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혁명은 순 ‘뻥’이었다?
그러나 내가 선배들에게 배웠던 68의 추억은, 순 ‘뻥이었다’. 그것이 너무 멋져 보여서 그 첫 팸플릿이 뿌려진 건물까지 유학을 갔던 나였는데, 그게 순전히 뻥이라는 것을 알려준 책은, ‘숲에서 나온 폴’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 장 폴 뒤부아가 쓴 〈프랑스적인 삶〉이라는 책이었다. 너무 창피하고 우스워서 감추었던 현실. 그것을 이 책이 내가 박사가 되고도 12년쯤 지났을 때 알려주었다. 68혁명, 그것은 순 뻥이고, 그때의 중·고등학생들은 순전히 폭도였고, 그 폭도가 나중에 ‘민주주의 영웅’으로 우습게 대학에 진학했고, 그 첫 싸움 덕분에 평생 잘 먹고 잘살게 된 ‘거지 깽깽이’라는 것을 이 책이 알려주었다. 내가 보고 듣고 만난 프랑스의 68혁명 영웅의 추억담과, 이 소설의 묘사는 지독하게 일치했다(소설의 유일한 진실은 68혁명은 대학생이 아니라 중·고등학교 ‘폭도’가 만든 것이라는 점이다).
68세대는 결국 잘 먹고 잘살았다. 그러나 그 끝이 공허하다는 것이 〈프랑스적인 삶〉이라는 책이 알려주는 지독한 현실이다. 시청 광장의 촛불집회를 그보다 40년 뒤에, 그리고 마흔 살의 나이에 만나는 내 감정은, “이것은 68의 재현이다” 혹은 “한국식 혁명이다”라는 호들갑 대신 “저것은 현실이다”라는 반론이다. 졸저 〈88만원 세대〉에서 나는 386 세대를 역사의 배신자로 묘사하였는데, 덕분에 친구들에게 엄청 쥐어터졌다.(아니, 니들이 처음으로 원정 출산을 했고 지금의 과외 붐을 만든 것 아니냐?) 386 세대, 혹은 지금의 내 또래는 역사를 배반했다. 소설 〈프랑스적인 삶〉에서는 68세대의 배신 그리고 내 또래의 현 상황을 그 모습 그대로 볼 수 있다.
〈88만원 세대〉에서 첫 번째 인용한 것이 바로 이 소설이었다. 68세대의 아들이 일본인 애인을 만나 동거하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이었다. 몇 사람이 ‘첫 섹스의 용기’를 주었다고 말했던 그 구절에 대한 얘기다. 동거보다 섹스가 먼저라는(〈88만원 세대〉라는 비정규직에 관한 경제학 책이 첫 섹스와 동거의 지침서였다는 일부 독자의 감사에, 저자로서 아연실색할 뿐이다).
촛불 소녀 혹은 촛불 소년, 제발 ‘거지 깽깽이’ 같은 50~60대 유신 세대와 목에 핏발 선 386 세대의 거짓말에 속지 말고, 그 시절 ‘프랑스 68들’이 얻어낸 권리와 같이, 20세 즈음에 동거할 권리와 주거권 그리고 노동권을 얻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프랑스적인 삶〉, 이 책은 ‘시민’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권리와 삶이 묘사되어 있다. 촛불. 그리고 자유. 그리하여 평온. 그것이 한국에 오기를 바란다. 돈 없어도 사랑할 수 있는 권리, 그것은 혁명과 반란에 앞서는 것 아닌가(10대의 동거권이 없는 나라 중에 국민소득 4만 달러에 도달한 나라는 없다. 스웨덴·스위스·덴마크·네덜란드를 살펴보시길).
-
당신에게 촛불은 무엇인가
당신에게 촛불은 무엇인가
차형석 기자
2008년 여름, 촛불은 내면의 기억을 호출한다. 서울 광화문은 우리 시대 가장 스펙터클한 장면이 연출되는 극장이 되었다. 아무도 이 촛불의 바다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 바다에 동...
-
김환기의 ‘점’은 촛불집회의 마음
김환기의 ‘점’은 촛불집회의 마음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어학부)
지난 6월10일 서울 시청 앞과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은 정치적이었다기보다 미학적이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랬다. 종이컵에 담긴 작은 촛불이 함께 모여 만든 거대한 무늬...
-
‘포악한’ MB시대 절묘하게 패러디
‘포악한’ MB시대 절묘하게 패러디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만화창작과)
촛불 정국 와중에 누리꾼이 재해석해 큰 선풍을 일으킨 콘텐츠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본 얼티메이텀〉 시리즈를 패러디한 〈뼈의 최후통첩〉.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만화 〈20세기 소년...
-
우리 깨우칠 노래 어디에 있나
우리 깨우칠 노래 어디에 있나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지난 5월26일 일요일 새벽 5시.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이었다. 거리농성을 시도하는 시민들의 한가운데 나는 있었다. 전경들이 사방을 둘러싼 상태.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 ...
-
촛불광장의 매트릭스
촛불광장의 매트릭스
허지웅 (프리미어 기자)
안전한 물대포의 ‘안전하지 않은 물줄기’가 등을 가격하는 순간, 나는 응암동 할인마트 3층에 여전할 그 검정색 안마 의자의 300만원짜리 성능을 추억했다. 툭툭툭. 푹푹푹.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