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위조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씨 소식이 연일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사적 관계가 밝혀지고 교수 임용 비리 등이 드러난 가운데, 정부 부처의 그림 구매 과정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권력형 메세나’로 새롭게 규정되고 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 바람을 잠재울 호재로 보고 야당과 보수 언론은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그러나 신정아 파문을 ‘몸풍’으로 규정하려는 무리한 시도가 역풍을 부르고 있다. 문화일보가 신씨의 누드 사진을 게재한 것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신정아 파문으로 대통합민주신당은 울상이다. 그나마 시원찮았던 경선 흥행이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싸움판이 심심해지면서 싸움판 밖의 대기 선수가 주목되고 있다. 바로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다. 그가 대선 무풍지대(無風地帶)가 된 범여권을 ‘문풍지대(文風地帶)’로 바꿀 수 있을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불어라 '몸풍'

무풍지대를 문풍지대로!

이박투구 2라운드

유일무이냐? 이이제이냐?

재벌 회장의 영어 표기는 휠체어맨?

이전투구(泥田鬪狗)보다 훨씬 격렬했던, 끝난 줄 알았던 ‘이박투구(李朴鬪狗)’가 한나라당 시·도당 위원장 경선을 놓고 재현되고 있다. 청와대에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며 ‘사면노가(四面盧歌)’에 처했다고 엄살을 부렸던 이명박 후보, 이제 ‘사면박가(四面朴歌)’에 시달릴 차례인 듯하다.

박근혜 전 대표 말고도 이명박 후보를 괴롭히는 사람은 많다. ‘추풍으로 이명박을 떨어뜨리겠다’며 추풍낙이(秋風落李)를 외치던 추미애 전 의원의 호언장담은 무위로 그쳤지만 ‘유시민이 뜨니 이명박이 진다’는 유일무이(柳一無李)의 공언이 남아 있고, 후보 단일화로 ‘이해찬으로 이명박을 제압한다’는 이이제이(以李制李) 역시 더욱 힘을 받은 상황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한국의 재벌은 문제만 생기면 휠체어로 탈출한다”라고 조롱했다. 최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 그보다 전에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불법 증여로 검찰수사를 피해 국외로 도피했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6년여간 국외를 떠돌다 구속 수감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한보 비리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이들 모두 언론에 노출될 때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이들이 휠체어를 타고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지은 죄가 많아 다리가 후들거려 도저히 서 있을 수 없어서 휠체어를 탄다는 설도 있고, ‘체어맨’이라 원래 의자를 좋아한다는 해석도 있다. 어쨌거나 한국의 재벌을 일컫는 ‘chaebol’이라는 영어 단어가 만들어진 데 이어 한국의 재벌 회장을 일컫는 말로 ‘wheelchairman’이라는 말이 새로 생길 것 같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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