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신청사로 이전해온 지 7년째, 그간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가 선보인 기획전은 알차기 그지없다. 현존 최고(最古)의 한국 영화 〈청춘의 십자로〉(1934) 변사 공연이나, 세계영화재단과 함께 손잡고 복원해낸 김기영의 〈하녀〉(1960)는 대표적인 자랑거리다. 지난 4월 〈이만희 전작전〉의 경우, 이만희 감독의 영화 26편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아, 좀 낯설고 어려운 작품들이라고? 걱정 마시라. 좀 더 대중적인 작품들도 선보여왔으니, 2015년 한 해 동안 진행된 몇 가지 기획전을 보면 앞으로의 기획전도 가늠해볼 수 있다.

 개봉 10주년 기념 상영 영상자료원은 종종 개봉 10주년이 된 한국 영화들을 다시 보며 그 의미를 돌아보는 기획전을 선보인다. 지난 5월에는 〈주먹이 운다〉 개봉 10주년을 맞아 특별히 새로 제작한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 상영과 함께 류승완·최민식·류승범 3인의 GV (관객과의 대화)를 마련했고, 9월에는 이명세 감독의 탐미주의가 극에 달했던 〈형사:Duelist〉를 상영하며 이명세와 김영진 평론가가 함께하는 GV를 가졌다. 한 영화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지지해온 팬들과 영화를 만든 이들이 한자리에 모일 기회, 흔치 않다.

ⓒ연합뉴스가장 오래된 한국 영화 <청춘의 십자로> 변사 공연.

 가을에는 모두 다 야구 가을 야구. 공놀이에 목숨 건 사람들에게 이 단어만큼 만감이 교차하는 단어가 어디 흔하랴. 시네마테크 KOFA 프로그래머 중에도 야구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있는 모양인지, 9월20일~10월2일 야구 영화 열다섯 편을 모아서 특별기획전을 열었다. 〈머니볼〉이나 〈꿈의 구장〉 같은 할리우드 영화부터 〈슈퍼스타 감사용〉 〈글러브〉와 같은 한국 영화까지 모두 반가운 작품이지만, 역시 가슴을 불타오르게 한 타이틀은 이현세 원작의 1986년작 〈이장호의 외인구단〉이다. 정수라가 부른 주제가 ‘난 너에게’의 가사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가 귓전을 때리는 지금, 울컥하며 눈물을 삼켜본다. 꼴데야 느그는 언제쯤 가을에 야구할 끼가…. 내가 기뻐하는 일 안 해줄 끼가….

 카페 대신 극장에서, 달콤한 영화 디저트(상시) 점심시간은 직장인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애매하게 남는 점심시간, 매번 밥값에 필적하는 커피만 마실 수도 없는 노릇. 정색하고 어학이니 독서에 30분 남짓을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12시30분을 기다려봄직하다. 인근 직장인과 점심시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관객을 위해 30분 안팎의 단편영화를 상영한다.

기자명 중림동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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