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고 놀까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법


청춘FC는 ‘축덕 가이드’

 

축구 팬에게 ‘청춘FC’는 애증의 이름이 되었다. K리그 챌린지 순위 다툼이 가장 치열한 리그 막바지에 청춘FC와 K리그 챌린지 선발팀 간의 친선경기가 갑작스레 결정되면서 7개 구단 서포터스가 반대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그라운드에서 눈과 발을 맞추며 점점 ‘팀’의 모습을 갖춰가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축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재확인하고야 만다. 축구라면 4년에 한 번 월드컵이 전부였던 이들에게 청춘FC는 친절한 축구 ‘입덕(덕후 입문)’ 안내서다. 달리고, 소리치고, 부딪치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카메라로 좇는 게 전부지만 이것보다 축구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축덕(축구 덕후)’이든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든 청춘FC 없는 토요일 저녁이 벌써부터 허전한 사람들을 위해 축구 관련 콘텐츠를 소개한다.

 〈대한민국은 K리그다〉(김현회 지음, 이른아침 펴냄)

청춘FC가 축구에 관심이 없던 시청자까지 끌어 모은 동력은 선수 개개인이 가진 이야기의 힘이었다. 교회 오빠, 김 양식장 아들, 법대생 같은 캐릭터가 겹치면서 친근함을 자아냈다. 〈대한민국은 K리그다〉 역시 축구 팬들조차 놓치기 쉬운 깨알 같은 K리그 비화들을 담아냈다. 책을 읽고 나서 스포츠 뉴스를 보면 유독 눈에 밟히는 팀이나 선수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입덕은 원래 다 그렇게 스며들듯 시작하는 거다. 이 책의 말미에 있는 전국 K리그 경기장 주변 맛집 정보도 놓치지 말 것.

 

 

 

 〈킥 더 무비-축구가 영화를 만났을 때〉(이준석 지음, 미래를소유한사람들 펴냄)

‘덕업일치’란 이런 것! K리그 클래식 수원 블루윙즈의 팬인 저자가 축구 영화 50여 편에 관해 쓴 칼럼 모음집이다. 축구공 속에 담긴 여성 차별, 전쟁, 성소수자 차별 따위 전 지구적 문제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의 다른 책 〈빅버드 일기〉도 함께 읽어볼 만하다. 시험 기간에 책을 펴놓고 축구 중계를 보느라 정작 공부는 전혀 하지 못한다거나, 회식이나 단체 모임이 시간낭비처럼 느껴진다는 대목에 이르면 덕후들 사는 게 이다지도 비슷한가 싶어서 깜짝 놀라게 된다.

 

 

 

 만화 〈자이언트 킬링〉(쓰나모토 마사야 지음, 북박스 펴냄)

청춘FC 벨기에 전지훈련 도중 이운재 골키퍼 코치는 선수들에게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는 조언을 남긴다. 만화 〈자이언트 킬링〉은 천재 선수가 주인공인 다른 축구 만화들과 달리 ‘팀’에 초점을 맞춘다. 약체 팀 ‘이스트 도쿄 유나이티드(ETU)’의 감독 다쓰미 다케시가 지역 주민, 구단 직원, 서포터스와 함께 팀을 변화시켜나가는 내용을 담았다. 강한 중독성으로 영국에서 ‘이혼 제조기’라는 별명까지 얻은 구단 운영 시뮬레이션 게임 ‘풋볼 매니저’를 떠올리게 한다. 〈자이언트 킬링〉은 만화책과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출시되었는데, 한국판 만화책은 출판사의 사정으로 전체 36권 중 11권에서 출간이 멈췄다.

기자명 중림동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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