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이 또 ‘경고’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위)는 하하가 입었던 “죽지 않아” 티셔츠가 ‘간접광고’라며 MBC 〈무한도전〉에 7월9일 경고를 살포시 안겨줬다. 군대에 간 하하가 어느 틈에 탈영해 ‘문제의’ 티셔츠를 입고 〈무한도전〉을 찍은 것도 아니다. 지난 2월23일 나간 방송이었다. 그때 하하가 입은 티셔츠(사진)가, 하하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제품이었다나? 〈무한도전〉을 징계한 이유에 대해 방통심위 관계자는 한 신문에서 이리 말씀하셨다.

“의류에 새겨진 ‘죽지 않아’라는 문구는 하하의 유명한 유행어로 특화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반복적으로 근접 촬영되며 노출 빈도가 많았다.” 근 다섯 달 전 방송에도 경고를 안겨주는 방통심위의 꼼꼼함과 예리함에 누리꾼은 탄복했다. “그게 그런 티셔츠였어?” “하하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 방통심위 덕분에, 실패한 ‘간접광고’는 ‘직접 광고’로 빛을 발했다. 방통심위는 실패한 간접광고를 경고로 띄워주는 신통방통 업체로 떠올랐다.

그런데 〈무한도전〉은 어떻게 방송계 ‘경고의 달인’으로 등극할 수 있었을까? “잃어버린 10년” 어쩌고 하는 시의적절한 ‘센 자막’을 자꾸 써서? 5월5일 청와대에 가겠다고 해놓고, 그게 언론에 새는 바람에 여론에 두들겨 맞고 대통령의 직접 광고 기회를 취소시킨 괘씸죄로? 그냥 ‘마봉춘(MBC를 일컫는 인터넷 은어)’ 방송국에서 잘나가는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이라서? 물론 말도 안 된다.
하여튼 〈무한도전〉의 경고 시리즈는 때깔도 찬란하다.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특집 때는 멤버가 한 제과업체 사은품 모자와 장갑을 끼고 캐럴을 불러 경고받았다. 드라마 〈이산〉 출연 때는 지나가던 한지민이 입고 있던 옷 상표가 보여서 경고를 받았다. 또 있다. ‘오뚜기 3분 요리’도 경고였다. 제작진은 어쩌다 ‘메뚜기’나 ‘꼴뚜기 3분 요리’로 고치지 못한 걸까?

〈무한도전〉 경고 ‘편애’ 목소리를 들었는지, 방통심위가 이번에는 〈무한도전〉의 라이벌로 이름이 드높은 〈1박2일〉에 대해 ‘심의’를 결정했다. MC몽이 담배 피우는 게 방송에 살짝 나와서다. “MC몽이 구석에서 담배 피웠다고 징계냐?” 〈1박2일〉 팬이 부르짖자 〈무한도전〉 팬이 부르짖었다.“〈1박2일〉 좋아하지만, 〈1박2일〉은 그때 상표 박힌 옷 테이프도 안 붙이고 한 달 넘게 계속 입고 나와도 아무 말 없더니 〈무한도전〉은 한지민 잠시 스친 걸로 경고 줘서 심상했음.”

맥아더씨 아저씨가 그랬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그저 사라질 뿐이다.” 그러게, 잃어버린 10년 실은 20년을 찾아 회춘한 이들은 “죽지 않아”다. 그저 사고 칠 뿐이다. 그런데 ‘방통심위’의 ‘사고력’은 어디까지일까? 물론 생각하는 ‘사고’ 말이다.

기자명 조은미 (오마이뉴스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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