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역사학자 90%좌파” 발언의 뿌리


10년 전과 확 달라진 대통령의 역사인식


국정화 교과서가 수능부담 줄인다?


주체사상 가르치는 금성 교과서 뜯어보기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를 2017학년도 수학능력시험부터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전환된다(9개 등급 절대평가, 국정교과서 적용은 2020년부터). 국정화 찬성론자들은 이를 국정화 필요성의 근거로 들기도 한다. “지금처럼 교과서가 많은 상황에서는 수능 보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라는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한 개 교과서로 배우면 그것만 보면 되니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수능이 민감한 문제인 만큼 이 논리는 여론을 자극하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최근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연 세미나에서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교육학과)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3%가 국정교과서로 수능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2.4%였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복불복 교과서보다 국정이 낫다는 여론이 많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정화로 학습 부담이 줄어든다거나 수능이 더 쉬워진다는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지난 9월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현직 역사 교사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정화 뒤 수능 난이도에 대해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49.7%로 가장 많았고, ‘더 어려워진다’는 의견도 45.9%에 달했다. ‘현재보다 수월해진다’는 의견은 4.4%에 그쳤다.

 

ⓒ연합뉴스10월14일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5년간 수능 국사·한국사 평균점수 등을 공개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검정제 전환 이후 수능 쉬워져

국정화와 수능 난이도의 관계에 대해 직접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나왔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5년간 연도별 수능 국사 및 한국사 평균점수와 최고표준점수(최고 점수와 평균점수 간 차이)를 분석한 결과를 10월14일 공개했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평균 점수는 낮아지는 한편 최고표준점수는 높아진다. 전 의원에 따르면 국정 국사 교과서로 치른 2011~2013학년도 수능에서는 평균점수가 20점대 초반, 최고표준점수가 70점대 초반이었다. 검정제 전환 이후인 2014~2015학년도에는 평균점수가 29점대로 높아졌고, 최고표준점수는 60점대로 줄었다. 검정제 전환 이후 수능이 쉬워졌다는 의미다.

전병헌 의원은 “검정교과서가 여러 종일 경우 교과서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문제를 내게 되지만, 교과서가 단 1종으로 통일될 경우 극도로 지엽적인 부분에서까지 출제가 되어 난이도가 급상승하게 된다. 이는 지금까지 국정교과서 체제와 검정교과서 체제로 치러본 수능점수 분석 자료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수능 부담 완화론’ 외에 교과서마다 기술이 달라 혼란을 겪는다는 주장(새누리당이나 국사편찬위원회는 주로 구석기 시대 시작 시점이 교과서마다 다르다는 것을 예로 든다) 역시, 학설이 갈리는 문제 자체가 출제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군색한 논리다. 다른 수능 필수과목인 국어·영어·수학 교과서는 검정이나 인정으로 발행되고 있다는 점도 필수과목-국정화 연계 주장의 반론으로 등장한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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