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4일 환경운동연합(환경련)은 대형 유통업체, 패스트푸드점, 패밀리레스토랑, 피자업체, 식품 가공업체(라면 제조회사) 등 총 28개 업체를 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유통(사용) 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오른쪽 표 참조).

조사 결과, 대다수 업체가 “유통·사용 계획이 없다”라고 밝혔는데, 문제는 여러 단서를 달았다는 사실이었다. “현재까지는” “소비자의 공감대가 없는 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따위가 그렇다.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이마트·롯데마트·홈에버를 비롯한 대다수 유통업체와 맥도날드, 빕스, 토니로마스, 농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홈에버·TGI프라이데이스·피자에땅·아웃백·마르쉐 등 일부 업체는 답변을 보내오지 않거나, 아예 조사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환경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단서를 달거나 확답을 하지 않은 업체는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유통·사용을 하겠다는 심산 아니겠느냐”라고 의심했다.

일부 기업은 환경련 조사에서는 “아직은 계획이 없다”라고 비교적 점잖게 답했지만,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는 좀더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신동혁 과장의 말이다. “현재는 호주산 브랜드육을 판매하는데,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할지 말지 관망하는 상황이다. 안전성이 홍보되고, 시기적으로 팔아야 하는 때가 오면 판매를 고려할 수 있다. 사실 미국산 갈비 등 구이용의 경우 경쟁력이 있다. 15개월에서 20개월 이하 어린 소만 선별해서 비싼 고급육으로 차별화하면 괜찮은 브랜드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조사에서 대다수 업체는 호주산 쇠고기를 주로 유통·사용하고 뉴질랜드산을 일부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눈길을 끈 응답을 내놓은 업체는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기르는 소를 원료로 라면 수프를 제조한다”라고 밝힌 삼양식품과 “재협상을 통한 위생검역 조건의 강화·개정이 없는 한 판매 계획이 없다”라고 ‘강경’한 태도를 내비친 그랜드백화점이었다.
환경련 측은 “앞으로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유통·가공 업체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