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진흙에 던져진 유승민 연꽃을 피울까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증언자


최경환 씨는 알까? 중진공의 애틋한 마음을


철학의 빈곤, 막말 수준의 언사


‘대륙의 실수’ 바람 한번 거세네


집밥이 별건가유 이렇게 하면 쉽쥬?


동양인 편견에 대한 결정적 한 방


세 살배기 주검 앞에 지구가 울었다


흙수저 입에 물고 ‘노오력’ 해봤자

 

11월14일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 집회에 참석한 68세 농민이 경찰 버스로 다가가 버스에 묶인 밧줄을 잡아당겼다. 어지러이 쏟아지던 살수차의 물대포 줄기가 움직여 그를 직격했다. 농민이 쓰러졌다. 물줄기는 쓰러진 농민을 겨눠 몇 초간 더 쏟아졌고, 그를 구하러 나선 이들도 물세례를 받았다. 농민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수술을 받았다. 그는 한 달이 넘도록 의식불명 상태다.

공권력이 시민을 물대포로 조준 사격해 중태에 빠트렸지만 책임자들은 침묵했다. 사건 열흘 후인 11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 농민에 대한 언급 없이 그날의 시위대를 테러단체 IS(이슬람국가)에 견주었다. 직접 책임자인 강신명 경찰청장은 11월23일 국회에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적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사실관계와 법률관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사과를 한다는 것은… 결과가 중한 것만 가지고 ‘무엇이 잘못됐다, 잘됐다’라고 말하는 건 이성적이지 못하다.”

공권력이 이 농민의 비극을 지우려 애쓰는 동안 시민들은 그를 기억했다. 12월5일 2차 민중총궐기의 집회 대오는 늘 가던 청와대 방향으로의 돌파 시도 대신 방향을 틀어 그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병원으로 향했다. 딸인 백도라지씨와 백민주화씨는 도착한 대오를 맞이해 무대에 올라 울먹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연합뉴스11월14일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백남기씨가 경찰이 조준 사격한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공권력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나라

〈시사IN〉이 선정한 사회 분야 올해의 인물은 농민 백남기씨다. 그는 한국 사회를 뒤흔든 지도자도, 새로운 물줄기를 연 혁신가도 아니지만, 2015년 한국 사회의 민낯을 가장 가혹한 방식으로 드러낸 증언자다. 도로교통법이 헌법에 우선하고, 공권력의 잘못으로 사람이 쓰러져도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농민 백남기씨는 서울대병원에 누운 채, 몸으로 증언한다. 백씨의 두 딸은 집회 발언과 내·외신 인터뷰 등을 통해 “우리 아버지 상태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의사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되풀이해 말했다.

12월10일 법원은 백남기씨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증거보전 신청을 받아들였다. 경찰은 사고 당일 살수차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과 살수 수압 설정 기록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백남기씨의 가족은 12월10일 “직사 살수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백남기씨 외에 사회 분야 올해의 인물 후보로는 충격적인 피습을 당한 이후로도 의연하게 대처했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해고무효 소송에서 최종 패소해 7년 싸움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KTX 여승무원들, 올해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했던 ‘김영란법’의 제안자 김영란 전 대법관 등이 거론되었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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