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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도쿄 올림픽과 고도성장의 10년이, 한국에서는 4ㆍ19로 촉발된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10년이, 그리고 그 끝자락에 ‘재일동포 학원침투 간첩단사건’으로 인한 두 형의 구속이 있었던 시기, 소년은 중학교에 입학했고 비로소 재일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서승·서준식 선생의 아우이자, 〈소년의 눈물〉과 〈디아스포라 기행〉의 저자인 서경식 선생에 대한 얘기다.

그는 〈난민과 국민 사이〉라는 책에서 자신이 왜 ‘재일동포’라는 말 대신 ‘재일조선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지, 왜 재일조선인이 스스로 경험한 차별이나 소외의 원인을 깊이 파악해야 하는지 설명하며 이렇게 적었다. “옛날에 탄광의 갱부들은 갱내 일산화탄소 농도를 알기 위해서 카나리아 새장을 들고 갱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카나리아는 사람보다 먼저 고통을 느끼고 죽음으로써 위험을 알린다. 식민 지배의 역사 때문에 일본 사회에 태어난 재일조선인은 말하자면 ‘탄광의 카나리아’와도 같다.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경고하는 임무를 역사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다.”

독도가 다시금 언제 터질지 모를 부비트랩(위장 폭탄)이 되어버린 오늘, 재일조선인 3세 정대세씨(사진)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7월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그는 애창곡이라고 밝힌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르며 독도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만나는 일본 친구들에게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확실하게 말해달라”는 진행자의 주문에 “예, 당연히…”라고 답해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했다. 존재가 존재인 만큼 이 사나이의 발언이 곱게 넘어갈 리 없다.

다음 블로거 뉴스에 올라온 기사에 따르면, 일본 2채널 〈동아시아 뉴스〉 게시판에는 “일본을 위해서 한국인을 죽일 각오가 없다면 한반도로 돌아가라” “프론타레(정대세가 뛰고 있는 일본 프로팀)도 지도해라, 이런 정치 발언을 계속하면 팀에도 영향이 있다” 따위 비난부터 “교육이 중요하다, 민족학교에 다니는 사람에게 선거권을 주면 안 된다” “이것은 정대세의 사고라기보다는 조선학교의 민족교육 문제다”라는 식의 재일조선인 전체에 대한 비난까지 쇄도한다고 한다.

자신이 삶의 기반으로 삼는 땅에서 그 땅의 구성원이 불편해할 말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반대 처지가 되어보자! 한국에서 활약하는 일본인이 한국 매스컴에서 동일한 질문을 받으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그는 다른 나라 땅에서 애국심을 보여주었다”라는 어느 일본 누리꾼의 말은 그래서 가슴에 와 닿는다. 그렇다면 그는 ‘탄광의 카나리아’인가? 글쎄, 잘 모르겠다. 다만 짊어지지 않아도 될 짐을 진 듯하여 안타까울 따름이다. 혹시 정대세씨의 신분을 모르는 독자가 있을까 봐 덧붙인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났고,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 축구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 중이다.

기자명 김홍민 (출판사 북스피어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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