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 함께 수많은 초기 기업 투자회사가 생기면서 ‘좋은’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려면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가 활발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애플·구글·페이스북이나 중국의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는 경쟁적으로 스타트업을 거액에 인수하고 있다. 매각에 성공해 투자자금을 회수한 벤처캐피털과 창업자들은 또 다른 새로운 투자와 창업에 나서면서 선순환을 이루어나간다. 이와 관련해 2015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일어난 일 가운데 의미 있는 세 가지를 꼽아보았다.

첫 번째는 5월에 발표된 다음카카오의 록앤롤 인수다. 다음카카오는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만든 스타트업 록앤롤의 지분 100%를 626억원에 인수했다. 그동안 한국의 대기업은 스타트업 인수에 인색한 편이었다. 스타트업을 비싼 값에 인수하느니 그 스타트업이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기업에서 직접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 스타트업의 핵심 인재만 빼내오려고 시도한다. 실제로 수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급변했다. 모바일 업계는 빠르게 변화한다. 속도가 생명이다. 입소문을 타고 몇 달 만에 수백만명이 다운로드하는 앱도 드물지 않게 개발된다. 이런 앱을, 관련 소프트웨어 역량이 없는 대기업에서 개발한다고 해도 스타트업만큼 고객의 입맛에 맞게, 빠르게 만들고 성공시킨다는 보장이 없다.

ⓒ연합뉴스최근 금융위원회는 카카오은행(위)과 케이뱅크에 인터넷 전문은행 면허를 내줬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택시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김기사를 인수했다. 경쟁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좋은 제품을 인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련 역량을 가진 팀을 통째로 들여오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다음카카오의 행보가 인수·합병에 소극적인 대기업에도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지난 6월 일본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10억 달러(약 1조1728억원)를 투자한 사실이다. 소프트뱅크는 모바일 커머스 중에서 쿠팡의 빠른 성장세와 모바일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쿠팡은 단번에 1조원이 넘는 현금을 수혈받으면서 몸값이 5조~6조원으로 뛰어올랐고, 이를 통해 벤처 투자자가 우선 투자하기를 바라는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지닌 ‘유니콘’ 스타트업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소트프뱅크의 ‘쿠팡’ 투자가 낳은 또 다른 효과

이는 해외 투자자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있다. 한국에 거액을 투자해도 될 만큼 급성장하는 매력적인 스타트업이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해외 투자자에게 수백억원의 투자를 받은 우아한형제들·미미박스·쏘카·직방 등이 ‘넥스트 유니콘’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또 성장할 것이다.

세 번째로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창업 붐을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한국 스타트업계에서는 핀테크가 뜨거운 키워드였다. 지급결제, 개인 간(P2P) 대출, 자산관리, 인증 등의 분야에 새로운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했다. 은행·카드사·증권사 등 금융기관은 핀테크 스타트업과 제휴하고 투자하는 방향을 모색했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에 인터넷 전문은행 면허를 내줬다. 가장 보수적이고 변화에 느린 금융업계가 스타트업에 진출한다는 게 상징적이다.

2015년은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하기 좋은 한 해였다. 2010년부터 등장한 모바일 기반 스타트업이 2016년에는 본격적인 성장기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자명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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