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것 빼곤 죄다 돈인 세상이다. 공공녹지가 부족한 나라이다 보니 다리가 아파도 어디든 들어가 차라도 한잔 시켜야 앉을 수 있다. 착석이 이럴진대 하물며 영화 감상이야. 어지간한 극장 나들이 경비가 최소 1만원에서 시작하는 요즘, 각종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시사회 신청이 있다지만 신청한다고 다 되던가. 그렇다고 명색이 〈시사IN〉을 구독하는 문화시민인데 불법 다운로드의 길을 걸을 수는 없는 노릇,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겠지만, 가난한 주머니로 영화를 감상하는 법을 다시 한번 체크해보자.

가장 널리 알려진 경로는 인터넷 무료 영화다. 그레텍에서 운영하는 곰TV(gomtv.com) 영화 섹션에선 무료 영화를 제공하는데, 스트리밍을 택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틸다 스윈턴의 열연으로 화제가 된 〈아이 앰 러브〉, 웨스 앤더슨의 성장영화 〈문라이즈 킹덤〉 등 다양한 작품이 공개되어 있다. 고전 팬이라면 그레타 가르보 주연의 〈춘희〉나 엘리아 카잔의 〈초원의 빛〉, 불후의 명작 〈카사블랑카〉도 놓칠 수 없다. 물론 무료라고 아무거나 누르다 주연 셋 중 둘의 커리어를 박살내고 제작사와 배급사를 망하게 만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같은 괴작을 만날 수도 있으니 미리 검색하고 볼 것.

ⓒ시사IN 신선영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다양한 기획전이 열린다. 대개 무료다.

네이버 영화(movie.naver.com)에는 다운로드도 가능한 무료 영화가 올라온다. 독립영화 감독 여덟 명이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 과정을 담아낸 〈잼 다큐 강정〉이나, 4대강 살리기 옴니버스 프로젝트인 〈강, 원래〉 시리즈처럼 더 많은 관객을 만나려고 무료로 푼 작품도 있고, 〈심야의 FM〉이나 〈콘돌은 날아간다〉처럼 프로모션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무료인 작품도 있다.

동전 몇 닢으로 영화를 만나는 길

단돈 얼마라도 쓸 형편이 된다면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네이버 영화 ‘할인 영화’ 섹션에서 영화 정렬을 ‘가격순’으로 해놓고 보면 신세계가 열린다. 〈레옹〉 감독판이라거나 소지섭·강지환의 연기 변신으로 화제가 된 〈영화는 영화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걸작 〈쓰바키 산주로〉 같은 영화들은 물론, 〈다이버전트〉처럼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영화까지 1000원이 채 안 되는 값에 팔리고 있다. 곰TV에도 ‘1000원 영화관’ 섹션이 있는데, 가격순 정렬이 안 되는 대신 양은 이쪽이 한 수 위다. 주요 용의자 국내 송환으로 다시 화제가 된 〈이태원 살인사건〉, 매슈 매커너히에게 오스카를 안겨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고문 공포영화 팬들을 위한 〈쏘우〉 시리즈까지 무수히

곰TV 영화 섹션(맨 위), 네이버 영화에는 무료로 풀리는 영화도 있다.

많은 영화들이 1000원 안팎의 가격에 공개돼 있다.

바깥공기라도 쐬며 ‘영화 보러 나온’ 기분을 내고 싶은가? 수도권 거주자라면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영화도서관을 방문하자. 한국에서 상영된 영화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수집·보존하여 제공하는 게 목적인 기관인지라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자랑한다. 방문 전 미리 홈페이지(library.koreafilm.or.kr)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회원 가입을 해두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부산 영화의 전당(dureraum.org)에도 시네마테크 부산과 한국영상자료원 부산분원이 함께 운영하는 자료실이 있으니 참고하자. 서울과 부산 모두 주말에도 오후 6시까지 개방하니 공짜 영화를 보는 것으로 주말을 시작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영상자료원이 운영하는 극장 시네마테크 KOFA에서는 매달 다양한 기획상영전을 선보이는데, 대부분 무료 상영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극장에 걸린 최신작을 저렴하게 만나기란 쉽지 않다. 영화제를 찾는 것도 큰마음을 먹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조금만 시야를 돌리면 무궁무진한 영화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고도 동전 몇 닢으로 영화를 만날 길이 있는데, 주머니가 가난하다고 마음까지 가난하게 둘 순 없는 일이다.

기자명 중림동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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