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 내부 갈등의 골이 매우 깊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글을 읽은 이들이 댓글을 무기 삼아 난타전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때로는 글 내용과도 무관하게 설전이 오고 간다. 자신과 관점이 다른 글에 대해, 능히 댓글로 비평을 가할 수 있고, 또 겸허히 수용하면 문제될 게 별로 없을 것 같다. 문제는 그 지적이 늘 과하다는 데 있다. 사실에 입각한 논리적 비평보다는 먼저 상대를 규정부터 하려 든다. 그러니 공론의 장보다는 서로를 타도하기 위한 전장으로 돌변하고 만다.

멀리는 고구려의 멸망에서부터 임진왜란, 구한말의 혼란 등, 우리 역사의 비극은 늘 내부 분열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데서 연유했다. 광복 뒤 좌우익의 대립과 분열 때문에 나라가 절반으로 쪼개진 게 바로 반세기 전의 일이다. 지금 우리 안에서 벌어지는 진보-보수의 싸움이야말로  제2차 좌우익 투쟁의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한쪽이 정권 잡으면 한쪽은 완전 배제하는 ‘승자 독식’

필자는 그 기원이 노태우 정부 말기의 남북 관계 좌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본다. 1992년 8월 제8차 고위급 회담에서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에 전격 합의할 정도로 잘나가던 남북 관계가 이후 갑작스럽게 경색했다. 그해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 후보를 지지하던 정권 내 세력이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북풍을 활용하기 위해 남북 관계를 망가뜨렸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이들과 달리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했던 이들은 김영삼 정부 5년간 찬밥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이들이 다시 대북 정책의 전면에 등장했다. 당연히 노태우 정부 시절 남북 관계를 중단한 세력이 이번엔 고립됐다.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한쪽이 정권을 잡으면 다른 쪽을 완전히 배제하는 승자 독식의 전통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이어진 최근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북 정책은 소장파 386 학자의 전유물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그동안 배제되었던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abR(anything but Roh Moo Hyun)’를 기본 잣대로 대북 정책을 구상했다. 그러다 보니 ‘대북 정책’인지, ‘대 김대중-노무현 정책’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시사IN 윤무영촛불집회 현장에서 벌어진 진보-보수 단체의 갈등 장면.
지난 6월30일부터 7월4일까지 도쿄에서 열린 ‘제9회 한민족포럼’에 참석해, 릿교 대학 이종원 교수의 발제를 들으며 만감이 교차했다. “미국은 늘 국무부와 국방부를 양 날개로 해 한반도 및 동북아 정책을 편다. 반면 일본 아베 정권은 국방부-네오콘, 한국 노무현 정부는 국무부 등 한쪽 날개에만 의지했다. 미국이 네오콘에서 국무부로 무게중심이 옮아감에 따라 일본에서는 아베가 무너지고 후쿠다가 등장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아베 정권 시절로 역주행하고 있어 걱정스럽다”라는 것이다.

‘제국과 변방’의 패러독스(역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국이 제국일 수 있는 것은 한쪽 날개만 보여주는 ‘노하우’에 있는지도 모른다. 변방의 정권과 세력은 제국이 보여주는 한쪽 날개를 마치 세상의 전부인 양 착각한다. 그러나 마음이 변한 제국이 다른 쪽 날갯짓을 하기 시작한 순간 변방의 정권과 세력 역시 하루살이 운명이 되어버린다.

제국의 한쪽 날개를 각각 부여잡은 채, 정작 소통을 해야 할 사람끼리 마음을 열지 못하고, 서로 총질을 계속해갈 때 과연 우리 앞에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기자명 남문희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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