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급식 반찬은? 첫째, 채소 반찬. 둘째, 채소가 많이 들어간 반찬. 셋째, 채소가 조금 들어간 반찬.

퀴즈 둘. 영양사에게 학교 급식이란? 잘해도 본전, 못해도 본전인 것.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의 가짓수는 바로 엄마들의 수만큼이라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제 능력 있는 ‘영양쌤’이 있는 학교 수만큼이 아닐까.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부터 하루 한 끼 이상을 급식으로 먹는다. 고등학생은 두 끼를 학교에서 먹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기업이 제공하는 급식을 먹는다.

가정마다 식사가 다르듯 학교 급식의 수준도 다르다. 인터넷에는 ‘꿀 급식’부터 ‘황당 급식’까지 다양한 급식 사진이 올라오곤 한다. 식판 찍는 학생들이 보이면 긴장된다고 말하는 영양교사들이 있을 정도다. 시간이 쌓이면 요리 솜씨와 운영 기술도 늘기 마련이지만 학생들은 적어도 1년에서 3년까지는 같은 영양교사의 밥을 먹는다.

맛의 차이는 있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모든 급식은 평등하다. 칼로리와 영양 구성에서 말이다. 무엇보다 안전과 위생의 이름으로 식중독을 용서하지 않겠다! 이것이 한국 학교 급식 현장의 목표 아닌 목표다. 급식 현장에서는 식중독을 비롯한 위생 사고가 가장 무섭다. 그래서 맛보다는 사고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급식 맛있다고 봉급을 올려주진 않지만, 사고가 터지면 밥줄이 끊긴다.
 

ⓒ한지혜 그림
영양(교)사의 주요 업무인 CCP(Critical Control Point)는 식재료 검수부터 조리, 배식, 청소까지 위해가 될 만한 요소를 중점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 단계가 CCP1부터 CCP8까지 세분화되어 있다. 특히 CCP2 단계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식단 관리’ 단계인데, ‘나물 반찬’은 CCP2에 해당된다. 상하기 쉬워서 위해 요소가 다분한 ‘문제적 음식’인 것이다. 손이 많이 가는데 학생들은 좋아하지 않고 게다가 위험하기까지 하니 급식 현장에서 선호할 만한 메뉴는 아니다. 심지어 몇몇 지자체는 학교 급식 평가에 ‘잔반량’을 평가하기도 한다. 채소 반찬이 많으면 잔반도 많아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퓨전 스타일’로 가는 것이 ‘안전빵’이다.

전국 학생들이 먹는 급식은 같은 시간, 같은 양이라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급식의 주요 주체인 영양사들은 다 같은 영양사가 아니다. 주로 초·중학교의 영양사는 ‘영양교사’로 교직에 해당된다. 급식부터 식생활 관련 수업을 하는 교사의 업무를 이행하는 교육공무원이다. 하지만 영양사는 일종의 무기계약직 상태의 학교 직원이다. 전국의 1만1400개 학교 중에서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 내지는 무기계약직 상태다. 특히 계약직 영양사가 주로 근무하는 고등학교의 경우 석식 운영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노동강도가 세다. 오전 7시30분에 출근해서 오후 8시30분을 넘겨 퇴근하지만 초과근무 수당은 50여만 원. 4년차 정도의 영양사가 수령하는 월급은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호봉제인 영양교사와 ‘동일 노동’을 하지만 연봉제인 무기계약직 영양사의 봉급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진다. 학교가 좋은 노동 현장이 아닌데 어떻게 좋은 교육과 좋은 음식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왜 이리 음식의 결이 차이가 나는가? 일단 영양사의 경력과 능력에 기인하는 문제가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급식 시설. 코팅 벗겨진 프라이팬에서 달걀 프라이가 찢어지듯, 급식 시설도 변수다. 그리고 국가가 제공하는 메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어떤 음식’을 먹일 것인가는 ‘어떤 사람’으로 키울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결단이기도 하다. 미식 강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우 명확한 급식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프랑스의 경우 튀김 요리나 케첩, 마요네즈와 같은 소스류의 사용을 제한하고 점심을 중시하는 식문화를 반영해 가급적 코스로 제공한다. 이탈리아는 제철성과 신선도를 가장 우선으로 삼고, 메뉴가 겹치지 않는 메뉴 다양성을 지향한다. 그렇다 보니 지역산과 유기농산물을 효율적으로 조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국도 교육청 단위로 급식 평가와 메뉴를 제시하지만 운영 과정의 투명성과 위생관리 점검에 집중할 뿐, 음식 자체를 평가할 만한 능력은 없다. 식용유의 산가를 체크하거나 튀김류를 과하게 제공하지 말라는 정도의 평가가 있을 뿐이다.  

영양사를 배출하는 식품영양학과는 ‘이과 나온 여자들’의 영역이기도 하다. 식생활의 과학화를 목표로 분석적 관점에서 식품을 바라본다. 음식을 종합적인 사회·문화적 구성 요소로 바라보는 커리큘럼(교육과정)이 부족하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윤지현 교수도 식품영양학계 커리큘럼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또 윤지현 교수는 그런 흐름 속에서 안전과 위생에 초점을 맞추는 급식 운영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제 한국 급식도 ‘맛’으로 중심 이동을 할 때임을 강조한다. 이는 음식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정치적·문화적 국면을 이해한다는 것이고, 무엇보다 농업의 연결성을 찾는 것을 뜻한다는 얘기다.

전북에 영양교사 출신 장학사가 배치된 이유

미국의 경우 식품영양학계는 농업·식품정책· 환경문제·자연과학·요리 등을 넘나드는 학제 간 연구가 활발하다. 오바마 정부 1기의 농무부 차관은 터프츠 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 캐슬린 매리건이었다. 이는 음식과 농업의 연결성 속에서 식품정책을 설계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었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농무부 예산의 80%를 ‘식품 지원’에 투자하고, 그 주요한 실행 방법으로 학교 급식 활성화와 로컬푸드 촉진을 유도했다. 즉 식품영양학이 실험실과 주방에만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정책을 이끌 수 있었다.

전북교육청의 경우 영양교사 출신의 장학사가 배치되고 학교 급식을 ‘식교육’ 차원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영양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 노력의 성과로 전북도 내 88개 학교가 주 1회 정도 ‘채식의 날’을 운영하고 점점 더 확산 추세이다. 처음부터 전북교육청의 ‘채식의 날’ 운영 목표는 명확했다. 이는 단순히 고기를 먹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라, 급식의 문제를 환경과 건강·농업의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일선 영양(교)사들의 개선을 촉구한 것이다. 이런 꾸준한 독려 덕분에 급식 현장의 의식 변화가 느껴진다고 성지연 영양교사(전북 익산 이리부천초)는 말한다.

급식 영양사는 음식의 최전선에 서 있다. 끊임없이 본전치기만을 목표로 한다면 고만고만한 급식을 먹게 될 것이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와 역량 강화의 기회 제공, 식품영양학계의 교육과정 변화가 절실한 이유다.

기자명 정은정 (농촌·농업 사회학 연구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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