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진흙에 던져진 유승민 연꽃을 피울까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증언자


최경환 씨는 알까? 중진공의 애틋한 마음을


철학의 빈곤, 막말 수준의 언사


‘대륙의 실수’ 바람 한번 거세네


집밥이 별건가유 이렇게 하면 쉽쥬?


동양인 편견에 대한 결정적 한 방


세 살배기 주검 앞에 지구가 울었다


흙수저 입에 물고 ‘노오력’ 해봤자

 

 

우리 사회가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지난 6월. 정치권은 ‘유승민 사태’로 몸살을 앓았다. 사태를 촉발한 건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그녀는 6월25일 ‘배신의 정치’라는 격한 용어를 사용하며 여당의 원내대표인 유승민을 찍어냈다. 정부가 제출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등을 고칠 수 있도록(국회법 개정안) 야당과 합의해준 것에 대한 ‘진노’였다.

유승민은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봤지만, 청와대는 이를 삼권분립 원칙 위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누가 삼권분립을 위배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정부의 뜻에 엇박자를 놓은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승민 사태의 시발이었기 때문이다.

‘배신의 정치’ 발언 이후에도 2주가량 버텼던 유승민 의원은 7월8일 원내대표직을 내려놓는다. 그 이후 정부·여당의 모습은 모두가 보는 대로다. 박 대통령의 ‘유아독존’ 정치는 기세등등해졌고,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청와대 앞에 바짝 엎드리고 있다. 최근 청와대가 여당 출신 국회의장에게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 처리를 ‘압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여당은 청와대를 편들고 나섰다.

유승민 사태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질문을 던졌다.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대통령이 여당의 원내수장을 몰아내는 것이 정상인가.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시사IN〉이 정치 분야 올해의 인물에 유승민 의원을 꼽은 것 역시 이런 문제의식의 발로다. 이재명 성남시장,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등도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시사IN 이명익7월8일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지난 2월 원내대표 취임 이후 유승민의 정치는 본격 시작됐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선언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이때부터 ‘박근혜와 유승민의 전쟁’은 막이 올랐다.

돌이켜보면 유승민의 존재는 새정치민주연합에 공포 그 자체였다. 재벌 개혁, 증세, 중부담 중복지 등 새정치민주연합의 노선을 거침없이 치고 들어왔다. 유승민의 ‘신보수 노선’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진보 진영에 혼란을 초래하리라는 게 야권의 고민이었다. 실제로 야권 지지층에서 그의 인기가 치솟았다. 유승민의 퇴장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승민 축출’ 이후 청와대의 강경·보수 드라이브

‘유승민 축출’ 이후 새누리당은 확장력을 잃었다. 앞서 지적했듯 박근혜 대통령의 강경·보수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세력이 사라졌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노동 개혁 등 이념 대립 성격이 강한 이슈들을 밀고 나가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아직 뚜렷한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권의 몇몇 인사들과 당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아직은 수면 아래 이야기다. 대구 동구가 지역구인 그로서는 내년 총선에서 살아 돌아오는 게 급선무다. 당장 ‘친박’을 자처하는 이재만(청와대 총무비서관인 이재만과는 동명이인) 전 동구청장이 그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12월16일 한 여권 인사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유승민 의원은 “요즘 좀 외롭다. 나와 같이 힘을 합쳐서 좋은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라는 인사말을 남겼다.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유승민 의원은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매일 묻는다.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다”라고 말했다. 교섭단체 연설만큼이나 울림이 큰 사퇴의 변이었다. 지금은 차가운 진흙 바닥에 던져진 처지인 유승민 의원이 세상을 바꿀 기회를 다시 얻을 것인가. 내년에도 그를 주목하는 이유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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