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고 놀까


DNA에 새겨진 오지랖


추억 속 화백님의 귀환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출판 만화 작가들의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기성 작가의 웹툰 데뷔작에는 ‘작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반응 보니 대단한 사람이란 건 알겠다’는 댓글과 ‘이런 대단한 작가가 웹툰으로 넘어오다니 우리나라 출판 만화가 이제 전멸인가 보다’라며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교차한다. 하지만 출판 만화 시장에서 받은 명성이 웹툰 시장에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작가의 기존 스타일을 존중하는 팬층과 ‘옛날 그림체다’ ‘철 지난 개그를 한다’고 비난하는 악플러들은 매일같이 설전을 벌인다.

만화가 장태산은 〈몽홀〉의 프롤로그에서 “종이에 익숙했던 컴맹 만화가에게 디지털 작업이란 난해하고 낯선 작업이었으며, 동료 작가들도 시도했다가 포기하는 이들이 많았다”라고 말문을 연다. 이 환갑이 넘은 만화가는 후배 작가들에게 컴퓨터 다루는 법부터 배워가며 특유의 정교한 그림체를 웹이라는 플랫폼에 맞춰 독자가 보기 편하게 바꿔나간다. ‘옛날로 치면 독자의 편지’라며 댓글 반응을 일일이 확인하더니 페이지를 가득 채웠던 웅장한 컷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스크롤에 맞게 변화시킨다. 작가는 ‘평생 그려온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이라고 겸손히 말한다. 오랫동안 구상해온 만화이기에 그리고 싶어 웹툰 연재를 결심했을 뿐이란다. 하지만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평생 해오던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합뉴스장태산 화백이 15일 오후 부천시 원미구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열린 2012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참석해 손의섭 화백의 동판을 보며 미소짓고 있다. 2012.8.15

〈천량열전〉과 〈나우〉 등 무협 액션의 대표 주자였던 박성우는 〈마루한-구현동화전〉의 예고편에서 “신인 작가 박성우”라는 인사를 남겼다. 새로운 플랫폼에 적응하기 위해 준비 기간이 2년이나 필요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더 잘 읽힐 수 있는 작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니, 머지않아 네이버의 스마트툰이나 다음의 ‘공뷰’를 이용해 박진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화면을 꽉 채우는 한 컷 단위 무협물을 감상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발전에 발을 맞추지 못하면 또 어떠랴. 신영우의 〈키드갱〉은 한국 출판 만화 시장의 몰락과 함께 온갖 부침을 겪다가 연재처를 웹으로 옮기고서야 16년 만에 완결을 보게 되었다. 한승원의 〈프린세스〉는 2008년 이후 건강 문제로 중단한 연재를 6년 만에 재개했다. 추억 속의 캐릭터들이 다시 살아 숨 쉬게 된 것만으로도 독자에게는 충분한 기쁨이다.

기자명 중림동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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