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롭기만 하던 휴전선의 평화가 깨졌다. 8월20일 남북이 주고받은 포격전으로 인해 1953년 휴전협정 이후 62년간 유지돼온 ‘무장 평화’에 조종이 울렸다.

그날의 포격전만 떼어놓고 보면 확전을 피하기 위해 남북 모두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북한 측은 이날 오후 3시53분 군사분계선 이남에 14.5㎜ 고사포 한 발을 쏜 데 이어 4시12분 76.2㎜ 직사화기로 포탄 세 발을 더 쏘았다. 첫 번째 포탄은 야산 지역에 떨어졌고 두 번째 포격에 따른 포탄도 군사분계선 남쪽 700m 지점의 비무장 지대에 떨어졌다. 오후 5시4분 우리 군의 대응 사격 역시 군사분계선 북측 500m의 비무장지대를 겨냥했다. 남북 모두 상대에 대한 직접 타격은 피한 것이다.
 

ⓒ연합뉴스우리 군은 8월20일 155㎜ 포탄 수십여 발로 대응 사격했다. 사진은 155㎜ 견인포로 훈련하는 모습.
문제는 그다음이다. 남측 탈북자 단체들의 집요한 대북 전단 살포로 휴전선 일대의 분쟁지역화가 가속화하면서 지뢰사건이 터지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 11년 만에 대북 선전방송이 재개됐다. 이를 중단하라며 북한이 무력 도발을 감행하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이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8월20일의 제한적 도발에 이어 김양건 대남비서의 서한을 통해 해법을 위한 출구를 찾아보려 한 것으로 보이나 주전론자들이 득세하는 남쪽의 분위기에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쪽도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북한이 선전방송 중단 시한으로 정한 48시간 이후, 즉 8월22일 오후 5시 이후 어떻게 하는가를 보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북한대로 8월21일 새벽 1시 김정은 제1비서 주최로 당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전방부대의 완전무장 및 전선 지대의 준전시 상태 돌입을 선언했다. 자신들이 요구한 대북 선전방송의 중단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할 판인 것이다. 이미 전방으로 북한군 화력이 이동하고 있고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이 발사 태세에 들어갔다는 소리도 들린다.

8월21일 현재, 서로 간에 핫라인도 없고 마땅한 중재자도 없는 상황에서 중무장한 두 국가가 서로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마치 마주 보는 열차처럼.
 

ⓒ연합뉴스박근혜 대통령이 8월21일 경기도 용인 제3야전군 사령부를 방문해 군의 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8월20일 경기 연천군 중면 주민들이 주민대피소에서 선풍기에 의지한 채 밤을 보냈다.
기자명 남문희 대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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