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효성 조현준 사장(위) 명의의 ‘광선을 이용한 야간표적 지시기’ 기술 특허는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미국인 개발자가 낸 ‘광선 표적 지시기’ 특허와 유사해 이를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오른쪽).
〈시사IN〉은 지난 6월21일 이명박 대통령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친인척 회사의 국고 불법 유출 혐의와 정부 특허 무단 사유화 실태를 보도하고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보도가 나가자 국방부와 해당기업인 로우전자(로우테크놀로지)에서는 이 기사 내용이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 보도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난 3개월여간 〈시사IN〉이 추적한 군 안팎의 관련 기록과 전문가 소견, 법원의 판결문 등을 토대로 볼 때 이들의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나 다름없다.

로우전자가 국방부에 방산 물자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국고를 불법 유출하고 조세를 포탈했다는 혐의는 경찰이 관련자를 수사해 줄줄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드러났다. 현재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금융조사부에서 이 사건을 정밀 수사 중이다. 편법과 꼼수, 감정풀이 식으로 부적절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고 보도한 중대급 마일즈 사업(육군 전투훈련장비 납품사업)의 경우는 기사가 나온 뒤 법원이 내린 마일즈 사업 관련 판결로 〈시사IN〉 기사가 사실임이 확인됐다. 7월2일 대전지방법원 행정부는 이 사건 관련 행정소송 판결을 통해 육군이 감정에 치우쳐 직무 범위를 벗어나 ‘사업 취소 결정’을 내렸음을 확인했다면서 이 사업을 정상화해 수행해야 한다는 요지로 판결했다(47쪽 상자 기사 참조).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오너 일가가 깊숙이 개입한 로우전자의 국방부 상대 납품 사업은 편법과 특혜, 국고 낭비로 점철돼 있다. 그 가운데서도 혐의의 핵심은 ‘기술 특허’를 둘러싼 업체 측의 사기와 국방부의 직무유기이다.

우선 로우전자가 1999년 이후 400억원대 방위사업을 수행하면서 자체 발명 개발했다고 특허청에 발명권과 특허권을 등록한 군사 기술은 크게 다섯 개다. 발명권자가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으로 돼 있는 ‘광선을 이용한 야간표적 지시기’ 특허, 조 회장의 막내 동서인 주관엽씨가 발명했다는 ‘광선을 이용한 사격훈련 방법 및 장치’ 특허, 그리고 로우전자 법인 명의로 특허청에 등록한 ‘훈련용 크레모아 레이저 장비’ 특허 등이다. 이 밖에 조석래 회장의 막내 처제인 송진주씨 명의로 두 개가 등록돼 있는데, 각각 ‘레이저를 이용한 교전훈련 장비’와 ‘유탄발사기 레이저 교전훈련 장비’ 관련 특허다. 이들 특허는 대부분 피닉스국제특허법률사무소에서 한두 명의 변리사가 발명자와 특허권자를 효성 조석래 회장 친인척 명의로 분산해 대리 등록해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각종 무기 및 훈련장비 개발을 둘러싼 특수한 군사 기술을 효성그룹 오너 일가 인사가 실제로 발명했는가와는 별개로 이들이 개인적으로 특허청에 등록해 사유화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로우전자 측에서는 “우리가 군에 납품한 각종 훈련장비와 무기 기술은 업체 자체 연구개발 형태로 정부 지원금 없이 개발을 완료했기 때문에 특허권과 지적소유권은 개발업체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련 법령과 이들이 국방부와 맺은 계약서, 납품장비 원가계산서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로우전자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계약 위반 사실 알고도 팔장 낀 국방부

국방획득 관리규정(국방부 훈령 제610호)은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연구개발하거나 국외로부터 도입한 기술 또는 절충교역 등으로 획득한 기술은 정부 주도이건 업체 주도이건 소유권과 사용권이 국가에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개정된 방위사업 관리규정 제646조에도 “정부가 연구개발 비용을 지원한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및 민간 업체 주관 연구개발 사업에 관련된 기술은 그 소유권 및 실시권 등이 국가에 있음을 계약 조건에 명시하고, 그에 따른 필요한 조처를 취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연합뉴스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막내 처제 명의로 등록된 ‘유탄발사기 레이저 교전훈련 장비’ 기술 특허 역시 미국에 이미 출원된 특허 및 미국 국방부 마일즈 장비 운용교범 내용과 핵심 항목이 일치한다(왼쪽). 오른쪽은 육군 과학화 전투훈련단이 마일즈 장비를 이용한 대대급 부대의 첨단장비 활용 모의전투 훈련체계 시범 모습.
확인 결과 로우전자가 참여한 육군 소대급 및 대대급 마일즈 장비사업(250여 억원대)과 개량형 야간표적 지시기 사업(300여 억원대) 관련 군사 기술은 정부가 연구개발 비용을 댔다. 특히 국방부가 로우전자와 2000년 12월28일 계약을 맺고 2005년 7월까지 수행한 대대급 마일즈 사업(KCTC)은 계약서 자체에 관련 기술 특허권 일체를 대한민국 정부 소유로 한다고 못박았다.

구체적으로 기술 소유권과 사용권을 규정한 계약서 제22조 1항은 “본 계약에 의해 획득 발생된 기술 및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일체의 산출물의 소유권 및 사용권은 대한민국 정부에 귀속된다”, 제 25조 4항은 “정부의 지적재산권 등의 권리를 위약할 경우 을(로우전자)은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진다”라고 못박아두고 있다. 당시 사업 추진 주체는 국방부 정보화기획관실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 사업 관련 기술은 현재도 조석래 회장 막내 처제인 송진주씨 명의로 특허청에 등록돼 특허권과 사용권이 독점 행사되고 있다. 송씨는 이 사업과 관련해 2003년 11월28일 ‘유탄발사기 레이저 교전훈련 장비’(마일즈 장비) 기술 발명자와 특허권자로 특허청에 등록해두었다.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로서는 직무유기를 범한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조현준 효성 사장 명의로 특허청에 등록된 ‘광선을 이용한 야간표적 지시기’ 기술도 사실상 훔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산다. 효성그룹 측은 “조현준 사장은 자기가 특허 발명자와 등록자로 오른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한다”라며 무관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효성그룹과 조현준 사장은 이 사실을 안 뒤에도 별다른 대응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조현준 효성 사장이 자기 이모와 이모부가 개입된 방위사업에서 특허권자로 명의를 도용당했든 아니면 이들과 공모했든 둘 다 보통 문제는 아니다. 불법 행위를 공모했다면 사기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의 해명대로 명의를 도용당했다고 해도 그냥 지나칠 문제는 아니다. 전경련 회장을 맡은 대기업 총수의 유력 후계자로서 효성그룹의 위상과 대국민 이미지를 고려하더라도 이런 일을 무대응으로 넘어가겠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로우전자는 2003년 조현준 효성 사장 명의로 특허 출원된 군사 기술 덕분에 야간표적 지시기(PAQ-04K)를 군에 납품해 300억원대를 챙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로우전자 측은 자기네가 효성 조현준 사장 명의를 도용해 허위로 특허 등록을 해둔 사실이 〈시사IN〉 취재로 드러나자 그런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대신 조 사장 명의의 특허는 로우전자가 실제 국방부에 납품한 PAQ-04K 야간표적 지시기 장비에 적용한 기술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몇 가지 상이점을 들이댔다. ‘조현준 특허’와 실제 납품된 장비 사이에는 적외선 가시선 통합 정렬방식이 다르며 광원 모듈 구현방식에서도 출력감지 센서를 추가 적용했기에 차이가 있고, 그 밖에 몸통 외형이 다르며 스위치 연결방식 및 스프링 구조가 다르다는 따위였다. 

국방부가 대대급 마일즈 사업에서 특허권을 정부 소유로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로우전자에 민형사상 책임을 지운다는 내용을 담은 계약서.
그러나 조현준 특허와 납품 장비를 비교 분석한 국내 특허 전문가들은 “로우전자 측이 내세운 차이 요소들은 특허에서 대표 청구 항목이 아니라 종속 항목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조현준 특허에 드러난 기술의 목적과 얻고자 하는 기대효과는 실제 군에 납품된 야간표적 지시기인 PAQ-04K와 동일하며 대표 청구 항목을 보면 구성이 똑같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재벌 오너 일가 밀어주기?

〈시사IN〉이 로우전자가 군에 납품한 ‘개량형 야간표적 지시기’의 일부 원가계산서를 국회 국방위를 통해 입수해 전문가와 함께 분석한 결과 국방부는 로우전자에 이 기술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2억여 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개량형 야간표적 지시기 역시 국방부의 연구개발비를 받았으므로 조현준 특허는 국가로 귀속되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조현준 특허는 물론 송진주 특허에 대해서조차 법이 규정하는 소유권 및 사용권의 ‘대한민국 정부 귀속’을 방기했다.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재벌 오너 일가 밀어주기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렇게 무단으로 등록한  특허 기술들을 실제 자기들이 개발했는가도 의문이다. 우선 로우전자는 각 장비를 납품할 때 마치 독자 연구를 수행한 것으로 가장했다. 사업마다 이렇게 해서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후불제 형식으로 국민 세금에서 가져갔다. 대표적인 경우가 조석래 회장의 막내 처제인 송진주씨가 발명자라는 ‘레이저 교전훈련 장비 6종’(소대급 마일즈 사업 납품장비)이다. 국회를 통해 이 장비 원가계산서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국방부가 로우전자에 지급한 전체 182억원 중 6억6000만원이 기술 연구개발비였다. 그런데 로우전자는 그동안 변변한 연구소도 연구원도 확보하지 않은 소규모 가내 공업체였다.

효성 오너 일가가 보유한 상당수 특허는 미국에서 이미 상용화되었다가 특허 기간이 지나 사양된 특허와 내용이 유사했다. 우선 조현준 효성 사장이 발명자로 등록된 ‘광선을 이용한 야간표적 지시기’ 기술 특허는 미국에 선행 특허가 있다.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랠프 오스타우트 씨가 발명권자로 등록했던 이 미국 특허는 ‘광선 표적지시기(Light Beam Target Designator)’다. 두 특허는 표적지시기를 ‘주야간에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외선 광원과 가시광 광원을 주요 구성 요소로 갖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처럼 철지난 미국 특허의 기본 아이디어를 도용해 마치 신규 발명품인 것처럼 속여 막대한 정부 예산을 타내서 효성 조현준 사장 이름으로 특허 등록을 한 셈이다.

1989년 미국 육군 교범에 나온 내용

조석래 회장의 막내 처제 송진주씨가 발명자로 특허 등록한 뒤 마치 이 기술로 자체 개발해 생산한 것처럼 군에 납품한 마일즈 장비 특허도 마찬가지다. 송진주씨가 출원한 ‘레이저를 이용한 교전훈련 장비’ 특허 기술은 크게 레이저 발사기와 감지기 벨트장비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 기술은 1989년 1월 미국 육군의 마일즈 장비 운용교범에 나온 내용과 흡사하다. 다만 미국 발사기 구성에 조준경 뭉치 하나를 추가함으로써 마치 이 특허가 신규 발명인 것처럼 호도했다. 두 특허를 비교한 한 국내 특허 전문가는 “발사기와 감지기의 특허 대표항목 구성 요소들을 보면 송진주씨가 미국에서 이미 공지된 기술을 인용해 국내에 포괄적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육군 과학화 전투훈련장에서 통제본부 통제관이 PDA로 입력되는 가상 적의 피해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효성 오너 일가는 이런 방식으로 국민과 정부를 속이고 이미 미국에서 발명 특허가 완료된 기술 중 시효가 지나거나 사양길에 접어든 기술을 마치 자기가 개발한 것처럼 보완해 특허 등록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 다음 국내에는 변변한 연구시설이나 자체 개발 설비도 없이 미국에서 부품과 장비를 수입한 뒤 여러 위장 가공 회사를 만들어 복잡한 단계를 거쳤다. 이런 수법으로 군에 납품해 막대한 세금을 포탈하고 국고를 해외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계약서에 “지적소유권을 대한민국 정부로 귀속한다”라는 조항을 명시해두고서도 효성 오너 일가가 멋대로 특허를 사유화하도록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이런 해괴한 방위사업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규명하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국방부도 로우전자가 수행한 마일즈 사업을 둘러싸고 계약서 제25조 4항 정부의 지적재산권 등 권리 확보를 위약한 경우 을은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 항목에 따라 정부 특허를 사유화한 효성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법적 대응 조처에 나서야 한다. 이를 기피한다면 국방부도 이들과 불법행위를 공모했다는 혐의를 벗기 어려울 것이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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