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김고운씨(가명)는 빵을 살 때 봉지에 적힌 열량을 유심히 본다. 김씨가 열량을 확인한 것은 영양성분표를 통해서다. 식품표시제에 의거해 모든 가공식품에는 어떤 영양소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표시가 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사람은 드물다. 김씨도 열량 정도만 확인할 뿐이다. 하지만 특정 성분에 민감한 환자가 아닐지라도 고루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들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 연월일이나 유통기한은 기본. 일단 표시 기준 분량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체 분량이 아니라 1회 제공량으로 성분을 표시한 제품이 적지 않아서다. 이를테면 미니 빵 10개가 들어 있는 간식 제품의 경우 열량이 223㎉다. 얼핏 봐서는 별것 아닌 듯하지만 영양성분표를 보면 1회 제공량(빵 2개, 75g)을 기준으로 한 열량 표시다. 무심결에 빵 한 개만 더 집어먹어도 밥 한 공기(300㎉)와 비슷한 열량을 섭취하게 된다.

영양소 기준치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영양소 기준치란 해당 식품이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백분율(%)로 표시한 것이다. 영양성분표에 ‘지방 60%’라 표시돼 있으면 한국인이 하루 평균 섭취해야 할 지방(50g)의 무려 60%인 31.5g이 이 빵에 들어 있다는 얘기다.

1회 제공량이라는 기준이 소비자의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식품회사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제로 칼로리’를 앞세운 다이어트 음료를 보자. 개중에는 설탕 대신 아스파탐처럼 설탕보다 단맛이 200배 이상 강한 인공감미료를 첨가한 음료가 적지 않다. 그런데도 영양성분표에 표시된 이 음료의 열량은 0㎉다. 아스파탐이 0㎉인 걸까? 그렇지 않다. 현행법상 특정 가공식품 열량이 5㎉ 미만이거나 이 식품이 함유한 탄수화물·단백질·당류·지방 등이 각각 0.5g 미만일 때는 해당 영양소의 명칭과 함량을 생략하거나 이를 0㎉ 내지 ‘트랜스지방 0g’처럼 표시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식품회사들이 1회 제공량(200㎖) 열량이 4㎉인 것을 기준 삼아, 총열량이 32㎉에 달하는 1.5ℓ 음료마저 제로 칼로리인 양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모든 가공식품에 ‘1회 제공량’과 ‘총제공량’을 함께 표시하게끔 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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