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에게 성과급이 지급되기 시작하면서 교사들에게는 연수 시간을 점수로 환산해 성과 등급에 반영하는 일이 꽤 오래전부터 정착되었다. 교사가 자기계발을 위해 필요한 연수를 받고 공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많은 교사가 휴일이나 방학을 반납하고 여러 연수를 신청하며 좀 더 나은 선생이 되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성과급을 매기는 데 연수 시간이 반영되면서 교사들이 필요도 없는 연수를 신청해 듣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학교 관리자들은 90~120시간 이상의 연수를 받도록 교사들에게 노골적으로 종용하곤 한다. 왜냐? 성과급은 개인 성과급과 학교별 성과급으로 나뉘는데, 학교 성과급의 경우 학교별로 등급을 매겨서 높은 등급을 받은 학교에 지급하기 때문에 학교 관리자들의 경우 교사들이 연수를 많이 받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또한 이런 분위기에서는 최소한의 연수 시간이나마 확보하지 않은 교사가 동료 교사에게 피해를 주는 환경이 조성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직접 참여를 해야 하는 집합 연수가 힘든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는 원격 연수를 선호한다. 사실 일 년에 개인 연수를 90시간 이상 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교사들이 원격 연수를 좋아하는 것이다.

교사 대상 연수는 대부분 자비로 연수비를 감당한다. 결국 성과급을 더 받기 위해 유료 연수를 받아 시간을 채우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연수도 형식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쁜 일과 중에 연수를 신청해놓고 그냥 컴퓨터만 켜놓은 채 몇 번의 클릭으로 연수 시간을 때우는 식이다. 심하게 말하면 공부는 안 하고 신경만 쓰는 것이라고 할까? 심지어 아기가 있는 여교사들은 퇴근 후 아기를 안고 PC 앞에서 클릭하는 경우도 많다.

 

ⓒ박해성 그림

‘연수 가라’ 하면서 출장비도 안 주는 학교

교사 연수에는 학교별로 몇 명씩 거의 강제로 차출되는 강제 연수도 있고, 협조 공문으로 내려와 개인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연수도 있다. 그런데 일부 학교는 출장비가 아까워 교육청에서 협조 공문을 보내온 연수를 신청해도 출장 처리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학교 성과급을 올리고자 교사들 연수는 독려하면서 연수비는커녕 출장비도 주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청에서는 연수 활성화를 위해 일 년에 6만원 정도씩 개인 연수비를 지원하지만 그 이상의 연수비는 모두 교사 개인이 지출해야 한다. 그런데 10만원 이내의 연수비를 받고 90시간을 채울 길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장기 연수는 수십만원씩 받는 곳이 많다. 이렇듯 아이들 교육을 위한 연수도 교사 개인의 몫이 된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연수 시간 이수 합계와 교사들의 진짜 공부는 거리가 멀다. 정말 의미 있는 연수는 교사들이 전국에서 모여 수십만원 하는 비싼 연수비를 지출하면서도 자발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교사들이 모여서 연수한다고 모두 이수 시간을 인정해주지는 않는다. 이수를 확인받으려면 교육청 인정을 받는 절차를 따라 진행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단체도 있고, 연수 시간 확보보다 ‘배움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일 년 내내 이곳저곳을 다니며 실속 있는 공부를 해도 연수 시간은 제로인 교사들도 있다. 지역마다 자발적 독서모임·연구모임·농사모임·교과모임 등을 통해 꾸준히 독서하고 토론하며 자체 연수를 해왔음에도 점수로 환산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모임들은 수년씩 명맥을 이어가며 탄탄하게 교사들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진짜 공부는 교사들이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과 결과는 자연스럽게 교실로 이어지고 아이들과 살아가는 데 연결될 것이다.

우리 사회 어디나 그렇듯, ‘살아남으려면 네가 알아서 해’라는 식이 교사 사회에도 만연하다. 그러니 시간은 채웠지만 배운 건 없는 ‘연수인 듯 연수 아닌 연수들’이 버젓이 자리 잡고 말았다. 공교육을 위한 공교육 교사의 연수는 ‘공’적으로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서 실패한 ‘억지 공부’ 방법을 교사들에게까지 강요해 수치로 환산하고 돈으로 등급 매기는 대한민국의 공부 실패는 계속되고 있다.

기자명 양영희 (하중초등학교 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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