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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에너지 이용에서 한국은 아직도 ‘강 건너 불구경’이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 에너지센터 이성호 소장(45·사진)을 만나 현황을 들어봤다.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이용 현황은 어떤가?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한 전체 에너지 가운데 재생가능 에너지는 겨우 2.39%이다. 그나마도 폐기물을 태워 얻은 에너지가 대부분이다. 외국은 산업용 폐가스를 재생가능 에너지에 포함하지 않는데, 한국은 산업용 폐가스까지 함께 넣어 겨우 2.39%의 재생가능 에너지를 얻었다. 재생가능 에너지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하다. 

재생가능 에너지의 경우 기술 개발이 더디고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보급이 안 된다던데…. 태양·바람·땅 등에서 무한 리필이 가능한 에너지를 얻어 쓰는 기술은 이미 충분하다. 태양광의 경제성이 화석연료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풍력은 이미 화석연료보다 경제적이다. 요즘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 단가는 kWh당 107원쯤 된다. 2007년 한국전력거래소가 밝힌 유류 발전 단가가 110원쯤 하니까 풍력발전 생산 단가가 더 싼 셈이다. CO₂ 배출 비용까지 감안하면, 화력발전은 풍력발전보다 경제적이지 않다.  풍력발전량은 아직 적고, 태양광 발전은 여전히 비싸니까 정부 처지에서는 지속 가능 에너지보다 원전 에너지가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해도 신·재생 에너지보다 원전 에너지 비중을 더 늘리는 것은 옳지 않다. 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따지면 원전이 풍력보다 훨씬 비싸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전 1기를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2조5000억원인데 지난 5년 동안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한 돈은 1조4000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신·재생 에너지 연구 개발비와 보급 지원사업에 쓰인 지원금과 융자금을 모두 합한 규모다. 게다가 골칫덩이로 남은 원전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30만~50만년 동안 썩지 않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몇 년 안에 포화상태가 되는데, 묻을 곳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원전을 더 짓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프랑스와 미국도 원전을 늘리는 추세다.

그 나라들도 자본 논리에 휘둘리는 것이다. 원전이나 에너지 문제는 자본 논리만으로 풀 사안이 아니다. 그나마 프랑스를 비롯한 EU 국가들은 에너지 총사용량을 줄여가며 원전 건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국은 에너지 사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원전 확대를 주장한다. 후세를 생각해서 이미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이 다하면 폐기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써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원전 전문가의 입김이 너무 세져서 원전 확대론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이 올해 확정될 예정인데, 원전 전문가뿐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은 뒤 정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기자명 안은주 기자 다른기사 보기 anjo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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