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진흙에 던져진 유승민 연꽃을 피울까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증언자


최경환 씨는 알까? 중진공의 애틋한 마음을


철학의 빈곤, 막말 수준의 언사


‘대륙의 실수’ 바람 한번 거세네


집밥이 별건가유 이렇게 하면 쉽쥬?


동양인 편견에 대한 결정적 한 방


세 살배기 주검 앞에 지구가 울었다


흙수저 입에 물고 ‘노오력’ 해봤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015년 박근혜 대통령에 견줄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었다. 정치력이나 인기 기준이 아니다. ‘막말 수준’에서 다른 모든 정치인을 압도했다. 올 한 해 〈시사IN〉 ‘말말말’ 코너가 가장 사랑한 인물이 바로 김무성 대표였다. 그래서일까. ‘최악의 인물’ 경쟁에서도 김 대표는 돋보였다. 대한민국을 역주행시키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가장 잔혹하다는 평을 듣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 ‘성완종 스캔들’로 낙마한 이완구 전 총리 등을 제쳤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역사적 재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시기다.” 새해 첫날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김무성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한 해 정치적 행보를 미리 알리는 말이었다. 이승만 사랑은 계속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 자리로 앉혀야 한다.” “역사는 공(功)과 과(過)가 있는데 과를 너무 크게 생각했다. 이제는 공만 봐야 한다.”

그의 노력은 빛을 봤다. 정부가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자 김무성 대표는 물 만난 고기처럼 ‘명언’을 쏟아냈다. “(현 검정 교과서는) 좌편향이 심해서 악마의 발톱 같은 존재다.” “정권이 열 번 바뀌더라도 안 바뀔 중립적 교과서를 만들겠다.” 백미는 9월2일 교섭단체 연설이다. “긍정의 역사관이 중요하다. 자학의 역사관, 부정의 역사관은 절대 피해야 한다. 우리 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라고 억지를 부리는 주장은 이 땅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여당 수장이 입법부 최고 권위의 연설 자리에서 학문의 영역인 사관(史觀)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인 것은 대통령과 정부였지만, 배척의 논리를 부르짖고 바람잡이 노릇을 한 이는 여당 대표였다.

타인을 적대시하는 그의 ‘말’은 노동에 대해서도 같은 스타일을 고수한다. 민주노총을 향해 “무법천지 만드는 시위꾼”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쇠파이프로 두들겨 패지 않았나. 그런 일 없었다면 (국민소득) 3만 달러 넘어갔다”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에 대해서 적대적 시각을 드러냈다. 심지어 11월9일에는 서울 강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런 말까지 남긴다. “전국이 강남 수준이면 선거할 필요도 없다.”

ⓒ연합뉴스7월17일 이승만 50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여당 대표로 정부의 실책을 견제하기는커녕…

김무성 대표가 2015년 ‘최악의 인물’로 선정된 것은 비단 말 때문만은 아니다. 여당 대표로서 정부의 실책을 견제하기는커녕 최소한의 완충작용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무성 지도체제 아래서 새누리당은 ‘정부 뒤치다꺼리 정당’이 되어버렸다. 공무원연금, 역사 교과서 국정화, 예산안 통과, 노동5법 개정 논란에서 새누리당의 생존법은 하나로 수렴됐다. 어떤 논리를 대서라도 대통령을 비호할 것. 그러자 대통령의 화법도 하나로 귀결됐다. “(정부의 좋은 뜻을) 국회가 발목 잡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데, 여당은 ‘가만히 있으라’는 대통령의 말을 충실하게 따르기에 급급했다. 김무성 대표는 그런 여당의 생존 법칙을 묵인하거나, 가장 먼저 실천했다.

청와대의 ‘유승민 찍어내기’ 국면이었던 7월8일,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와 이래됐노. 한번 안아줄게.” 유 원내대표는 끝내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김 대표는 청와대에 백기투항에 가까운 자세를 보이며 직을 유지했다. 그 덕일까? 김무성 대표는 여전히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당 대표 임기가 끝나는 2016년, 김 대표의 정치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그러나 빈곤한 정치 철학, 책임감 없는 언사는 그의 ‘가능성’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다. 더 큰 정치인이 되기에, 올 한 해 그의 족적은 너무나 가볍고 얕았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