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시티즌포〉가 개봉했다. 2013년 6월 홍콩에서 시작된 스노든의 폭로를 담은 7일간의 생생한 현장이다. 그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9·11 테러 이후 각국의 주요 인사나 위험인물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의 일상까지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으로 도·감청해왔으며, 구글·페이스북 등 IT기업들이 이러한 정보 수집에 적극 협력해왔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려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시티즌포〉에서 확인되는 스노든의 행동은 주도면밀하다. 특히 거대 권력에 대항하기 위한 미디어 전략은 특별했다. 다큐멘터리 감독 로라 포이트러스의 카메라와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자 글렌 그린왈드를 사전에 홍콩으로 초청한 것부터가 그러하다. 미국 정부의 실시간 감시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홍콩을 거점으로 삼았고, 폭로의 현장을 기사와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기록해 자신의 진정성을 알리고자 애썼다.

그는 글이 아니라 영상이 가지는 힘을 잘 아는 듯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지는 그의 다크서클은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심적 부담감을 잘 전달하고 있다. 키보드 위 손의 움직임으로 드러날 수도 있는 그의 암호명과 비밀번호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빨간색 마법의 망토는 아마도 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폭로 2년 만인 2015년 6월 미국 상원은 법원 허가 없는 NSA의 대량 통신기록 수집을 금지하는 내용의 미국 자유법(USA Freedom Act)을 통과시켰다. 이는 하원 통과 이후에도 계속 애국법 원안 연장을 고수하던 공화당 지도부의 반대를 넘어선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국정원의 도·감청 프로그램 구매가 일반 시민에 대한 정보 수집으로 이어질 수 없도록 명시적인 변화를 이끌지 못한 채 법안 발의, 해킹 의혹 운운으로 종료된 우리의 상황과 무척 대조적이다.

그사이 스노든은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으며, ‘바른생활상’ ‘샘애덤스상’ 등 각종 인권상을 받았다. 스노든의 제보를 바탕으로 심층보도를 한 〈가디언〉과 〈워싱턴 포스트〉는 ‘퓰리처상’ ‘조지폴크상’ 등을 수상하며 저널리즘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생생한 고발의 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시티즌포〉는 미국과 영국의 아카데미상을 비롯해 독일 영화상 등 수많은 다큐멘터리 부문상을 휩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간첩죄 혐의로 러시아에 망명 중이다. 그것도 미국을 두려워하는 수많은 나라를 경유해 겨우 안착한 곳이다. 그곳에 언제까지 머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사이 백악관 웹사이트는 수많은 이가 서명한 사면 요청에 대해 ‘공식적인 사면은 있을 수 없다’는 답변을 다시 내놓았다. 미국 정부의 무차별적 감시가 불법행위로 드러났고 그로 인해 개혁법이 의회를 통과한 상황인데도, 미국 정부는 여전히 스노든을 원망하고 비난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민주주의로 포장된 현실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그리고 정부와 시민의 관계가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변질되는 디지털 감시 현장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스노든은 그러한 과정에 천재적인 능력을 보유한 수많은 전문가들이 개입하고 있으며, 이를 개별 시민의 힘으로 막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기울이고 자기희생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정치권력의 감시를 제어할 법적 장치나 제도가 있는가

영화는 인터넷과 모바일이 가져온 풍요, 무신경하게 체념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톡’이나 페이스북은 누군가 날 지켜보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권력은 마음만 먹으면 내가 누구와 만나고 통화하는지,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했는지, 무엇을 검색하고 말하는지 추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충분히 구비해놓았다.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로채는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결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견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나 제도는 거의 진전된 것이 없다. 이를 감시하는 활동 또한 여전히 미약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더 빨리, 더 많이 나를 알리고 설명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익명성은 권력을 가지지 못한 우리들 간에만 존재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나의 온라인상 모든 행위는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서다. 나의 정보가 나의 허락 없이 종합되거나 분석될 수 없도록 제어하는 것이야말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한 대안적 제도 마련과 기술 개발에 많은 이들이 나서야 한다.

기자명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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