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지난 8월25일, 미국 조지아 주 릴번 시 인도 힌두교 사원 BAPS에서 인도인들이 개원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보수적인 미국 남부 문화가 남아 있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의 작은 도시 릴번. 이곳에서 지난 8월26일 눈에 익지 않은 광경이 벌어졌다. 수많은 인도인이 줄을 지어 릴번 외곽에 위치한 하얀색 신전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힌두교 사원(BAPS Shri Swaminarayan Mandir)이었다. 인도 바깥에 있는 힌두교 신전이 전세계에 5개밖에 없는데 그 중 가장 큰 것이 이 BAPS 사원이다. 타지마할을 연상시키는 이 사원이 8월26일 역사적인 개관식을 했다.

이 사원을 짓는 데 들어간 돈은 자그마치 1900만 달러(190억원)가량이다. 터키산 석회암과 이탈리아산 대리석, 그리고 인도산 사암으로 구성된 신전을 짓는 데 들어간 시간은 불과 18개월. 하지만 건물 내 외곽의 모든 벽돌 면에는 사람 손으로 판 그림과 조각상이 자리잡고 있다. 직접 보면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내는 예술품이다. 3D 퍼즐 조각처럼 이 신전은 총 3만4000조각을 하나로 모은 거대한 건물이다. 이 신전의 언론 홍보 담당자 릭 데사이는 “이곳은 총 130만 인시(人時, 사람 수와 시간을 합친 단위) 이상을 들여 건축한 힌두 신전(Mandir)이다. 하지만 힌두교인 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방문할 수 있는 장소다”라고 설명했다. 1000년이 지나도 설계된 이 건축물은 개관식 첫 주에만 8000명 이상이 방문했다고 한다. 힌두교인 뿐만 아니라 일반 미국 시민도 구경차 방문한다고 했다. 필자가 9월 중순에 찾았을 때에는  평일임에도 미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구경하러 왔다는 릴번 시민 앤 메리필드 씨는 “정말 아름답다. 새로운 이국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영어 잘하고 높은 교육열이 성공 원인

이 BAPS 사원 건립은 단순히 종교 이상의 의미가 있다. 미국 내 인도인의 사회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상징인 것이다. 미국 내 인도인의 수는 2000년에서 2005년 사이에 38%나 늘어나 현재 300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양보다 질이다. 미국 정부 산하 인구 조사 기관 (U.S. Census Bureau)의 2000년 조사 자료에 의하면 미국 내 인도인은 모든 인종을 통틀어 가장 교육을 잘 받았으며 급여 수준도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평균 연령도 가장 어렸으며, 화이트칼라 직종에 종사할 가능성도 가장 높은 인종으로 꼽혔다.

이 조사에 의하면 인도인의 평균 연령은 30.3세로 미국 평균 35세와 아시안 평균인 33세보다 현저히 낮았으며, 학사 이상의 학력 소지자는 63.9%로 44%를 기록한 아시안 그룹과 24.4%인 미국 전체 비율을 크게 상회했다.

인도 남자의 평균 연봉 또한 5만1900 달러로 최상위였으며, 60% 이상의 인도인이 미국 내에서 임원급인 것으로 나타나 이 부문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인도인은 모범 시민이다. 대부분 가정 환경이 좋고 교육열이 높을 뿐 아니라,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잭 볼턴 릴번 시장의 말이다. “대다수의 인도인은 영어도 불편 없이 잘 구사하지만, 여타 이민족처럼 다소 폐쇄적인 이민자 사회를 따로 만들기보다는 일반 미국 사회에 순화해 살려고 노력한다”라고 볼턴 시장은 설명한다.

한 예로 미국 내 가장 교육열이 높다는 보스턴에 거주하는 인도인의 수는 지난 2005년 자료 조사 결과 5만5840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18일자 보스턴 글로브에 보도된 기사에 의하면, 1960년대 초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인도인 이민자들은 대부분 최고 교육 수준을 자랑하는 하버드 대학이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나왔으며, 놀랍게도 보스턴에 거주하는 인도인 50% 이상이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었다.

그 결과, 이미 7년 전인 2000년(최근 자료)에 인도인 가정별 평균 소득이 7만2000 달러로 여타 인종보다 월등히 높았다. 매사추세츠 주 내 총 인도인 수는 1990년에 비해 두 배 가깝게 늘어났다. 인도인 친선 모임들이 주최하는 인도 전통 축제 디왈리(Diwali)나 다른 힌두교 행사가 보스턴 시내에서 왕성하게 펼쳐진다.  매년 8월에 실시되는 인도인의 날 (India Day)에는 1만명 이상의 인도인들이 축제를 벌인다.

인도인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과 발 맞춰 인도 기업의 미국내 진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8월27일 인도 최대의 IT회사 와이프로(Wipro)는 애틀랜타에 5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연구 사무소를 차린다고 발표했다. 인도 최대의 재벌 그룹 타타는 부속 기업이 총 98개인 대기업인데, 이 회사 또한 막대한 자본력을 이용해 미국 내 사업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말 미국 포드(Ford) 사가 소유하고 있는 재규어(Jaguar)와 랜드 로버(Land Rover) 사를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그렇다면 인도가 특히 미국 내에서 이렇게 빠른 성장을 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첫째, 영어이다. 인도는 영국 신민지라는 역사적 배경으로 영어가 힌두어와 함께 모국어 수준이다. 영어는 인도에서 고급 언어로 취급받는다. 대학에서는 영어로 수업을 가르치고, 모든 고급 비즈니스 용어도 영어이다. 자연히 서구 문화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고, 비즈니스를 하는 데도 장애가 덜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대다수 미국 내 인도인은 교육 수준이 매우 높은 환경에서 이민 오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또는 미국회사에 스카우트되어 오는 경우가 많다.

아직 미국에서 인도 출신은 라틴계나 다른 민족에 비해 수적으로는 많지 않다. 하지만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질적 수준에서는 다른 국가 출신을 압도하고 있다. 머지않아 아메리칸-인디안 세력이 미국을 움직이는 주요 집단으로 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자명 애틀랜타=김의준 (자유기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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