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제공민노당 권영길 후보가  블로거와 만나고 있다.
요즘 인터넷은 ‘작업의 공간’으로 불릴 만하다. 선수는 대선 후보들이다.

민노당은 아예 ‘민노당원이여, 블로거가 돼라’고 공공연히 주문하고 있다. 과거 네티즌과의 대화로 불리던 행사들은, 블로거와의 만남으로 특칭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넷 공간의 오피니언 리더들이라고 할 수 있는 블로거들을 향한 열렬한 구애에도 불구하고 넷 공간은 쉽게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기획과 홍보만 있을 뿐 자발적인 열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에 명성을 날렸던 디시인사이드 대선 게시판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하다. 공지된 선거법 관련 안내글의 삼엄함이 공간을 짓누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적법 위법 사례는 아무리 뜯어봐도 알쏭달쏭이다. 사전 선거운동으로 걸릴 법한 얘기는 안 하는 게 상책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또 뜯어보면 그들의 열정에 불을 댕길 만한 후보가 마땅하지 않다는 점도 공간의 한산함을 부추기고 있다.  

 IT 전문가 민경배 교수(경희사이버대학교)는 “관련법이 사이버 공간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현행 규정에 따르면 극단적으로 말해 ‘나는 어느 후보가 좋다. 지지한다’는 말은 무방하나, ‘어느 후보를 찍읍시다’ 라는 말은 선거운동이다. 난감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단지 좋다고 말하는 것과, 사람들을 불러 모아 좋으니 무엇을 하자고 도모하는 일이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사이버 공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모두 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네티즌에게는 족쇄를 채워놓고 정작 영향력이 큰 포털에서는 ‘편향성’이 도드라지는 모양새다. 시민단체 50곳이 연대해 활동하는 대선미디어연대는 지난 10월9일 포털 사이트 뉴스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10월1~5일)를 발표하면서 정치 뉴스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포털 네이버와 다음 모두 문제 사례가 적발되기는 했으나 정당별 보도 건수 등에서 네이버가 오해받을 편집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미디어연대는 “〈네이버〉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홍보성 기사를 다량으로 배치하는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네이버는 다른 포털과 달리 정치 뉴스의 댓글을 정치토론장으로 한데 몰아 반발을 사고 있는 마당이다. 네티즌은 의견을 올릴 때마다 ‘이것은 무슨 기사에 대한 의견입니다’ 라고 머리말을 달아야 되는 것 아니냐며 자조하고 있다. 반면 포털 다음과 네이트 등은 정치 기사와 다른 기사의 댓글 시스템이 다르지 않다. 네이버가 네티즌의 의견 표명은 옭죄면서 정작 자신들은 편파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자명 노순동 기자 다른기사 보기 lazys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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