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잠망경TV〉는 학내 민주주의의 후퇴를 교수의 죽음으로 상징화해 대학 사회에 메시지를 던졌다. 대학생으로서 보기 드문 눈썰미를 보여주었다는 찬사를 얻은 반면, 내러티브가 부족하고 뚜렷한 각이 안 보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대학 구조조정을 다룬 〈서울대저널〉은 성실한 취재가 돋보였지만 전형적인 구성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 특별상

대학 언론의 편집권 침해는 더 이상 ‘사건’이 아니다. ‘대학 언론 발전에 크게 기여한 매체 또는 인물’을 뽑은 특별상 부문에 매년 ‘작년에 본 듯한’ 성격의 지원이 이어지는 건 씁쓸한 일이다. 올해는 1950년 창간 이래 처음으로 발행 중단 사태를 겪은 동국대학교 〈동대신문〉이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지난 3월, 총장 선출 과정을 둘러싸고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 기사를 내려다 인쇄 직전, 발행이 중단되는 사건을 겪었다. 동국대 자체가 지난해 종단의 외압 논란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이슈에 올랐다. 총학생회 집행부가 단식을 하는 등 사안이 커지면서 외부의 관심도 이어졌다. 〈동대신문〉은 발행 중단을 겪은 이후에도 눈 돌리지 않고 관련 보도를 이어나가는 한편, 편집권 침해 이슈를 외부에 알리는 데에도 적극적이었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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