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시위가 시작된 지 두 달이 넘었다. 검찰과 경찰 수뇌는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진 이번 사태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다”라며 총력 대응을 지시했고, 무차별 강경 진압으로 수백명이 부상했다. 종교계도 촛불집회에 동참한다. 온 나라가 촛불시위와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달아오른 이때, 이를 바라보는 이주민의 생각은 어떨까?

개발도상국에서 온 이주민은 무엇보다 한국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띠또 씨(33)는 “한국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선진국 수준의 경제 대국이다. 그런데 왜 한국 정부가 미국과 정확한 협상을 벌이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경찰의 강경 진압, 티베트 사태와 비슷했다”

ⓒ뉴시스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외국인도 참석했다.

“시민이 자기 먹을거리를 지키기 위해 시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 정부가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를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가 국민 건강을 외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레황탄 씨(42)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레황탄 씨는 특히 경찰의 시위 진압 방식을 문제 삼았다. 그는 “한국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할 정도로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라고 믿었는데 이번 경찰 진압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고 짓밟는 동영상을 보면서 티베트 사람을 폭력으로 진압한 중국 정부가 떠올랐다. 정당한 의견을 주장하는 시민에게 가까이에서 물대포를 발사하는 경찰의 야만적인 대처 방식을 보면서, 이대로 가면 한국 정부가 독재국가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인이나 미국 영주권을 가진 한국인 등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이주민의 생각은 어떨까.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재미 동포 조상은씨(23)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문제가 되면서 우리 집은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왜 한국 정부가 30개월 이상 소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 먹지 않는 소 내장이나 뼈까지 수입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미국인 트레이시 권 씨(24)는 아예 자유무역협정(FTA)을 염두에 둔 쇠고기 수입 자체가 문제라는 반응이다. 미국에서 살 때 별 문제의식 없이 쇠고기를 먹었다는 그는 “정부가 나라 간의 수입과 수출을 결정할 때는 국민 뜻을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쇠고기를 수입하려 해 한국인이 이번 협상에 반대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장 커다란 문제는 지금처럼 쇠고기가 아무런 제한 없이 수입되면 한국의 축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주민 상당수는 이번 쇠고기 수입 문제에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한다. 이 논란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할뿐더러 자기 문제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 입을 모아 지적하는 것이 있다. 국민 건강을 지키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소홀했다는 점, 그리고 건강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강대국의 압력에 결코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자국민은 물론 이주민조차 쇠고기 수입 문제를 염려함에도 눈과 귀를 닫고 꿋꿋이 정책을 추진하는 ‘남의 나라’ 정부가 그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안타까울 뿐이다.

기자명 최정의팔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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