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고 놀까


[검은사제들] 속 강동원이 걷던 길 걸어볼까

강동원이 부른 그 성가

 

 

뜻밖의 흥행 영화가 있다. 신인 감독의 입봉작, 비주류 소재, 여름도 아니건만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전통적인 영화계 비수기인 11월 개봉.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 한 달 만에 누적 관객 500만명을 넘었다. 영화 〈검은 사제들〉 이야기다.

영화는 서울, 그중에서도 명동이나 한강 다리 등 친숙한 공간을 로마가톨릭교회의 구마의식이라는 낯선 사건의 배경으로 삼는다. 영화를 본 관객은 그 공간 자체가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더 구체적으로는 주인공들이 착용한 수단과 묵주반지, 신자도 들어가기 어려운 수도회와 신학교의 내부 공간, 구마의식에 사용된 묵주, 향로·종·영대 등 각종 제구들이 그 경험으로 이끄는 장치가 된다.

생소한 의식과 그만큼이나 익숙지 않은 여러 장치들은 관객에게 가톨릭 자체에 대한 오컬트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교황청은 구마사제들이 속한 국제퇴마사협회를 공식 인준했고, 영화 속 의식은 실제 구마예식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하니, 현실의 가톨릭 모습에 궁금증이 솟아날 법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톨릭은 신비주의 집단이 아니다. ‘보편적’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카톨리코스에서 명칭이 유래되었을 만큼 보편성을 주요한 가치로 삼는다. 20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거치며 유연성을 터득한 종교다. 현대 가톨릭은 영화 대사 중 “인간의 빛나는 이성과 지성으로”라는 말처럼 당대의 가치인 합리주의와 인본주의에 입각해 있다.

한데, 그 독특한 ‘장치’들은 다 뭐란 말인가. 이는 오랫동안 가톨릭이 감각을 통한 체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종교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말도 생각도 다른 이들과 소통하려면 언어 이외의 방법들이 필요했다. 예수의 뜻을 담은 그림과 조각이며 건물(시각), 음악(청각), 분향과 향유(후각), 예수의 의식을 재현한 미사(촉각·미각을 포함한 오감)는 이러한 연유로 등장했다. 심지어 전 세계 어느 나라건 그 나라 말을 제대로 모르더라도 미사를 드리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순서와 방식이 같기 때문이다. 현대에도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미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미디어에 자신을 노출해 ‘대중의 교황’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 교회 첫 수녀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

가톨릭을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몇 가지 체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가톨릭의 교의에 어긋나는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서설이 너무 길었다. 그렇다고 ‘전교’가 이 글의 목적은 더더욱 아니다. 모처럼 새로운 대상에 순수한 관심을 가진 이들이, 가까이에 있는 예술 작품과 역사 공간을 통해 영화 밖에서 색다른 체험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역시 카페다. 영화에 등장하기도 했던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수도원 옆 교육회관 1층에 북카페가 있다. 이름은 ‘산 다미아노’. 여느 카페들과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곳곳에 성화며 성상이 카페의 분위기에 잘 녹아 있다. 북카페의 이름에 걸맞게 종교 서적뿐 아니라 여러 장르의 책이 구비되어 있다(평일 오전 10시~오후 9시, 주말 오전 11시~오후 8시, 명절 휴무).

도심 나들이와 함께 영화 속 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주 배경인 서울 명동으로 나서보자. 한국천주교회의 상징이자 국가 사적이기도 한 명동주교좌성당과 성당 내 성물방이야 당연히 가서 보면 좋을 곳이다. 그러나 그곳만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역시 가봐야 할 곳이 있으니,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역사박물관’이다. 130년 전, 한국 교회 첫 수녀들이 남긴 종교적·역사적 유물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오전 10시~11시30분, 오후 1시~4시30분, 화요일·공휴일 휴관, 전화 예약 필요).

사제가 되려는 신학생의 삶을 알아보고 싶다면 대구 남산3동 ‘성 유스티노 신학교 100주년기념관’을 추천한다. 명동성당을 완성한 푸아넬 신부가 신학교로 설계한 이 건물은 대구시 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을 만큼 아름답다. 종교와 관련된 유물뿐 아니라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거쳐온 학교의 역사를 한번에 조망할 수 있다. 영화 촬영지 중 하나였던 계산주교좌 성당도 걸어서 15분 거리다(연중무휴, 오전 9시~오후 5시).

기자명 중림동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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