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를 재배하지 않는 나라와 재배하는 나라에서 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약간 차이가 난다. 예컨대 GMO를 재배하는 나라는 이것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등의 다양한 대응이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GMO를 재배하지 않는 나라는 농민단체보다는 환경단체나 소비자단체의 관심이 더 높다. 초기 한국에서의 GMO 반대운동도 소비자단체와 환경단체를 주축으로 시작되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다르긴 하다. 인도에서 면화를 심던 농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기존 종자 대신 선택의 여지없이 GMO 종자를 심게 되면서 이로 인해 새로운 해충의 등장, 수확량 감소 따위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으며, 자살 등의 사회문제가 따랐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10여 년 전부터 농민들 사이에는 서서히 GMO 종자를 사서 심어야 하는 현실에 대항하기 위하여 스스로 씨를 받아 농사를 짓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즉, 토종 종자를 심어서 GMO 종자를 재배하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렇듯 농민들의 노력이 지속되는데도 이것이 농민의 문제임과 동시에 소비자의 문제여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인근 농작물을 다 GMO로 바꿔버릴 수도
적어도 생물체라면 영양을 공급받아야 하고, 현재 자신의 지위가 어떻든 간에 인간이라면 먹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이 생산하는 상품은 모든 인간의 생존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러니 ‘소비자’라면 당연히 자신이 먹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로서 우리가 GMO에 어떤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 먼저 우리는 생태계와 환경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친환경농업·친환경산업·탈핵 등과 더불어 GMO 또한 우리가 이를 상업화하면서 생태계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야 한다. 즉, 우리가 GMO를 개발하고, 온실과 노지에서 실험하고, 급기야 이것을 상업적으로 대량 재배하면서 생태계와 환경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2013년 미국의 오리건 주에서 GMO 밀이 발견되었을 때 한국뿐 아니라 미국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한번도 상업적인 재배를 허용한 적 없는 GMO 밀이 어떻게 밀밭에 나타났느냐는 점이다. 이 사실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번 GMO가 개발되기 시작하면 그것이 온실이나 노지에서 시험 재배되는 동안에도 이미 그 꽃가루 등으로 인해 인근 농작물까지 GMO 유전자를 가진 작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유전적 전이’라고 부르는데, 동종 식물만이 아니라 그것을 먹이로 하는 동물 등을 통해, 또는 썩어서 토양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각종 미생물에도 GMO 유전자가 옮아갈 수 있다.
둘째, 우리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생태계 역시 GMO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농업 생산물의 ‘소비자’로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3월 미국 식약청은 갈변하지 않는 사과와, 아크릴아미드가 생성되지 않거나 적게 생성되는 감자가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사과와 감자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GMO 기술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배된 GMO 작물은 대부분 살충제나 제초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즉, 살충제를 뿌리지 않아도 스스로 살충 독소를 뿜어내는 살충성 GMO 작물이나, 독성이 강해 농사용으로는 쓰이지 않던 특정 전멸 제초제에 내성을 가지는 제초제 내성 GMO 작물 등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초국적 농생명공학 기업은 이런 상품에 그치지 않고 그다음 단계의 GMO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기능성 GMO이다. 1999년 비타민 A를 강화한 쌀을 시작으로 특정 영양성분 강화나 특정 성분의 발현 억제 등을 통해 그것을 먹는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 사과와 감자가 대표 사례이다.
이런 특정 기능을 지닌 종자들로 인해 단작화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GMO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 그 외에 다른 품종을 기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것은 지적재산권으로 인한 로열티 문제도 한몫을 하는데, 한 해 GMO 작물을 심다가 이듬해 일반 작물을 심었다 하더라도 그 전해에 심었던 GMO 작물들이 낙곡 등으로 인해 또 자랄 수 있다. 이럴 때 개발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들의 특허 등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다. 이런 소송의 위험을 피하려면 계속 로열티를 내면서 해당 종자를 심는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점점 강해진다. 이렇게 동일 작물 속에서의 종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도 문제지만 품목의 다양성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비타민 A를 강화한 쌀을 재배하기 시작하면 비타민 A가 많은 채소를 키울 필요성이 점차 사라짐으로써 벼농사만 남게 되는, 단작화의 위험도 존재한다.
먹는 것이 단순히 필요한 영양만을 섭취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리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먹는 것은 영양 섭취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다양한 먹을거리의 맛을 알게 된다는 즐거움 역시 포기할 수 없다. 흔히 말하는 미각 교육 말이다. 그러니 ‘소비자’는 밥상에 무엇을 올릴지 결정할 때, 우리 땅에서 언제 무엇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알고 그것을 찾아 먹을 줄 알았던 조상들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GMO로 인한 농업생태계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GMO 수입국 세계 1·2위를 다투는 한국
마지막으로 그것을 먹는 소비자로서 그것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알아야 한다. 흔히 식품이나 의약품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 쥐를 이용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쥐는 사람과 유전자가 거의 같은 데다 사람의 한 세대는 30년인 반면 쥐의 한 세대는 6개월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GMO에 대한 쥐 실험 결과는 참담하기까지 하다. 뇌에서부터 생식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기에서 이상이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실험 결과는 개발사의 자금을 받는 유명 학술지 등에 실리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유명 학술지에 실리지 않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계속된다. 심지어 한국의 정부기관도 그렇다.
개발사들은 종종 20년 동안 먹었지만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전성이 검증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20년이면 충분한가? 지금까지 개발된 GMO 작물을 보면 콩·옥수수·유채·면화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들 작물은 주식이 아니라 대부분 기름을 짜기 위한 유지작물이거나 사료용으로 쓰인다. 그러니 하루 종일 그것만 먹은 쥐에 대한 실험 결과가 사람에게도 나타날 때까지 얼마나 섭취해야 할 것인지 역시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가 걸리더라도 쥐에게 나타난 증상이 사람에게도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GMO 수입국으로 세계 1·2위를 다툰다. 그만큼 많은 양을 먹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만큼 발병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위험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먹지도, 재배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엄청난 양을 수입하는 마당에 안 먹는 길을 선택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더욱이 지금처럼 GMO 표시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것 중 식용유, 간장, 각종 당류 등이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GMO를 재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려면 GMO를 먹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사지 않는 것이다. GMO 표시제도의 예외를 없애도록 완전표시제를 주장하는 일. 이것이 지금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